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5 금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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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인터뷰]“트럼프시대 美, 북한 선제공격도 가능”
<위기의 한국외교 전문가 진단-①북한편>
“박근혜 정부, ‘북한 붕괴론’ 과신(過信)했다”
"북한 경제 80년대 후 이렇게 번성한 적 없었다"
“北 5년 이내 미국 공격 가능한 능력 갖출 것"
"트럼프는 비정상…선제공격 가능한 인물"
2017년 01월 02일 (월)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한국 외교는 역대 손꼽히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이 입모아 하는 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이하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같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미국 역대 대통령과 전혀 다른 인물이다. 이웃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요시하기 보다는, 고립주의와 우익 포퓰리즘(populism‧인기영합주의)을 표방한다. 트럼프의 외교노선에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특히 한국을 둘러싼 외교적‧지정학적 환경은 거의 재앙에 가깝다. 한국외교의 최대 변수가 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세계 대표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군비경쟁에 앞장서며 한반도 안보에 불안감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가세할 경우, 한반도 안보 변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은 한국외교. 우리 한국외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시사오늘>은 세계 대표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뉴욕타임즈> 등 세계 유력 매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대표 북한 전문가다. 지난 12월 26일 진행된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란코프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붕괴론을 과신했다"고 분석했다. ⓒ시사오늘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유력 매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 북한 전문가다. 국제사회에서 란코프 교수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란코프 교수처럼 평양 현지에서 수학(修學)한 북한 전문가가 극히 드물다. 또 그는 현실주의 외교노선을 걷고 있는 전문가로 알려졌는데, 그 특유의 날카롭고 직설적인 분석 때문에 보수‧진보 진영 모두에서 비판을 받는 이례적인 북한 전문가로 유명하다. 지난 26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도 란코프 교수는 최근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 경제는 견고하다…朴정부 북한붕괴론은 환상” 

-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수는 ‘북한 붕괴론’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는 점이다. 이 것이 정책적으로 나타났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선 북한문제를 외교문제 보단 국내 정치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 경제사정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북한은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치인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북한 평균 경제성장률을 1~3%대로 평가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제3국 북한전문가들도 '한국은행이 북한 경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우리는 북한 경제성장률은 3~4% 가량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 그동안 국내 언론에선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도 사실과는 다른 것인가.

"가끔 북한사람들을 만난다. 처음엔 이들도 김정은 정권에 대해 의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많이 올라갔다.

초빈곤국가에서 ‘잘산다’의 기준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먹고 사는 것’이다. 방금 말했듯이 경제사정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사실상 80년대 이후 북한 경제기반이 이토록 견고했던 시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북한은 토지개혁을 시작했다. 이는 1970년대 말, 중국에서 시작한 농업정책과 매우 유사하다. 식량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것이다. 북한이 최근 대홍수를 겪기도 했으나, (식량상황이) 흔들리지 않았다.

5년 전 북한에서 ‘부자’의 기준은 오토바이를 소유한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있는 집이다. 예전과 달리 옥수수밥이라도 매일 먹는다. 굶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개발에 대해서도 북한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이다."

- 김정은이 정권 유지를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는가.

"김정은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발독재’다. 김정은 입장에선 독재가 필요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시아 역사를 보면, 대부분 경제발전을 불러 일으킨 정치체제는 ‘권위주의’였다. 반면 동아시아 역사상 민주주의 체제가 경제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사례는 전무하다.

따라서 ‘김정은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내리면 ‘개방없는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방이 없는 개혁이 가능할까. 이는 나 자신도 김정은도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김정은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 경제개발이 아니면 김정은은 죽는다.

북한은 70년대말 중국이 경험하지 않았던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잘 살고 있는 남한 때문이다. 때문에 개방이 ‘있는’ 개혁은 북한에게 집단자살과 다를 바 없다. 그래도 개방 없는 개혁이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높지 않지만, 희망이 있다."

- 최근 북한 고위급 간부들이 탈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북한 붕괴론’을 들고 있다.

"난 믿지 않는다. ‘8월 종파‧숙청사건(1956년 6월~8월 발생한 종파음모책동사건)’ 당시 북한 고위급 간부 수백명이 중국과 소련으로 도망쳤다. 당시 북한 체제가 무너졌을까? 아니다. 김씨 일가는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김정은 정권 이후 지금까지 북한 붕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보면) 북한이 무너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 차기 정권 내에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아이러니하게 김정은은 북한에서 경제발전을 일으킨 통치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진보파, 북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착각 버려야”

- 그렇다면 차기 정권에서 유념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한국 보수파의 문제는 북한붕괴론을 절대 신뢰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그랬다. 반면 진보파는 ‘북한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착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은 아무 때나 무너질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완화하거나, 급작스러운 외부 타격을 받는다면,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트럼프가 변수다. 과거 미국은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선된 후 많은 것이 변했다.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밖에 북한에서도 해외에 대한 지식이 확장되고 있다. 한마디로 함경도 시골에 사는 아줌마도 남한이 잘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5~10년 후엔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진보파는 급변사태를 항상 대비해야한다. 국내 진보파들을 보면, 그들은 이같은 준비를 할 필요성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차기 대통령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북한 붕괴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실수말이다."

   
▲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됐던 도라산 전망대 등 '안보 관광'이 48일 만에 재개된 지난해 2월 23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뉴시스

-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노선을 가야하나.

"기본 노선은 북한 체제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햇볕정책 2.0’이다. 단 북한에 그냥 돈을 주는 것보다 남북이 함께 협력하는, 예를 들면 개성공단과 같은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따라서 해주 공업지대 등 제2의 공단을 만든다면 어떠할까. 남북한 모두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진보파가 듣기 싫은 말일 수도 있지만,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한 남북경제교류는 불가능하다. 한국은 사실상 경제교류를 ‘대북지원’이라 생각해야한다. 남한 지원없이는 북한규모가 커질 수 없다. 현실적으로 (남한이) 돈 내야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평화와 공존을)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다."

"트럼프는 정상적인 대통령 아냐…북한 '선제공격' 할 수있는 인물"

- 미국 도널드 트럼프(이하 트럼프) 신정부가 들어선다.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트럼프는 정상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사고방식이 정치인 보다는, 쇼맨(show-man) 겸 사업가에 가깝다.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만한 인물이다.

그동안 (한국전쟁 이후의)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남한 때문이었다. 남한은 인질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히 여겨왔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은 주로 백인 중저소득자들로, 강경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또 트럼프와 같은 고립주의자들은 국제 동맹관계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미동맹은 ‘필요없는 것’이라 여긴다.

북한이 수개월 이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등을 배치하는 조짐이 보인다는 보고서가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트럼프는 오바마나 부시와 달리, 충분히 선제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

   
▲ 란코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자가 북한에 선제공격을 할 만한 인물로 분석했다.ⓒ뉴시스

-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를 대상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는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북한도 트럼프 신정부의 경향을 이해한다면, 미국과 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미국이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동결’이다.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핵동결(기존 핵무기는 파기하지 않고 지키되, 더이상 신(新)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것)이 북한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선이다. 하지만 3~4년 이내 북미 간 타협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북한 핵동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내 정치 혼란 때문에 적어도 2017년 초까지는 외교성과가 전무할 것이란 점이다. 한국이 선제적 외교를 해야 하는데, 올해 안에 이러한 외교적 성과가 없을 것이 자명하다. 국내 정치인들의 관심은 오직 대선뿐이다."

"北, 핵개발 속도 상상 이상… 5년 이내 미국 공격 가능한 무기능력 갖출 것"

- 북한의 핵무기 능력, 어디까지 온 것인가.

"김정일 시대 북한이 보유했던 핵무기 수는 대략 5~10개 정도였다. 그런데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잠수함 미사일 개발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핵 전문가들은 '북학 핵개발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고 입모아 말한다. 북한이 이만큼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있다고 예측한 전문가는 없었다. 정말 너무 빠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미국에 장거리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2개국이다. 앞으로 5년 이내 북한까지 포함, 3개국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북한이 앞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 차기정부에서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6자회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강조하는데, 사실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다. 부시(2기) 전 대통령이 당선 됐을 때에도 트럼프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북한과의 대화창구를 열어둘 수 있다’는 생각은 미국에게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가지, 비핵화다. 하지만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일은 ‘북한 체제 붕괴’를 제외하고는 없다. 세계사에서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한 독재자는 단 한명, 리비아 카다피다. 국제사회 약속을 믿고 핵을 포기한 카다피의 최후가 어떠했나. 북한은 카다피 사례를 보며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 란코프 교수는 "5년 이내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있는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한다면 북미 간 군사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시사오늘

- 한반도 통일, 언제쯤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지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북한 체제 붕괴다. 이 첫 번째 시나리오는 10~20년 후 가능할지 모른다. 단, 중국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흡수통일이다.

둘째, 북한이 경제개발을 통해 대동강 기적을 이루고 수십년 후 동유럽처럼 평화로운 민주화를 통해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40~50년 정도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셋째, 오랜 시간이 흘러, 남북이 서로 통일에 대한 의지가 거의 사라질 수있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독일은 통일국가'라고 여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도 독일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양국 모두 분단국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국가정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남북 ‘연방제’ 통일이 가능할까.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다. 50년 후 북한 사람들이 한국과 통일할 의지가 있을지 단언할 수없다. 북한은 한국과 전혀 다른 역사관을 만들 수도 있다."

- 최근 탄핵, 최순실 사태 등 국내 정치혼란으로 북핵 위협과 안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대선정국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관망할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문이라도 가만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국면이 위험해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외교사안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북한은 마치 활화산과 같다. 한반도는 화산 폭발에 노출돼 있다. 지정학적으로 그렇다.

특히 트럼프 당선 때문에, 또한 김정은의 새로운 핵 전략 때문에 노출될 가능성이 20~30년만에 급속히 높아졌다. 항상 유념해야한다."

최정아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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