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後②/인터뷰]“소방관에게 동기부여를…정부, 책임감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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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웅 後②/인터뷰]“소방관에게 동기부여를…정부, 책임감 보여야”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7.2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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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현장서 마주치는 참혹한 장면의 연속…사기 북돋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순직·공상 처리의 문제점을 짚기 위해 <시사오늘>이 만난 소방공무원들 모두 췌장암과 대장암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 유가족 측과 이야기를 나눠야했던 故김범석 대원 역시 지난 2014년 혈액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 시사오늘

‘사명감과 서운함.’

전현직 소방공무원들에게 '소방'에 대해 묻자, 되돌아온 답은 같았다. 

순직·공상 처리의 문제점을 짚기 위해 <시사오늘>이 만난 소방공무원들 모두 췌장암과 대장암 등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 유가족 측과 이야기를 나눠야했던 故김범석 대원 역시 지난 2014년 혈액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 했다. 일부는 신청 자체를 포기했고, 또 일부는 승인이 기각돼 행정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했지만, 정작 아플 땐 '짐'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에 배신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동료애가 우선이었다. 이 순간에도 뛰고 있는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게 해달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시사오늘>은 지난 181호 커버스토리 '작은영웅 119'의 후속 취재를 통해 만난 전현직 소방공무원의 목소리를 담았다.

퇴직하고서 '대장암' 진단…"나라에 헌신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일 당해야 하나"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경남지역의 전직 소방공무원 A는 퇴직 이후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3기 말이었다.

그는 "암이라는 게 감기처럼 걸리는 게 아니잖나. 수년간 잠복하는 거 아닌가. 재직 중에도 대장내시경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신없이 일에 쫓기다 보니까 바로 검사를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상 신청은 하지 못 했다. 퇴직한 이후였으니 승인받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평생을 소방공무원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화도 났는데, 결국은 내가 맡은 임무를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서 다했다고 정리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받고 몸 상태도 나빠지니까"라고 털어놨다.

전남지역 소방공무원 B 역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몸무게가 15kg 이상씩 빠져 몸에 이상이 생겼는지 병원을 찾아갔더니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상황실 업무를 주로 맡아왔지만, 지역의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현장에 동원되는 일이 많았다. 이때문에 근무환경이 암의 발병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바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상 승인이 어렵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괴롭혔던 것은 소방관의 삶이 끝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소방공무원 B는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건강에 자신했던 건 아니지만, 막상 투병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 소방관으로서 쓸모 없어진 것 아닐까'하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휴직 9개월 만에 일선으로 복귀했다.

화재현장에서 마주친 '참혹한' 모습…"정부, 소방관의 사기 북돋아줘야"

▲ <시사오늘>과 만난 전직 소방공무원 A는 화재 등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소방 조직이 흔들리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시사오늘

전직 소방공무원 A는 일선에 있던 시절, 화재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허름한 주택에 불이 나서 시체가 까맣게 타있는 모습이었다. 시체가 탄 누린내가 온 건물에 퍼져 소방관 옷과 몸에도 달라붙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명피해 보고를 위해 시체의 신상을 파악해야 하는데, 신참들은 아예 근접조차 못하고 한편에서 구역질을 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일을 끝내면 체력을 썼으니 허기가 오는데 다들 제정신에 밥을 못 먹는다. 굶는 경우가 대다수고 몇몇은 소주를 마시고서야 젓가락질을 한다"고 말했다. 

전직 소방공무원 A는 이같이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소방 조직이 흔들리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면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이 먹고사는 건 국민에 헌신한다는 사명감"이라면서 "정부부처에서 조직의 사기를 북돋아줘야 하는데, 그걸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인창, "돌발적 위험에서 생명 구하는 소방관…순직 처리에도 업무적 특성 고려해야"

▲ 생전 故김범석 대원이 구조활동 중인 모습. 김 대원은 지난 2014년 혈액육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 측은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의 근무환경과 제도를 개선해서 업무 수행 중에 다치고 또 목숨을 잃더라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 시사오늘

故김범석 대원의 유가족 측 역시 동기부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원의 부친 김정남 씨는 지난 8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직업군의 근무환경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소방관의 경우 화재 등 재난현장을 담당하기 때문에 유독 물질로 인한 중증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기계가 백 퍼센트 대체할 수 없는 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의 근무환경과 제도를 개선해서 업무 수행 중에 다치고 또 목숨을 잃더라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반드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적 테두리 밖에서 투병생활 중인 소방관들을 돕고 있는 최인창 재향소방동우회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장은 지난 8일 기자와 만나 "정부는 위험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의 직영 수익사업을 총괄하는 기구로, 수익금을 전현직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그리고 소방기관단체 등 소방가족의 처우개선과 복리증진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 단장은 "소방공무원의 업무 형태는 예측 불가능한 돌발적 위험에서 시급히 생명을 구하고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방식"이라며 "순직과 공상 처리에 있어서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 그들의 업무 특성에 맞게 관련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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