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카드’, 손학규 승부수 던졌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영춘 카드’, 손학규 승부수 던졌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12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학규 “제2의 노무현 기대”...“전국정당화 마련”
당 내부 “손 대표의 486그룹에 대한 경고 메시지”
정세균 침묵 속 친노그룹 손학규와 전면전 선언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당권을 거머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손학규發 깜짝 카드’를 선보이며 사실상 대권 승부수를 던졌다. 그것은 바로 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YS문하생이었던 김영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내정한 것.

한나라당 출신의 탈당 경력이 있는, 열린우리당 시절 대표적인 비노(非盧) 인사였던 김 전 의원의 내정을 두고 당 안팎에선 손 대표의 ‘대권 승부수’라는 긍정론과 ‘손 대표의 자기사람 심기’라는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며 정치지형을 흔들고 있다.

손 대표는 김 전 의원을 내정하면서 세대교체의 흐름 강화와 전국정당화, 그리고 범야권 통합이라는 3가지 명분을 제시했다.

손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청에서 당대표실에서 열린 제256차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춘 전 의원을 최고위원에 임명한 것은 이번 전대를 통해 국민과 당원들이 민주당에게 요구하는 변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을 김 전 의원을 통해 더욱더 가속화하자는 뜻”이라며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는 물론, 민주진보진영의 대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춘 전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부산에 출마할 것”이라며 “부산에 출마해달라고 하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희생과 헌신의 정신을 지닌 김 전 의원이 제2의 노무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도 이 자리에서 “지난 과정에서 여러 일이 많았지만 민주당 차기 대선의 집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과제인 전국정당화를 위해 민주당이 국민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진보성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김 전 의원을 비롯해 당내 486그룹 등이 민주당=호남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며 영남권 교두보 마련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제2의 노무현 열풍이 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던 김 전 의원의 최고위원직 지명을 위한 법률적인 절차 마련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지난 12일 민주당은 복당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김 전 의원의 복당절차를 완료, 김 전 의원의 최고위원직 임명은 사실상 당무위 인준 절차만 남긴 셈이다.

이로써 1987년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실 비서, 1996년 한나라당,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2007년 11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거쳤던 김 전 의원은 다시 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기며 정치적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 김영춘 열린우리당 전 의원.     © 뉴시스

손학규, 김영춘 내정...속내는?
손 대표는 표면적으로 김 전 의원의 최고위원직 지명과 관련해 전국정당화, 야권통합 등에 방점을 둔 발탁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 시절 대표적인 비노(非盧) 인사이자 2007년 대선 당시 친노그룹에 완전히 등을 돌렸던 그를 두고 ‘제2의 노무현이 될 것’이라며 한껏 추켜세웠다.

이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차세대 리더들의 선(先)세대교체, 후(後)민주당 세력 재편을 통한 민주당의 전국정당화에 대한 당위성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전 의원과 같은 486그룹 등이 향후 당내 주류로 부상하고 이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기득권을 포기한 채 2012년 총선 때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행보를 가시화한다면 2012년 대선 돌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 대표는 지난 6일 오후 당 대표 몫인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김 전 의원으로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19대 총선 때 부산지역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김영춘 카드’는 단지 민주당의 정국정당화를 위한 명분에 그치는 것일까.

민주당 관계자는 김영춘 카드와 관련, “원래 당 대표 몫인 지명직 최고위원은 영남 몫으로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당초 대구 출신의 친노인사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가장 유력했고 추미애 의원이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도 거론됐다”면서 “하지만 결국 김영춘 전 의원인 낙점됐다. ‘김영춘 카드’는 영남권-친노-486그룹 등을 동시에 견제하는 카드”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10·3 전당대회에서 고려대 후배인 이인영 후보를 적극 밀었던 김 전 의원을 손학규계로 완전히 포섭해 손학규-이인영-김영춘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라인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손 대표의 ‘김영춘 카드’는 486그룹의 지지를 받았던 정세균 최고위원은 물론, 당내 486그룹과의 세대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비주류 쇄신연대 출신의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과의 경쟁체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는 권력지형의 선택과 집중전략이 가능하게 됐다.

당내 모든 계파를 견제하는 ‘김영춘 카드’에 대해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발은 없을까.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발과 관련해 “겉으론 생각보다 반발이 심하지 않지만 속내는 다르다. 일단 정동영 최고위원 측은 바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당내 권력투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고 박주선 최고위원의 경우 전대에서 예상 밖 저조한 성적을 거둬 당내 동력이 약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세균 최고위원인데, 김영춘 전 의원이 같은 계보는 아니지만 고려대 동문인 김 전 의원에게 애써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세균 최고위원과 김영춘 전 의원, 그리고 이인영 최고위원 등은 모두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정 최고위원은 1974년에 총학생회장을, 김영춘 전 의원은 1984년, 이인영 최고위원은 1987년 총학생회장을 맡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세 명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같이 서울대-고려대 라인이 민주당 주요 당직을 포섭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당내 친노그룹 등의 반발도 또한 거세게 일고 있어 김 전 의원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민주당 정체성 논란으로 흐리고 있다.

또 손대표가 지난 11일 당 사무총장에 이낙연 의원을, 대표 비서실장에 양승조 의원을 대변인에 이춘석 의원을 각각 내정하면서 호남권을 배려하는 인상을 줬지만 친노인 김정길 전 장관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친노그룹의 공격이 본격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당내 풀리지 않은 계파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춘 전 의원의 임명은 멸시와 야유를 받아가면서 민주당 간판으로 영남에서 싸워온 수많은 당원 동지들을 부정하고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손 대표는 지금 당장 김 전 의원의 최고위원직 임명을 철회하라”고 일갈했다.

또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영남지역 당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영남 몫 최고위원을 내정한 손 대표는 얼마나 다른가”라며 “당 대표가 됐다고 해서 첫 인사부터 점령군처럼 행세하지 말라”고 손학규 친정체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전 장관의 이 같은 비판은 김 전 의원의 지명과 관련해 YS-한나라당 출신이자 지난 17대 대선 당시 문군현 후보 쪽으로 말을 갈아타 철새 논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당내 계파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당초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노인사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김 전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올랐던 점에 비춰, 김 전 장관이 자기 몫을 뺏기자 친노그룹의 영향력 쇠퇴 등을 우려한 비판에 불과하다며 김 전 장관의 기자회견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비판여론에 대해 “당내 친노그룹이나 비(非)손학규 인사들의 비판도 비판이지만 손학규 계도 내부적으로 ‘손 대표 요청으로’ 최고위원을 맡게 됐다고 말한 김 전 의원의 발언으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며 “그간 민주당에 복당하려고 애썼던 김 전 의원이 마치 손 대표의 요청으로 당에 복당한 것처럼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하며 김 전 의원이 당내 전방위적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내비쳤다.
▲ 지난 2007년 5월 7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재선의원 모임 기자회견 후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김영춘 최고위원, 정장선 의원.     © 뉴시스

김영춘, 정치재기 할까.
김영춘 전 의원은 정치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전 의원은 1987년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의 비서실 비서로 정치에 입문, 1993∼1994년까지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을 거치며 상도동계의 주목받는 ‘486정치신인’이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돼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했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민참여통합신당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당시 한나라당 이부영·김부겸 의원 등과 열린우리당 창당에 기여, 정치적 행보를 180도 바꿨다.

열린우리당 시절 대표적인 비(非)노인사였던 김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사람이 희망’, ‘진짜 경제’들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운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쪽으로 다시 말을 갈아탔다.

다시 말하면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2006년 지방선거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를, 2007년 대선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각각 지원사격 했지만 이들은 모두 낙선됐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의 기득권을 내던진 승부사 기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말하면 일관된 행보를 보이지 못한 정치철학의 부재에 노출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김 전 의원이 던졌던 승부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정치판을 읽는 수가 약하다는 평가도 존재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손 대표나 김 전 의원이 향후 진보적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들의 승부수는 정치재기의 발판 마련을 위한 ‘축배의 공간’이 아닌 ‘독배의 잔’이 될 수 있다.

김 전 의원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 전 의원은 “10.3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가 당선된 이후 전국정당화와 정권탈환, 세대교체 등의 정치변혁을 민주당의 새로운 기치로 내세웠다”며 “미력하지만 민주당의 개혁과 대안세력으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되고자 지명직 최고위원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좌표를 서민과 중산층에 두고 단결과 통합의 메시지를 통해 야권통합의 밀알이 될 것”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의 연대와 통합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정치세력이 아닌 개혁과 중도,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며 “새로운 전략과 비전을 통해 2012년 총선과 정권교체를 위한 범야권단일화 연대에 총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춘 전 의원의 민주당 복당이라는 정치실험은 권력과 위선의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정치사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또 김 전 의원의 기득권 포기는 정치권 전반의 만연된 퇴행적 민주주의를 단절시키고 계층과 지역,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민주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의 이목이 김 전 의원에게 쏠리는 이유다.
 
다음은 김영춘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손학규 대표에게 지명직 최고위원에 내정된 사실을 언제 통보받았습니까.
“10·3 전당대회를 마치고 이틀 뒤인 10월 5일입니다. 2012년 총선의 지역구 문제가 걸려기 때문에 바로 수락은 못하고 하루정도 숙고한 뒤 손 대표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손 대표는 김 전 의원을 내정하면서 전국정당화·범야권 통합·세대교체 등을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손 대표나 민주당의 가치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데 동의하십니까.
“그렇죠. 동의하니까 최고위원직 임명을 받아들였죠. 손 대표가 당선 이후 전국정당화을 통한 2012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게도 같은 사명을 가지고 한배를 타자고 했고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라는 정치철학을 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2007년 열린우리당 탈당 이후 민주당 복당을 염두해둔 행보로 봐도 됩니까.
“그런 건 아니고... 정치인들마다 방법과 내용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라는 핵심 가치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해요. 민주당의 정체성과 좌표를 서민과 중산층에 두고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간다면, 그래서 야권 세력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면 민주당이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내 친노그룹이나 468그룹 등에서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요.
“486그룹 인사들은 가치나 정책적인 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 긴밀한 대화를 통한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고 있어 밖에서 보는 것처럼 486그룹 간 분열이 있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19대 총선 때까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세대교체 등 추상적 담론이 아닌 구체적 담론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주당을 서민과 중도층 등의 지지층 복원과 정체성 확립을 통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민주당의 쇄신이자 새로운 진보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총선 전까지 개혁과 중도, 진보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