검찰 칼바람 롯데, 내부 반응은?…"6개월만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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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바람 롯데, 내부 반응은?…"6개월만 참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6.17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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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바람으로 구조조정 탄력 받을까 가장 두려워"
"'롯데 때리기' 국면전환용…대선정국되면 사그라질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롯데그룹에 부는 검찰의 칼바람이 매섭다. 시쳇말로 '탈탈 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 수사는 특정 혐의에 따른 수사가 아니라 '오너 일가'를 정면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다. 장기화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정재계의 중론이다.

롯데그룹 내부 반응은 어떨까? <시사오늘>은 지난 16~17일 이틀에 걸쳐 몇몇 계열사 소속 내부관계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검찰 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검찰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호텔롯데 관계자, 롯데면세점 관계자 각각 1인, 칼바람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식품 관련 계열사 관계자 2인, 총 4명의 롯데그룹 사람들을 만났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관계자와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몸을 사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들과 나눈 대화를 1문1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봤다. 반응은 저마다 달랐지만 맥락은 하나였다.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칼바람의 끝은 정치권으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 롯데그룹의 앞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뉴시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식품A: "일단 우리 계열사는 이번 수사에서는 제외돼 한시름 놓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분위기다. 예상치 못한 압수수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까. 며칠 전에는 우리 사무실 바로 위에 검찰이 쳐들어오기도 했다. 주변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본래 업무에 치중하기 위해 전사원이 노력하고 있다"

식품B: "우리도 이번 수사에서 벗어났다. 다만, 우리와 거래상 밀접한 식품 계열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은 눈치다. 알다시피, 롯데그룹 기업문화가 좀 수직적이지 않느냐. 위에서 중요한 자료 관리를 잘하라고 '쪼고' 있기도 하고, 일부 직원들은 다른 계열사에 파견 비슷하게 나가서 일을 돕고 있어 무척 바쁘다. 불안하면서 눈코 뜰 새 없다."

호텔: "전쟁터가 따로 없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부터 시작해서 올해 검찰 수사까지, 정말 괴롭다. 그동안 묵혀있었던 문제들이 곪아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상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점이 가장 안타깝다.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해서 기업 이미지를 쇄신시키겠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강했는데, 사기가 크게 꺾였다."

면세점: "모든 사업이 일단 올스톱됐다. 미국 면세점 인수 작업이 좌초된 건 다들 아는 사실이고, 잠실 면세점 재탈환 작업도 불투명해 졌다. 전체적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안 되고 있는 분위기다."

-수사가 장기화되는 조짐이다.

호텔: "그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검찰 자체적인 판단 하에 진행되고 있겠느냐. 대통령에게 분명 사전 보고가 들어갔고 청와대에서 승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총선 패배에 따른) 국면전환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그룹 대관팀에서도 그런 말들이 많다."

식품A: "6개월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말이 되면 대선정국에 들어간다. 선거 때 검찰에서 재벌 때리는 거 봤느냐. 신동빈 회장이 귀국하면서 사그라질 것이다."

면세점: "지난해부터 시작된 오너 일가 분쟁 과정에서 검찰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많이 넘어간 것 같다. 그걸 근거로 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는데, 곧 검찰도 밑천이 드러나지 않겠느냐. 지금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것만 봐도, 변죽만 울리고 있다."

식품B: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만한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수사가 장기화 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간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유통 관련 계열사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한데, 행여나 옥시 사태처럼 불매운동으로 번질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다."

-직원들의 고통이 클 것 같다.

호텔: "가장 불안한 요인은 '구조조정'이다. 이번 검찰 수사 때문에 사내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그룹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른 계열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체 그룹으로 퍼질까봐 직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직원들의 마음은 하나다. 하루빨리 회사가 경영정상화되길 바라고 있다."

면세점: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위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박탈감이 크다. 이번에도 신동빈 회장은 국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영권을 지키려고 일본행을 먼저 택하지 않았느냐(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식품B: "실제로 이번 검찰 수사가 매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회사가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서 성과급, 급여인상에 인색한 편이지 않느냐. 명절 때 보너스 대신 받는 계열사 상품권도 제대로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식품A: "(웃으면서) 지난해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쪽바리 기업'다닌다는 말을 듣고 있다.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별일 없느냐고 위로해 준다. 아마 나와 비슷한 직원들이 많을 것 같다."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나.

식품A: "아까도 말했지만, 6개월이다. 6개월만 잘 버티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대관팀에 있는 동료한테 '찌라시'를 하나 받았다. 반기문 UN(유엔) 사무총장과 우리 그룹 노신영 고문(前 국무총리)의 친분이 깊다는 내용이었다. 의미 있는 풍문이라고 생각한다."

호텔: "비자금 문제가 핵심인데, 그 문제는 캐면 캘수록 정치권과 연루된 의혹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마 적당히 수사하다가 끝이 나지 않을까 싶다. 검찰 수사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돼서 연내 상장이 완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면세점: "그룹 오너 일가들이 자신의 경영권 문제에 앞서 직원들을 독려해 줬으면 좋겠다. 검찰 수사와 회사의 미래는 별개라고 본다. 좋지 않은 결과에 직면하더라도 전사원이 힘을 모으면 헤쳐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10년 가까이 일한 회사다. 이정도 위기로 무너지게 하고 싶지 않다."

식품B: "더 이상 그룹 분위기가 엉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검찰이 때리는 건 오너 일가지만, 고통은 회사 구성원들이 더 많이 받는다. 아무 탈 없이 종결됐으면 좋겠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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