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돌입…박근혜 선택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미FTA 재협상 돌입…박근혜 선택은?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11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교부, 한미 FTA 비공식 협의 공식화
참여정부 말기, 이명박 정부 초기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대립을 가져왔던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18대 국회 하반기 때 또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 대권주자 1위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8 개각에서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임명될 당시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장관의 임명이 한미FTA 재협상 논의 시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외교통상부는 지난 9일 한미 FTA관련 비공식 협의 개최와 관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랏셀에서 게최된 ASEM 정상회담, 한-EU 정상회담 및 한EU FTA 서명 행사에 참석한 후 미국 측 요청에 따라 7일 오후 파리에서 드미트리우스 마란티스 USTR 부대표와 비공식 협의를 가졌다”며 사실상 한미 FTA를 두고 재협상 수순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이어 “금번 비공식 협의에서 미국 측은 자동차 및 쇠고기 분야가 주요 관심 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했지만 공식적인 제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은 자동차의 시장전급과 관련된 기초적인 구상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접근 확대에 관한 일부 아이디어를 비공식적으로 표명했다”고 말하며 미국 측의 다른 제안이 있었음을 공식화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측은 서명한 협정문을 수정하는 것은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쇠고기 문제는 FTA와는 별개의 이슈로서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세청 국정감사에 참석, 이현동 국세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뉴시스

일단 우리정부는 협정문 수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국 측이 어느 부분을, 어떤 수준까지 요구했는지 여전히 비공개 입장을 고수, 양측의 협상력에 따라서 협정문 수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FTA의 협정문을 수정한다면 우리정부가 주장해온 ‘추가협의’ 또는 ‘쟁점현안 조정 수준’을 넘어 사실상 재협상 단계에 들어가므로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 등 국회 동의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아야 한다.

특히 MB정부 초기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던 정운찬 전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 협상 과정에서 퇴진압력을 받았던 것처럼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 장관 역시 경우에 따라 퇴진 운동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 경우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원칙론을 고수하며 ‘한마디 말’의 정치로 특유의 정치적 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박 전 대표에게 한미 FT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등 친이-친박계가 모처럼 화해무드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FTA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국민의 건강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한 전례가 있지만 대권을 2년 앞둔, 그리고 친이계와의 정치적 스킨십을 넓히고 있는 시점에 문제가 불거져 어떤 식으로든지 입장 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한미 FTA가 일종의 딜레마다.
 
한미 FTA를 찬성한다면 야당 등 진보진영의 공격에, 반대한다면 친이계와의 대립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대권 주자로서의 책임 회피에 봉착할 것으로 보여 어느 선택을 하든지 쉽지 않은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한편 민주당 역시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이 한미FTA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손학규 대표를 압박하고 있어 한미 FTA 재협상 논의가 18대 후반기 정치권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