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MB-朴-孫’, 대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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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MB-朴-孫’, 대권전쟁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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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풍, '친이-친박-野' 동시 견제…손학규-박근혜 대권 양자구도
다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MB정국 3기 내각을 단행했던 8·8개각과 민주당 10·3전당대회 이후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제외하곤 별다른 정치 일정이 없어 권력헤게모니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가지 변수가 정국의 권력지형을 흔들고 있다.

하나는 ‘MB發 검풍’이고 또 하나는 ‘손학규 민주당 체제’의 출범이다. 전자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국 전체를 흔들고 있다면 후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박근혜 지지율’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MB發 검풍이 여의도 정가를 블랙홀로 빨아들이자 당 안팎에선 MB가 친이계와 친박계를 동시에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MB發 사정수사는 친이계 인사들에겐 정치적 활동공간을 열어주면서 정국주도권은 여전히 MB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MB식 정치라는 것이다.

친박계는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고 야당은 대기업 사정수사가 전(前)정권 호남인사를 타깃으로 할 조짐이 보이자 MB정권에 대한 비판 동력이 급속히 상실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는 최근 친박계와의 화해모드를 통해 친박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는 친박계의 정치적 동력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 MB와 박 전 대표는  8월 21일 전격적인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이후 무려 11개월 만에 만난셈이다. 일각에선 MB와 박 전 대표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만큼 양자회동 이후 관계회복엔 부정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세간의 예상을 깨고 이들은 국정의 동반자 관계를 천명하며 전략적인 제휴를 모색했다.

그간 미디어법과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친이-친박 간 퇴로 없는 전쟁을 했던 탓일까.

한나라당 내부에선 이들의 만남 자체만으로 친이계와 친박계간 계파 갈등의 해소는 물론, 개헌 등과 향후 MB 3년차 국정과제에 박 전 대표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추측이 흘러나왔다.

MB는 10월 1일 또다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이날 MB는 박 전 대표의 자리를 자신의 바로 옆으로 배치하며 친박계와의 화해 시그널을 보냈고 박 전 대표는 이에 화답하듯이 MB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을 위해 건배하자”며 예정에 없던 건배사를 했다.

MB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과 나 사이엔 긴 이야기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여러분과 난) 이심전심이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그런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의 성공은 이명박 (개인의) 성공이 아닌 한나라당 정권의 성공이고 이는 차기를 기약하는 큰 밑바탕”이라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다음 정권이 탄탄대로 위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MB와 박 전 대표의 만남의 대한 긍정적인 외부평가와는 달리 친이계 내부에선 다른 반응이 흘러나왔다.

과연 친이계 내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왼쪽부터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뉴시스

“MB, 친이계 군기 잡기에 나섰다”
“친이계 잠룡들을 관리하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일 뿐이다.”
여권 핵심인사는 최근 MB의 박 전 대표와의 화해 무드 조성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8·8 개각 당시 지명된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태호 후보자가 야권의 공격을 받을 당시 친이계 중진급에선 적극적인 방어태세를 하지 않았다. 중진급에선 김 후보자가 몰고 온 세대교체에 대한 불만과 걱정의 기류가 흘렀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흠이 발견되자 친이계 잠룡군들이 암묵적 담합을 통해 방관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김문수 지사에 대해 적극 지지의사를 밝혔는데도 김 지사는 김 후보자의 국무총리 지명에 대한 불만을 청와대로 돌리며 MB를 직접적으로 공격했다”며 “이런 친이계 중진급 인사들의 행동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 상당히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는 MB가 김태호 카드를 통해 박근혜 대항마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가려 했지만 친이계 중진들의 반대로 이 같은 전략이 무산되자 박 전 대표와의 화해를 통해 친이 잠룡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또 당 안팎에선 MB복심이 김태호 카드처럼 제3의 인물에 있다는 말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MB가 사실상 친이계 잠룡들에 대한 관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한나라당 권력지형을 판을 흔들 ‘태풍의 눈’은 누굴까.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주저 없이 이재오 특임장관을 지목하며 “그는 대권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속내는 대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며 “2012년 대선이 가까이 오면 올수록 자기 나름대로 광폭행보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장관이 킹을 하느냐, 킹메이커에 머무느냐에 따라서 한나라당 차기 대권 주자의 판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만일 이 장관이 김문수 지사를 도와준다면 한나라당 대권 경선은 박근혜 vs 김문수의 대혈전이 될 것이고 이 장관이 오세훈 시장이나 원희룡 사무총장이나 나경원 최고위원 등 예비 잠룡들의 킹메이커를 자처한다면 이들이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 스스로 대중적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등 킹에 가까워져야 킹메이커의 영향력도 극대화 된다”며 “이 장관의 워낙 뚝심이나 권력의지가 강하고 과거 민중당 활동 등에서 보듯이 청렴성을 갖추고 있어 쉽게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과거 가는 곳마다 (자의 반 타의 반) 분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화합의 행보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이 장관은 차기 킹메이커와 관련, “국무위원 신분으로 다음 대선을 얘기하는 순간 정부는 부작용을 겪는다”며 “지금 그런 생각(차기 대권)은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저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어떤 자리를 탐하는 것보다 공정사회 등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제 꿈”이라며 “18대 총선에서 떨어지고 나서 집권 여당의 리더십은 야당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당 리더십은 투쟁의 리더십이 아닌 화합의 리더십”이라며 거듭 여야 간 상생을 강조했다.

반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권력 지형과 관련해 “SD계열의 수장인 이상득 의원이 친이계 분열을 막고 차기대권의 조기 과열을 막기 위한 행보를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이상득 의원의 물밑작업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 의원은 여의도 정치가 대권레이스 정국으로 급선회된다면 공정사회 등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집권후반기 정책추진에 제동이 걸리거나 MB의 조기 레임덕이 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단합된 친박계와는 달리 분화된 친이계가 끝내 단합한다면 차기 대권주자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최근 이 의원은 친박계에게 화해의 시그널을 보내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근 SD계열이 친박계와 친이계의 중간 역할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최대한 계파 충돌을 막고 최근 이재오 장관 쪽으로 쏠린 친이계 내부의 역학관계를 원위치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친박계 역시 차기대권에서 ‘박근혜 대세론’의 가장 큰 걸림돌이 친이계의 비토론이라는 점에서 SD계열의 화해모드 조성에 일부 의원이 동조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MB가 조기 대권레이스 불가입장을 드러나자 그간 침묵하던 친박 성향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움직임이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보수계 대권주자에서 박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에 이어 3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가졌다.

오 시장은 그간 민선5기 임기 완수 의지를 피력하며 차기대권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지난 14일 실무 참모진에게 시장임기에 대해 단정적인 언급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차기대권을 향한 행보를 가시화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오 시장의 대권 가능성과 관련해 “오세훈 시장의 장단점은 이재오 장관의 장단점과는 반대된다. 오 시장은 이미지는 좋지만 뚝심이 부족해 국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적 행보를 걷는다. MB가 청계천 효과로 인해 대권을 잡자 오 시장은 광화문 광장을 만드는 등 MB식 정치를 좇아가고 있다. 특화된 뚝심을 보여줘야 대권행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이재오 특임장관.     © 뉴시스

손학규 지지율 급상승...대권지형 요동
‘孫-鄭-丁’ 삼국지 대전이라 불렸던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호(號)’가 출범하며 손 대표는 정치재기의 발판 마련을 위한 ‘축배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박근혜 전 대표와 쌍벽을 이루며 ‘손학규 대망론’을 정착시킬 태세다.
손 대표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4%)에서 전(前)주 대비 1.2% 상승한 12.7%를 기록하며 2위를 올랐다. 박 전 대표는 전주 대비 소폭 하락한 29.5%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 시절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손 대표는 민주당 대표 이후 부쩍 좌향좌하며 진보중도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손 대표로선 합리적 보수와 민주당의 중도, 그리고 최근 정치권의 유행인 진보까지 모두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과거 YS에 의해 정치에 입문했을 정도로 한나라당 보수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손 대표로선 향후 정체성 논란이 재연될 수 있지만 민주당 대권후보 또는 2012년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면 적어도 표 확장성 면에선 타 후보들을 압도, 지지율이 영남 보수층에 고착돼 있는 박 전 대표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손 대표 지지율의 추세가 급상승세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손 대표를 정조준하며 ‘손학규 때리기’에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를 직접 겨냥하며 “과거 우리 동료였던, 무려 1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손 대표가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다소 강경한 드라이브를 걸 것을 예상했는데 도가 너무 지나치다”며 “국민을 속이는 또 사안을 왜곡하는 발언은 이제 중단해라. 여야 정치가 싸우지 않는 정치가 될 수 있도록 제1야당의 지도자는 자중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비주류 최고위원을 자처하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도 “요즘 손 대표가 오버를 많이 하고 있다.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민주당 대표가 되더니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멍에를 벗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냐”며 “정세균 전 대표가 정권교체 전반기 때 호남 대표성을 차지하기 위해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발목잡기식 정치를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손 대표는 정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학규 때리기’는 한나라당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진행 중이다.
오는 11월 개최되는 G20정상회의를 두고 한미 FTA재협상을 위한 정상회의라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반대론자인 천정배 최고위원이나 민주당 내 좌향좌를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 개혁파로 분류되는 이인영 최고의원 등이 손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와 관련, “사실상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측 대표가 비공식 접촉을 갖고 실질적으로 물밑에서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책임 있는 제1야당이 입장하나도 못 가지고 있다는 건 대단히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MB정부 출범 이후 여야 모두가 좌로 가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중도를 표방할 경우 자칫 당내 신임을 잃고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 측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에 한미 FTA를 두고 당내 불협화음이 격화될 수 있겠지만 당내 입장은 한미 FTA의 거부가 아닌 수정이라는 점에서 손 대표를 크게 압박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전대에서 2위에 그쳤던 정동영 최고위원인데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인준 당시 열린우리당 대표는 정 최고위원이 아니었느냐. 지금의 손 대표는 공격은 자기 입지 구축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당내 빅3의 불안정한 동거에 대해 “지금 지도부는 단일성지도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손 대표는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대의를 거스르는 사람은 아니다. 분란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이인영 최고위원을 차기 민주당 권력지형의 핵으로 꼽는다. 당내 486그룹인 삼수회가 ‘진보행동’이라는 본격적인 세 확대에 나선 가운데, 손 대표가 이들과의 연대를 통해 손학규-486그룹 라인을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난 10·3 전대에서 종합득표 11.4%의 지지율을 보이며 4위에 오른 이 최고위원의 경우 대의원투표 득표율(14.6%)이 당원 여론조사 득표율(4.5%)보다 세배나 높게 나왔다는 점에서 인지도가 상승할 경우 빅3를 위협하는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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