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계속되는 "땅 매입…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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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계속되는 "땅 매입…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9.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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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법적 문제없다” vs 토지+자유연구소 “시장원리 위배”
"시장원리에 반한다" vs "시장원리상 당연한 이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땅 매입을 놓고 ‘토지+자유연구소’와 ‘삼성그룹’의 입장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공시가격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5년 연속 가장 비싼 집 1위(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95억 2천만원)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땅 매입이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그칠 줄 모른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 회장은 2005년 2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겨냥, 여수시 소라면 사곡리 공항마을 임야 6필지 2만 1120㎡(6400평), 2006년 12월 인근 무인도 모개도 등 8필지 6만2700㎡(1만9000평) 매입을 시작으로 2008년 명품거리로 알려진 갤러리아 백화점 건너편 서울 청담동 78번지 일대 대지 484㎡인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빌딩을 매입했다.
 
이 건물은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술경매회사인 K옥션에서 전체 건물을 임대 중이었고 지난해 하반기엔 빈 건물로 있다가 올해 4월 딸 서현씨(제일모직 전무) 주도하에 수입 명품브랜드인 '토리버치(TORY BURCH)' 플래그십 매장이 들어섰다.
 
토리버치 매장이 들어서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는 호가 기준 평당 1억7000만원으로 1, 2층은 토리버치의 패선의류 등이 나머지 지하와 3,4 층은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부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위해 건물을 매입했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딸 서현씨의 제일모직 미래사업을 위한 것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건물은 지난해 4월 6일 이 회장 명의로 등기 이전 신고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져 무려 5개월간 소유권 이전 완료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하나에 설에 불과하다. 부동산 거래를 하다 보면 등기 일자가 늦춰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이 회장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등기 이전 부분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독 이 청담동 명품거리 일대의 올해 상반기 부동산 거래수 급증,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일종의 '이건희 효과'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이 건물을 살 때 경쟁자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실제 가격보다 2배 이상 높게 산 것으로 알려져 청담동 땅 값 상승을 부추긴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 이명희 회장 일가는 청담동 일대의 땅 3필지와 건물 1채 등 총 100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해 신세계 인터내셔널에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임대 수익을 얻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한 상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청담동 땅 매입은 결코 투기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수익 조금 얻자고 땅 투기를 할 이유도 없고 사업상 용도가 있기 때문에 구입을 한 거고 그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0회 호암상 시상식에 이건희 삼성전자회장의 딸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전무(왼쪽)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특정기업의 땅 매입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우리국민 모두의) 문제지만 대기업들의 땅 매입은 일종의 투기”라고 전제하며 “땅 값이 올라가면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부의 편중으로 인해 가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야 문제가 될 게 없겠지만 문제는 시장원리와 반한다는 것”이라며 “기업 차원에서 경영을 위해 땅을 매입하거나 개인이 시세차익을 노려서 땅을 매입하거나 둘 다 일종의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점에서 가진 자의 오만”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기업들의 땅 매입으로 인해 땅 값이 올라가면 신규 기업의 진입은 그만큼 어려워지고 땅 투기를 한 기업들이 경영이나 기술에 미비로 인해 (시장경제 원리상) 마땅히 퇴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퇴출되지 않고 토지의 시세차익으로 불로소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사업수익이 있겠다고 판단 하면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땅 매입에 나설 것”이라며 “청담동 땅 매입은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하에 구입한 거이고 그런 부담감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안하면 되겠느냐. 법적으로나 시장원리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노 소장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을지라도 법은 정당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불로소득이 자꾸 발생하면 사유재산 등 진짜 노력해 얻은 소득은 더 줄어들게 돼 오르는 부동산 값과 편중된 부(富)로 인해 기형화된 구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땅의 대물림과 관련, “대기업들이 증여세, 상속세 등을 제대로 낸다면 물론 적법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세금은 올리고 기업들의 사유재산과 관련된 세금의 혜택은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동산 불패신화가 존재하고 있는 부동산 공화국이다. 참여정부 시절엔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강북과 서울, 경기와 4대강 유역 등지까지 부동산 광풍 현상이 몰아치고 있다.
 
1876년 국부론을 주장한 자유방임주의 이론자인 애덤 스미스조차 한 명의 부자가 있으면 수백명의 빈곤이 생기는 등 부자의 부는 빈민의 화를 불러 빈민들의 결핍이 충동을 불러일으켜 부자의 소유물과 충돌하는 현상을 빚는다고 말했다.
 
과연 대기업들의 땅 매입을 우린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한국사회는 어쩌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을 분리하고 상류층과 하류층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8자형 경제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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