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2016’…지역주의 벽 허물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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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2016’…지역주의 벽 허물어지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8.1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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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4·13 ‘영남 침공’에 이어 여권의 8·9 ‘호남 당대표’까지…지역주의 붕괴 조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새누리당의 ‘호남 출신 당대표’ 선출이 지역주의 붕괴를 가속화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 시사오늘

역사가들은 2016년을 ‘지역주의 붕괴의 해’로 기억할지 모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초 공사를 하고, 이후의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악용해온 지역주의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 문법’이었다. 그러나 ‘경상도 대통령’ 발언이 등장한지 50여년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은 지역주의 붕괴에서 파생된 변화의 훈풍(薰風)을 맞이하고 있다.

시작은 4·13 총선이었다.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기반인 호남을 통째로 빼앗기고도 원내 제1당에 오르는 ‘사고’를 쳤다. 특히 더민주당은 영남에서 무려 9석을 차지하며 새누리당의 철옹성을 무너뜨렸다. 새누리당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18년 만에 새누리당의 호남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던 이정현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정운천 의원도 전북 전주에 깃발을 꽂으며 불모지(不毛地) 호남에서 2석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8·9 전당대회에서는 사상 최초로 호남 출신인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기(黨旗)를 건네받았다. 영남을 ‘텃밭’으로 하는 새누리당은 서청원·황우여 전 대표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비영남 출신에게 당권을 허용한 적이 없다. 두 차례의 예외인 서 전 대표와 황 전 대표 역시 충청도와 인천 출신으로, 대한민국 지역주의의 전장(戰場)인 영·호남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 의원의 당선은 새누리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 셈이다.

실제로 이 의원의 당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8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호남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4.1%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1일 조사(6.3%)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 당대표’를 받아들이고, 호남이 지지율로 응답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권 구도도 지역주의 붕괴 바람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는 상대적으로 지역주의에서 자유로운 인물들이다. 반 총장은 충청도 출신, 문 전 대표는 경상도 출신의 야당 후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동 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은 광주·전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10% 이상, 문 전 대표는 모든 지역에서 10%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지역에 관계없이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영남은 새누리당 후보를,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밀어주던’ 과거와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영남에서 당선된 야당 의원들과 호남에서 당선된 여당 의원들은 모두 개인 능력으로 승부를 봤던 사람들”이라며 “영·호남이 더 이상 지역주의에 신경을 안 쓴다는 의미보다는 ‘저쪽 당이지만 사람이 괜찮으니 기회를 한 번 줘보자’는 의미가 강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정현 의원도 친박계의 지원이 없었다면 (당대표가) 되기 어렵지 않았겠느냐”면서 “지역주의 극복이라기보다는 친박의 승리로 보는 게 합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본질이야 어쨌든, 국민들은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있구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한두 번만 더 반복되면, 진정한 지역주의의 붕괴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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