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사면 자제' 원칙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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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사면 자제' 원칙 무너지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7.1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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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반등 위해 사면 활용한다는 지적…경제인 사면 가능성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광복절 특별 사면을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광복절 특별사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은 2014년 1월 설 명절과 지난해 광복 70주년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세 번째 특별사면이다.

이전 정권과 달리, 박근혜 정권은 특별사면을 자제해왔다. 87년 체제 수립 이후 첫 번째로 정권을 잡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7차례에 걸쳐 9643명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9차례에 걸쳐 704만3805명을 특별사면했고,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8차례에 걸쳐 각각 1037만8589명과 437만7888명을 사면한 바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사면 카드를 단 두 번 꺼내들었다. 사면권 행사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사면에 대해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강조해왔던 박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번 사면으로 자칫 박 대통령의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7일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33.1%, 부정 59.2%로 부정평가가 26.1%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대구·경북)에서조차 긍정평가가 40%에 그쳤다. 새누리당의 제20대 총선 참패 이후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임기 후반 강한 드라이브를 원하는 박 대통령에게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지지율 반등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별사면뿐만 아니라 “대구의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해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구공항 통합 이전까지 주문했다. 자칫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직접 발표한 것은 ‘원칙과 신뢰’를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과 전혀 다르다는 평가다. 악화되는 민심 앞에, 박 대통령이 원칙을 깨고 사면을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이유다.

여기에 이번 특별사면에는 기업인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와 우려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특별사면 결정의 배경으로 “지금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는 ‘경제적 이유’를 내세웠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브렉시트를 비롯한 대회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경제침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 진작을 위해 경제인을 사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돈다. 경제인 사면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잘못된 관행을 확실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박 대통령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당직자는 1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엄격하게 사면을 제한해왔지만, 사실 역대 대통령들을 봐도 대부분 사면은 지지율이 떨어지는 임기 후반에 집중돼있었다”며 “레임덕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 카드를 남용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면 대상에 경제인까지 포함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견지해오던 원칙은 사실상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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