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정의당, 심상정 업고 대중정당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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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 정의당, 심상정 업고 대중정당 ‘발돋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7.05.0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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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통해 ‘운동권 정당’ 이미지 벗어…선명성·확장성 딜레마 해결이 관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심상정이라는 ‘스타 정치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권 정당’으로 치부됐던 정의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진보정당에 희망의 빛이 깃들고 있다. 〈프레시안〉이 의뢰하고 〈리서치뷰〉가 수행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의당은 10.6%로 두 자릿수 지지율 획득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석 달 전(4.4%)에 비해 두 배 이상 뛰어 오른,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와 같은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심상정 후보의 인기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정의당 지지율과 심 후보 지지율은 계속해서 연동해 왔다. 심 후보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정의당 지지율도 두 배 가량 폭등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정의당이 ‘대중정당화(大衆政黨化)’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심상정이라는 ‘스타 정치인’이 인기를 얻으면서, ‘운동권 정당’으로 치부됐던 정의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권 정당’ 이미지 벗고 ‘정책 정당’으로

정의당은 대중정당을 표방한다. 정의당은 당헌 전문에서 ‘정의당은 노동기반 대중정당이다. 조직된 노동자는 물론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노동계층이 자주적으로 참여하는 정당이다. 일하는 국민 누구나 지지할 수 있고,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되는 정당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헌과 달리, 정의당은 좀처럼 ‘운동권 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이 갖고 있던 부정적 색채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던 데다, 정의당 내부에도 운동권적 사고를 지닌 구성원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지난해 4월 〈시사오늘〉과 인터뷰를 가진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과거 진보정당은 다른 정당을 타도해야 하는 대상, 없어져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의당은 운동에서 정치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조 소장의 말대로, ‘운동에서 정치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호평도 따른다. 실제로 심 후보는 TV토론이나 선거 유세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보다는 정책 중심으로 ‘미래의 대한민국’을 구현하는 데 방점을 찍으며 ‘정치인’의 모습을 어필했다. 정책의 비현실성에 대한 비판은 있었을지언정,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사라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러다 보니 지지율도 균등하게 상승하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 정의당은 19세·20대에서 10.2%, 30대에서 14.6%, 40대에서 14.9%, 50대에서 9.6%, 60대에서 5.2%, 70대에서 4.9%를 받았다. 지역별로도 서울에서 11.4%, 경기·인천에서 11.7%, 충청에서 10.2%, 호남에서 9.3%, 대구·경북에서 8.7%, 부산·울산·경남에서 9.6%, 강원·제주에서 11%를 얻었다. 심지어 블루칼라 계층에서 13.7%,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15.4%, 전업주부에게서 10.5%, 학생에게서 14.1%를 획득했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과 블루칼라 노동자가 주로 지지하는 ‘운동권 정당’과 달리, 나이와 지역, 계층을 가리지 않고 고른 지지를 받으며 ‘대중정당’으로서의 기틀은 마련한 모양새다.

‘선명성’과 ‘확장성’ 딜레마 해결 여부가 관건

다만 현재의 지지 구도가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심 후보는 “정의당은 선명함과 급진성을 내세우는 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정의당의 최대 강점이 ‘선명성’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학자들은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호 개방’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 역사를 봐도,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마르크스주의적 계급투쟁 정당에서 실용주의적 국민 정당으로의 변모를 선언한 ‘고데스베르크 강령’ 채택 이후 국민들의 지지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사회민주노동당 역시 페르 알빈 한손이 수정주의적 노선을 채택하면서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의당의 경우 선명성을 포기하면 중도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념적·정책적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고 선명성을 유지하면 대중정당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하는 국민 누구나 지지할 수 있는’ 정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과거 진보정당에 몸담았던 한 핵심 관계자는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TV토론 사건이 정의당의 딜레마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 정의당 당원 중 상당수는 민주당과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V토론 사건이란 심 후보가 대선 후보 1차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 것에 반발, 정의당 당원들 일부가 탈당한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그는 “정의당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민주당에게 지지자를 다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중정당으로 가기 위해 어떤 제스처를 취하기보다는, 지금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시대가 정의당 쪽으로 흘러오기를 바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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