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개각에 대한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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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개각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8.1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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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개각 vs. 불가피한 결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 뉴시스

예상대로 개각이 이뤄졌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개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단행한 3개 부처 개각은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나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15일을 전후해 ‘대폭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부동산 거래 문제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교체가 불가피해 보였고, 새로 당대표에 오른 이정현 대표가 ‘탕평 인사’를 요청한 데 대한 ‘화답’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4·13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개각이니 만큼, 국면 전환을 위해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쪽을 택했다. 우 수석은 유임됐고, 호남 출신은 이번에도 배제됐다. ‘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있을 정도의 인적 쇄신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야당은 일제히 박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바라는 바에 따라 운영되는 정부인지 대통령의 말만 듣는 정부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대표가 첫 작품으로 대통령에 탕평·균형 인사를 건의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대통령은 지역 편중, 찔끔, 측근 인사를 단행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세부득(事勢不得)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임기를 1년 6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대폭 개각은 정권의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할 경우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까닭에, 기존의 인재 풀을 벗어난 대폭 개각이나 탕평 인사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였다는 지적이다 .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를 2년가량 남겨뒀던 2006년 3월 5·31 지방선거 출마자와 오래된 장관을 중심으로 4개 부처에 대한 부분 개각을 단행했고, 2007년 4월에는 임기 말 국정 마무리를 위해 내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4개 부처 장관을 소폭 교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가 1년 6개월 남은 시점에서 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통일정책특보를 교체하는 소폭 개각으로 ‘관리형 내각’을 구성한 바 있다. ‘검증된 인물’ 발탁을 중심으로 하는 소폭 개각으로 이른바 ‘친위 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이전 대통령들이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취해왔던 전략이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도 17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폭은 말할 것도 없고 중폭 개각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새로운 사람을 쓰게 되면 청문회에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최소한도 개각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정권 말기에는 대체로 관료들을 기용했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큰 폭의 개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여권의 한 관계자 역시 “정권 말에 개각이 이뤄지면 야권은 ‘코드 인사’라고 비판하고 여권은 ‘불가피하다’고 방어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아마 야권도 진심으로 대폭 개각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병우 민정수석을 교체하지 않을 것은 좀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며 “우 수석을 교체하면 레임덕이 빨라질까 봐 그런 것 같은데, 그래도 우 수석은 교체했어야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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