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보수 VS 진보, 대연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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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보수 VS 진보, 대연합 가능할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0.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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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유시민 ‘긍정’, 진보신당은 ‘진보대통합’
이회창 보수대연합 불 지피고, 한나라는 ‘글쎄’
“왜 연정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세계 여러 나라가 다 연정을 하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는 연정 이야기만 나오면 펄쩍 뛰는가 라고 되묻고 싶다”며 “연정이 성공하면 독재와 타도, 불신과 대결로 점철되어온 우리 정치에 신뢰와 협력, 대화와 타협이라는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고 결국 우리정치는 투쟁의 민주주의 시대에서 관용의 민주주의 시대로 한 단계 성숙할 것이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7월 28일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지역구도 극복과 대연정 제안>이라는 제목의 메일 중 일부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을 전제로 총리지명권 등 대통령의 권력을 내각제 수준으로 이양하는 대연정을 한나라당에 공식 제안하며 “대연정을 하려면 우리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비(非)노 인사들은 “한나라당은 연정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한나라당은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또 하나의 쿠데타이자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기 위한 화려한 포장술에 불과하다”고 또 민노당은 “차리라 한나라당과 합당을 하라”고 일갈했다.

그렇게 대연정은 범야권의 음모론 제기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한미FTA 추진의 역풍까지 겹치며 사실상 조기 레임덕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MB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추진한 반MB연대가 선거판을 흔들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연합정치가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야당의 민주대연합론은 노 전 대통령이 승부수로 던졌던 권력이양을 통한 대연정과는 분명 다르지만 적어도 연합 내지 연대를 통한 공동의 철학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거시적 목표는 같은 지향점에 수렴된다.

새로운 정치문화라는 긍정론부터 야합이라는 부정론까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연합정치. 과연 2012년 정치권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1대 1 구조는 가능할까.
▲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왼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 뉴시스

민주당 ‘기득권’ 포기가 관건
연합정치에 적극적인 쪽은 진보개혁진영이다. 진보신당을 제외한 진보개혁진영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대연합론이라는 선거프레임을 가지고 선거연대를 주도하며 한나라당에 압승,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연대의 당위성엔 긍정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선 추상적 담론만 내놓은 채 구체적 실천 방안은 미루고 있어 연합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에 비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진보개혁진영은 최근 잇따라 연합정치에 대한 토론을 개최하고 있지만 연합의 방법론과 관련해 서로 동상이몽(同床異夢)행태를 보이고 있어 연합정치가 길을 잃고 있고 배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2 지방선거에선 대권 잠룡들의 이해관계가 적어 야권연대에 대한 협의가 가능했지만 7·28 재보선의 경우 당내 잠룡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상충으로 인한 사실상의 무늬만 단일화에 그쳤고 결국 장상 야권단일후보는 왕의 남자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국민들은 6·2 지방선거에선 야권단일화를, 7·28 재보선은 그것을 견제해 야권의 연합정치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특히 진보개혁진영의 경우 중도자유주의 성향의 민주당·국민참여당부터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까지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합정치의 길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연합정치 가능성과 관련, “한국정치 구도상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선거 등 부분적인 선거라면 모를까 대선 전체에서 1대1 구조는 어렵다”며 그 이유로 “진보진영에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보수진영은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막혀 선거에 출마조차 못한다면 이들의 당 정체성은 소멸되기 때문”이라며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반MB연대를 통한 보수주의 정치타파라는 명분을 추구하고 있는 진보개혁진영. 그들 내부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연합정치의 가장 걸림돌은 뭘까.

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호남 몰표’라는 기득권을 과연 민주당이 포기할 수 있느냐, 그리고 정파 간 각기 다른 연합방정식의 복잡한 셈법을 누가, 어떻게 푸느냐다.

일단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2012년 반MB연대에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보개혁진영 중 20∼30대 지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지난 6일 대구대 특강차 대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6·2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야권단일화는 국민의 요구다.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vs 비(非)한나라당의 구도로 가면 유권자는 원하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며 야권연대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유 원장은 6·2 지방선거 전부터 “야권단일화는 유권자의 지상명령이다. 다르니 연대하자는 것인데 칸막이를 쳐서 진보만 연대하자는 것은 연대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민주대연합이냐, 진보대연합이냐 하는 것은 관념적 논쟁에 불과하다”고 역설, 연합정치에 불을 지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지난 11일 국회 민주노동당 대표실에서 이정희 민노당 대표를 예방하며 “(야권연대와 관련해)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정동영 최고위원 역시 ‘2012년 연합정치’라는 주제로 잇따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연합정치를 위한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에서 드러났듯이 야당간 연합 방정식에 대한 엇갈린 셈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론조사에 의한 기계적인 단일화 밖에 없다.

이는 소수정당의 희생이 담보돼야 성공하는 연합방정식, 민주당의 도그마를 깰 수 있는 방법의 부존재 현상이 빚어져 결국 감동 없는 단일화 방식이 재연, 반MB연대의 대안은 민주당뿐인가 하는 물음에 봉착될 수밖에 없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지난 7월 19일 오전 국회 진보신당을 예방해 노회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진보신당-민노당, ‘해법 달라’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국민참여당과는 달리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연합방정식은 더 복잡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성향 진영이 일사대오를 형성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4당의 민주대연합론에 맞서 진보대연합론을 주장했다가 참패를 겪었던 진보신당은 조승수 대표 체제를 맞아 야권연대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력통합식 반MB연대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일방적인 반MB연합이 아닌 진보대연합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진보대연합은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반MB연대는 진보세력이 2012년에 정치주도세력이 아닌 정치보조세력으로 머물겠다는 뜻”이라며 선(先)진보대통합, 후(後)야권연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조 대표는 다음날인 21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諸) 진보진영 대표자 정례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그간 당 내부적으로 통합과 관련해 많은 토론을 거쳐 진보정치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내년 11월까지 통합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며 진보신당을 압박했다.

조 대표의 경우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민노당의 종북주의를 비판하며 제일 먼저 탈당한 선도 탈당파였다는 점에서 민노당-진보신당 간 합당이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를 조직하는데 앞장섰던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지난 8월 26일부터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자며 ‘유쾌한 민란 100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문성근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야권단일정당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기득권의 포기를 담고 있어 그것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하며 범야권을 압박했고 이어 “민주당은 비민주적인 당헌당규를, 국민참여당은 민주당과의 차이가 없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아이러니컬하게고 사회가 진보적으로 움직이는 걸 막고 있다”고 기존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결국 제도권 정치세력 중 민주당과 국민참여당·민노당은 야권단일화에 긍정적이지만 국민참여당은 합당은 불가입장을, 민노당은 진보정당의 통합을, 진보신당은 민노당과 사회당, 그리고 녹색당 추진세력, 진보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노동운동 혁신세력이 포함된 선(先)진보대통합을 주장하고 있어 야권의 연합방정식은 그야말로 난제 중 난제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대선 막판으로 가면 2:2 구조나 2:1 구조로 갈 가능성은 있지만 진보대연합 VS 보수대연합의 1:1 구도는 사실상 어렵다”며 “그간 한국정치사는 당선을 위한 연대, 즉 당선된 이후 파이를 나눠주는 형태의 연합정치만을 구사해 야합에 의한 연합정치로 흐른 측면이 있고 국민들 역시 명분 없는 단일화는 야합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5역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보수진영 대연합, 글쎄...

보수진영의 대연합론에 불을 지핀 정치인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다. 이 대표는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에서 잇따라 참패를 당하자 보수대연합론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한나라당 친박계는 요지부동 상태고 친이계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한나라당뿐 아니라 보수 전체가 머리를 사매고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이해타산을 떠나 나라의 정치 진화를 위해 대연합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보수대연합론에 불을 지폈다.

또 이 대표는 지난 8월 31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자유선진당의 존재가치가 없다면 내가 나서서 당을 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제기한 보수대연합론으로 사실상 7·28 재보선 선거가 어려웠다고 비판하고 나서자 이같이 답하며 당내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 대표가 꺼내든 보수대연합론이 당초 의도와는 달리 한나라당과의 합당 시나리오로 간주되자 자유선진당 쪽에서 다시 보수대연합론 카드를 접는 풍경이 연출됐다.

지난 7월 16일 한나라당 수장으로 선출된 안상수 대표가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도로 모셔갈까요”라고 농담을 던지자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곧바로 “우리(선진당) 쪽으로 오시라”고 응수했다.

3일 뒤인 7월 19일 이 대표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나라당에서 경선을 계기로 보수통합 얘기가 나오면서 자유선진당과의 통합 얘기도 나왔는데 너무 앞서간 것”이라며 “보수정권의 탄생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선 연대, 연합 같은 게 있을 수 있고 그 가운데 합당도 있겠지만 이는 향후 논의될 문제”라며 한나라당과의 합당에 일단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는 “안상수 대표 등 일부 친이계도 보수연합에 공감하고 있지만 최근 정치권이 좌향좌하려는 상황에서 자유선진당과의 합당은 중도층 공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안 대표도 그래서 중도보수 얘기를 꺼내지 않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176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지금 저렇게 죽을 쓰면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데, 우리가 거기에 몇 석 더해 준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보수대연합은 당의 통합이 아닌 정말 보수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각성의 메시지를 한나라당에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한나라당 7·14 전대에서 공식적인 합당선언을 했던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는 3개월이 지난 10월 26일까지도 합당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세청이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양정례·김노식 비례대표 후보에게 32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미래희망연대에게 13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하자 한나라당에서 합당에 제동을 건 것이다.

사실상 같은 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한나라당-미래희망연대 간 통합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정두언 최고위원 등도 보수대연합론을 제기한 만큼 정치상황에 따라 한나라당 친이계를 중심으로 보수대연합을 통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친이계 관계자는 “지방선거의 패배는 야당의 진보대연합에 맞서 강한 보수의 대결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었다”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리고 있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과 관련해 “제가 동거정부 얘기를 가시 꺼낸 데는 좀 특별한 뜻이 있다. 비록 야당이라 할지라도 연합까지 해가면서 반대만 하는 건 공당의 도리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정당이 연합을 해 국회 과반수를 만들 때는 정권을 잡아서 책임 있는 일을 하기위한 것이지 정권에 반대하고 흔들기 위한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철학이 지금 현재 정치권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기존의 제도권 정당들은 자신들의 추구하는 보수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의 철학은 무엇인지, 그것이 공적 영역에서 타당한 것인지, 이제 그들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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