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손학규’ 얼마나 좌클릭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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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손학규’ 얼마나 좌클릭 할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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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진보 표방…G20 앞두고 한미 FTA논쟁 가속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숨가쁘다.
 
‘孫-鄭-丁’ 삼국지 대전이라 불렸던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호(號)가 출범하며 손 대표는 정치재기의 발판 마련을 위한 ‘축배의 공간’을 마련했지만 정국지형에 따라 ‘독배의 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2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투표자 총1만145명과 당원 여론조사 응답자 1만7702명이 투표한 결과, 손 대표는 1만1904표(21.37%)를 얻어 1위를 차지하며 민주당 새 대표에 선출되며 손헉규 호(號)의 돛을 올렸다.

당초 민주당 1차 컷오프에서 예상 밖 부진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후보는 1만776표(19.35%)를 기록하며 2위를 오르며 만만치 않은 조직력을 과시했고 정세균 후보 1만256표(18.41%), 이인영 후보 6453표(11.59%), 천정배 후보 5천598표(10.05%가 그 뒤를 이으며 새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조배숙 후보는 1216표(2.1%)에 그쳐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당 여성후보가 6위 안에 들지 못하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 본선 결과와 상관없이 여성 몫 최고위원직을 차지하게 됐다.

반면 이인영 후보와의 486그룹 단일화를 거부했던 최재성 후보는 4051표(7.27%)에 그치며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해 정계진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손 대표는 이날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승리를 안겨준 당원동지들의 명령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겠다”며 “지금부토 일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온 몸을 바쳐 잃어버린 6백만 표를 되찾아 민주진보세력이 승리하는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궈온 민주와 평화, 참여정치의 정통을 잇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차별과 특권과 반칙에 맞서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드높이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2년간 정세균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구당권파의 사당화 논란에 대한 심판과 민주당이 수권정당의 실패 등임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0·3 전대 결과에서 보듯이 그간 당내 비주류에 머물렀던 비주류 등의 약진과 구당권파-친노성향의 486그룹 등의 몰락으로 인해 민주당 권력 역학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그룹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던 비주류쇄신연대 측은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이 지도부에 입성해 신당권파의 입지를 다지게 됐고 김근태 계보로 불리는 이인영 최고위원 역시 1차 컷오프에서 2위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진보의 기치를 들고 당내 권력지형을 요동치게 할 태세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로 인한 당내 잠룡들과의 불편한 동거 등으로 손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여 자칫 ‘손학규 대표 흔들기’가 가속화될 경우 손 대표가 추구하는 ‘실천적 진보’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박지원 원내대표, 최고위원과 최철국 국회의원, 김맹곤 김해시장 등 신임 지도부와 함께 지난 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방문, 환영나온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손학규 리더십, 11월 한차례 고비

손 대표는 당선 이후 진보와 개혁을 포함하고 중도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손 대표는 진보의 선명성 강조를 통한 중도세력의 포섭에 방점을 두는 실천적 진보를 표방하고 나선 것.

하지만 문제는 10·3 전대가 끝난 지 하루 만에 그간 당권파 수장이었던 정세균 최고위원이 지도부 사퇴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고 민주-호남세력의 적자임을 천명했던 정동영 최고위원, 당초 4위를 예상했던 박주선 최고위원 등이 하위권에 머무르는 등 각 진영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인해 불만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계파 의원들이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손 대표와의 대립각이 불가피한 셈이다.

손 대표의 경우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내 개발, 기업투자와 규제완화, 남북관계 등에 대해 참여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신자유주의 노선을 찬성한 전례가 있어 한미 FTA,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당내 개혁파의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는 11월 개최되는 G20정상회의를 두고 한미 FTA재협상을 위한 정상회의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반대론자인 천정배 최고위원이나 민주당 내 좌향좌를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 개혁파로 분류되는 이인영 최고의원 등이 손 대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이미 지난 6월 말,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간 전작권 환수 연기와 한미 FTA재협상 빅딜 의혹을 제기했다”며 “G20 정상회의가 요란한 외피를 썼지만 정작 핵심 알맹이는 한미FTA 음모적 합의”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지난 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진보적 정체성과 통상주권을 지키는 취지에서 한미 FTA재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이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우물우물 넘어가면 안 된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이는 손 대표가 전대 TV토론 내내 “FTA는 국제적인 상황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국가적인 과제”라고 한미 FTA불가론에 대한 입장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중도개혁’ 노선 자체를 삭제한 상황에서 손 대표가 한미 FTA에 대해 찬성입장을 고수하면 당내 진보개혁파의 정체성 공격을, 반대한다면 중도층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민주당 관계자도 “천정배 최고위원이 주축이 된 민주희망쇄신연대 측과 이인영 최고위원의 486그룹 등 개혁파 의원들이 손 대표에게 한미 FTA에 대한 좌향좌를 요구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MB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 모두가 좌로 가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중도를 표방할 경우 자칫 당내 신임을 잃고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지난 경기지사 시절 도내 투자유치와 관련해 규제완화, 개발위주의 정책 등을 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손 대표의 실천적 진보가 보수진영의 실용주의 노선을 따르는데 불과하다는 비판도 존재하고 있다.

또  MB가 지난해 8·15 광복절에서 친서민·중도실용 노선, 올해 8·15 광복절에서 공정한 사회 등을 통해 정치 어젠다 선점에 성공해 지지율 40%대로 반등했지만 진보개혁세력은 여전히 6·2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이상의 어젠다 설정에 실패하고 있다.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 등은 MB정권의 친서민 정책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엠비어천가’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라는 추상적 담론만 제시 할뿐 그 이상의 대중담론의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보편적 복지 역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따뜻한 복지’를 들고 나올 태세여서 진보개혁진영의 복지 프레임이 선점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손 대표의 실천적 진보, 정동영 최고위원의 담대한 진보, 이인영-천정배 최고위원의 ‘더 왼쪽으로’의 요구 등 당내 불거지고 있는 진보담론을 권력헤게모니에만 이용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손 대표가 당 수장이 되면서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손 대표는 광폭행보보다는 조심스런 행보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지난 6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했을 때 노 전 대통령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생각했다”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반성이 지금도 있다”고 말하며 친노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손 대표의 마지막 관문은 역시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야권연대다.

여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민주개혁세력을 하나로 묶는 연합정치를 통한 대선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하지만 손 대표와 당내 손학규계들이 계파 기득권에만 골몰돼 권력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선다면 사실상 야권연대는 물론 민주당 내 통합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또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범진보진영의 희생을 강조하는 기계적인 야권단일화 방식으로는 국민의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손 대표가 어떤 실천적 리더십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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