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우유시장 놓고 격돌…신격호 VS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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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우유시장 놓고 격돌…신격호 VS 신준호
  • 이해인 기자
  • 승인 2010.10.27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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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롯데삼강 종합식품기업 목표 내세워 '파스퇴르' 인수
푸르밀과 경쟁 관계 불가피…애증의 두형제에 재계 이목 집중
롯데가의 큰형과 막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롯데그룹이 이달초 파스퇴르유업을 전격 인수하며 형제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큰형은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 막내는 푸르밀의 신준호 회장을 뜻한다.

사실 두형제는 애증의 관계다.

5남5녀의 장남인 신격호 회장은 그룹 경영에 형제들을 개입시키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유독 편애했던 사람이 5남인 신준호 회장이다.

신격호 회장의 세번째 남동생은 신춘호 농심 회장이지만 신춘호 회장은 자수성가한 케이스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라면에서 독립해 농심라면을 시작으로 안성탕면, 신라면, 새우깡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식품기업 빅3, 재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그때도 신격호 회장은 신춘호 회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반해 신준호 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승승장구했다.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신준호 회장은 롯데제과가 설립된 67년 부터 회사경영에 개입했다. 롯데제과 전무, 롯데제과 대표, 롯데그룹 부회장 등 롯데그룹 및 계열사에서 잔뼈가 굵는 등 큰 형인 신격호 회장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 신격호(왼쪽)롯데회장과 신준호(오른쪽)푸르밀회장     © 뉴시스

 
그래서 일부에서는 신격호 회장이 자식들을 물리치고 신준호 회장에게 기업 경영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왔다.

그런데 이렇게 두터웠던 형제애는 신준호 회장의 욕심(?)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두 형제의 갈등은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1996년 부동산 실명제가 실시되면서 불거졌다.  

신격호 회장은 현 서울 양평동 롯데연구소 부지 등 전국 일곱군데에 있던 부지를 회사 명의로 바꾸려 했다. 그 전까지만해도 이 땅의 명의는 신준호 회장이었다.

땅의 규모는 약 37만여평(110만여㎡). 그런데 큰 형님의 말씀(?)이라면 껌뻑했던 신준호 회장이 어쩐일인지 결사 반대했다.

신준호 회장은 신격호 회장이 팔려는 땅은 아버지가 물려준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격호 회장은 대노했고 서울지법에 '명의신탁해지로 인한 소유권 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지법은 신격호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신준호 회장은 그때부터 형에게 반항한 욕심 많은 동생으로 추락했다.  

신준호 회장은 재판에서 진 후 신격호 회장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하지만 믿었던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신격호 회장은 신준호 회장을 용서하지 않았고 둘 사이는 그렇게 멀어졌다.

그러면서 신준호 회장은 롯데그룹 부회장에서 면직되고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던 롯데햄우유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절치 부심하던 신준호 회장은 지난 2007년 4월 롯데햄우유에서 롯데우유로 독립한 후 다시 회사 이름을 푸르밀로 바꾸며 독립경영시대를 맞았다.

그러면서 신격호 회장과 신준호 회장은 식품업종에 종사하는 오너로서 선의의 경쟁 체제로 들어섰다.

그런데 최근 롯데그룹이 파스퇴르 유업을 인수하면서 두 형제 사이에는 묘한 기운이 다시 일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삼강을 통해 한국야쿠르트가 갖고 있던 파스퇴르 유업 지분 100%(액면가 600억원)를 인수하며 푸르밀과 전면전을 예고했다.

물론 롯데그룹의 파스퇴르 인수는 신준호 회장의 조카인 신동빈 부회장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최근들어 한국 롯데 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핸들링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이 오케이를 안했다면 신 부회장이 파스퇴르 유업 인수가 가능했겠냐는 점에서 아직도 신격호 회장이 신준호 부회장을 용서치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역시 동생 업체인 농심이 하던 업종엔 될 수 있는 데로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제과는 몇해전만해도 농심에서 스낵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스낵업종은 명맥만 유지한 채 잘 돌보지 않았다.

또한 롯데라면이란 이름으로 롯데마트가 라면을 팔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OEM 제품이란 점에서 형제 기업의 업종 침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이번 파스퇴르의 인수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우유가 그다지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닌데다 파스퇴르도 탐을 낼 만큼 실적이 좋지도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와함께 현재 푸르밀이 롯데마트에 OEM으로 우유를 공급하고 있는것이 조만간 공급선이 파스퇴르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롯데삼강이 파스퇴르 유업 인수를 위해 11월 둘째주에 3년만기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롯데그룹이 굳이 파스퇴르를 인수할 이유가 있었느냐는데도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증권가에서도 이번 인수를 그다지 탐탐치 않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롯데삼강의 매출을 늘리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익도 많이 낼 수 있겠냐는 점에는 의문을 나타낸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가공시장의 경쟁이 심하고 원재료의 수급 변동도 심해 수익성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유가공시장 8위권인 파스퇴르의 영향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대해 “롯데삼강이 2018년까지 매출 2조 5000억원의 국내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라며 주변의 의문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푸르밀도“롯데그룹의 파스퇴르 인수는 필요에 의한 것 아니겠냐”라며 형제간의 다툼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듯 말을 아꼈다.

푸르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합의가 끝난 문제인 줄 안다”며 "PB우유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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