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의 균열②]'비지떡'에서 '다홍치마'로…중저가 상품 '인기'
[프리미엄의 균열②]'비지떡'에서 '다홍치마'로…중저가 상품 '인기'
  • 박근홍 기자 장대한 기자
  • 승인 2016.10.29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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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항공·자동차 등 실생활 밀접 분야 소비시장 '지각변동'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장대한 기자)

'싼 게 비지떡'라는 말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됐다. 기술의 상향평준화, 경제 위기에 따른 합리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 중저가 상품이 '다홍치마'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프리미엄을 앞세워 국내외 산업계를 주름잡던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반면, 저렴한 가격과 실용성을 내세운 중저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모바일, 여행·항공, 자동차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시장에 일대 지각변동 조짐이 엿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제 무덤 판' 삼성전자·LG전자

▲ 온라인상에 제보된 폭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이후 교환품에서도 폭발이 발생해 국내외에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 시사오늘

2016년 국내 모바일 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글로벌 최고 기업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를 잃었고, LG전자는 야심차게 출시한 G5, V20 등이 시장에서 외면당하면서 모기업 계열사에까지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그 이면에는 두 대기업의 무리한 프리미엄 전략이 깔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해상도, 최대 배터리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었다. 여기에 홍채인식과 방수·방진 기능까지 넣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무거운 스펙으로 과도한 전력이 사용되면서 폭발을 야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또한 워낙 다양한 기능을 넣다보니 설계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모듈형을 적용한 G5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G5는 총 6종 모듈가(價)만 약 140만 원에 달해 과도한 가격 책정이라는 원성을 샀고, 모듈 탈착을 반복할 시 유격(裕隔) 현상이 발생하는 등 결함 논란이 일면서 회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하반기 야심작 V20 역시 글로벌 명품 오디오업체 뱅앤울룹슨과의 협업으로 프리미엄 오디오 기능을 탑재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실적은 LG전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눈치다. 업계에 따르면 촤근 V20 판매량은 출시 초기보다 20~30%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 무덤을 판 셈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프리미엄 경쟁에 지나치게 매몰됐다는 평가다.

LG전자의 한 연구원은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출시된 모바일 제품들은 대부분 비슷한 사양을 갖고 있다. 기술이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이라며 "획기적인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이 아닌 이상, 무리한 프리미엄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품질과 안전성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할 할 과도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각되는 '중저가 스마트폰'…"니즈 재파악 시급"

▲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S'와 전작 루나의 스펙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7, S6, LG전자의 G5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 T월드

이처럼 프리미엄의 기세가 주춤하는 사이, 모바일 업계에서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프리미엄 제품과 성능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SA)〉는 2016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을 지난 4월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현실로 이뤄졌다. 10월 중순 IBK투자증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가운데 70% 이상이 중저가 모델로 집계됐다.

또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소업체들도 이 같은 바람을 타고 성장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티지앤컴퍼니(TG&Company)다. 이들은 10월 12일 SK텔레콤 전용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S를 출시했다. 루나S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루나'의 후속작이다.

루나는 당초 1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깨고 누적 판매량 20만 대를 돌파한 바 있다. 특정 이동통신사 단독 출시 제품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흥행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루나S 역시 흥행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펙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뒤지지 않는다. 루나S는 1.8㎓ 옥타-코어 칩(CPU), 5.7인치 QHD 화면, 1600만 화소급 뒷면 카메라, 1300만 화소급 전면 카메라, 메모리 64GB, 3020mAh 부착식 배터리를 탑재했다. '실속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양가 없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할 게 아니라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Needs)를 재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IT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10월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요즘 프리미엄 제품은 프리미엄이 아닌 따라잡기에 불과하다. 기술의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혁신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그 사이에도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고 소비자들의 요구도 달라질 것"이라며 "기술 혁신 전까지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다시 파악해 다양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내놓은 경영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항공업계, 저가항공사 '비상(飛上)'…합리적 소비 트렌드 영향

▲ 하나투어 사이트를 통해 동일한 조건하에 서울~괌 노선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 저가항공사와 대형항공사간 가격은 최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 하나투어

항공업계에서도 이른바 '프리미엄의 몰락'이 눈에 띄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이하 저가항공사)의 성장으로 기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가 주도했던 시장 판도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저가항공사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항공 서비스를 제공해 항공여객 점유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이 같은 저가항공사의 성장은 소비자들의 여행비용 부담을 크게 줄이며 시장 규모를 더욱 키우는 데도 크게 기여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에서 발행한 '제51호 항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국내선 누적 여객수는 2053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저가항공사의 여객수는 1160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1% 오른 수치로, 점유율(저가항공사 분담률)도 56.5%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항공사의 실적은 893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6.8% 증가에 그쳤다.

업계 성수기였던 지난 8월 여객수만 놓고 보면 저가항공사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형항공사 여객수는 8월 한 달 동안 12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한 반면 저가항공사는 166만 명으로 15.7% 오른 것이다.

저가항공사의 선전은 국제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올해 1~8월 기준 국제선 누적 여객수는 900만 명으로 62.6% 올랐다. 분담률도 전년 동기 대비 4.7% 포인트 오른 18.5%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1~8월 대형항공사는 주춤했다. 국제선 여객수는 2224만 명으로 10.6%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제선 총 여객수가 4864만 명으로 21.2%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실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의 국제선 여객수 4017만 명 중 대형항공사 여객수는 2010만 명이었다. 50%에 달했던 점유율이 1년 만에 45.7%로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대형항공사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저가항공사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형항공사 대비 중장거리 노선 비중이 적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대형항공사가 내세우고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보다, 다소 불편함을 감소하더라도 저가항공사의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하려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는 계속 될 것으로 본다"며 "저가항공사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항공의 매출액만 보더라도 최근 5년새 3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저가 경쟁력은 계속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저가항공사들은 최근 들어 포인트, 마일리지 적립 제도를 비롯해 모바일 예매 서비스 등을 도입하는 등 질적 성장에 나섰다. 대형항공사에 대한 위협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존 항공권에 포함돼 있는 불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가격 부과 없이 합리적인 선택만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항공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또한 개별 여행객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을 위한 라운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통해 여행 관련 정보는 물론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프리미엄의 몰락'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진에어, 에어부산·에어서울이라는 저가항공사를 통해 이원화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거리 노선은 서비스에 집중한 대형항공사를 통해 운항하고, 저가 고객 수요가 몰리는 단거리 노선에는 저가항공 자회사를 운영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를 통해 전세계 28개 회원사와 함께 공동 운항, 마일리지 공유를 시행하고 있는 등 저가항공사가 갖지 못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신기재 도입은 물론 장거리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수입차 '지고' 실속있는 소형SUV '뜨고'

▲ 자동차 시장 내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티볼리 등을 비롯한 소형 SUV 모델들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 쌍용자동차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프리미엄' 파워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국산차 대비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던 수입차 시장이 폭스바겐발(發) 디젤 게이트로 기세가 한풀 꺾였고, 실용적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형 SUV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1~9월 기준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16만5189대로 전년 동기 기록한 17만9120대 대비 7.8% 줄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신규등록대수인 24만3900대를 뛰어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프리미엄의 상징이자 업계 1위를 내달렸던 BMW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9월 기준 3만5280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나, 올해 3만1870대로 9.7% 떨어졌다. BMW 코리아는 지난해 말 불거진 화재 논란 등으로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했고, 타 수입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촉전략에도 밀렸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BMW 코리아도 프리미엄 고집을 꺾고, 시판 중인 5시리즈를 구매하면 1년 뒤 출시될 신형 5시리즈로 바꿔주는 파격적인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5시리즈를 15%의 선납금에 월 67만원 할부로 구입하면 내년에 출시될 신형 5시리즈도 60만 원대의 월 납입금(통합 취득세 불포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BMW 5시리즈 풀체인지 모델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기까지 했다는 것은 BMW 코리아가 판매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산 완성차 업체들도 내수 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이지만 소형 SUV 시장만큼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내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소형 SUV 판매량은 총 7만5436대로 전년 동기간 5만8314대 대비 29.4%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차종(상용차, 특장차 포함) 내수 판매량이 116만8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에 그친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쌍용자동차는 소형 SUV 대표 모델 '티볼리'를 앞세워 올해 3분기까지 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쌍용차는 이에 힘입어 9년 만에 3분기 누계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의 경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소비자 니즈에 적합한 상품성과 공간활용성 등을 갖춤으로써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며 "또한 고객들의 생활 패턴도 여가, 아웃도어 활동 등에 맞춰지다보니 소형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시장 흐름이 다시 세단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실용적인 SUV 모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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