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재점화’ 되나…헌재 판결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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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재점화’ 되나…헌재 판결문 논란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11.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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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각하 4명, 기각 1명, 인용 4명으로 심판 정족수 못 채워”
지난해 상반기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던 미디어법에 대한 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결국 기각됐다.

헌재는 25일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 청구에서 “각하 4명, 기각 1명, 인용 4명으로 어느 의견도 권한쟁의 심판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며 기각결정을 선고했다.

권한쟁의심판사건은 9인의 재판관 중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심리해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과반수 찬성으로 사건을 심판하는데 이날 헌재가 각하-기각-인용 중 5인을 넘은 의견이 없자 정족수 미달로 기각선고를 내린 것이다.

각하 의견을 낸 이공현·민형기·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헌재가 권한침해만 확인하고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처분의 무효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않은 이상, 종전 권한 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으로 피청구인에게 위헌 또는 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93명의 야당의원들이 “헌재가 의원들의 심의 표결권에 대한 침해를 인정했는데도 국회의장이 미디어법의 위법·위헌 상태를 시정하지 않는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의 주장을 일축해 버린 것이다.
▲ 미디어법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 심판사건 선고가 이루어진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야당 의원들과 언론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인용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 중 조대현·김희옥·송두환 재판관은 “권한침해확인결정에 국회가 심의 표결정차의 위법성을 바로잡고 침해된 청구인들의 심의 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재의 종전 결정의 기속력을 무시하고 침해상태를 계속 존속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국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청구인들의 심의 표결권을 침해했음이 확인된 이상,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가 기각됐더라고 피청구인은 권한 침해확인결정의 기속력에 의해 위헌 위법 상태를 제거할 법적 작위의무를 부담하기에 이번 청구는 인용돼야 한다”고 더 적극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날 헌재의 판결은 지난해 10월 29일 미디어법 1차 권한쟁의 심판 청구 당시 ‘야당의원들의 권한은 침해했지만 무효는 아니다’라는 논리에 이어 ‘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지만 그 의원들에게 위법성 제거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며  헌재 스스로 기속력을 부인,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 1차 권한쟁의에서도 헌재는 “신문법 표결 과정 당시 권한 없는 자의 임의투표 등 위법한 무권 또는 대리투표 행위, 투표 저지행위 등 정상적 표결 절차로 보기 어려운 투표행위가 다수 확인됐다”며 대리투표 사실을 인정했다.

또 방송법 개정안 처리 당시 재투표 여부와 관련,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요건에 미달돼 표결이 부결된 이상 동일한 법안에 대해 다시 표결을 하고 가결을 선포한 것은 부당하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판결했다.
 
당시 헌재는 신문법 개정안의 경우 7대2로,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6대3의 의견으로 야당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헌재는 신문법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해달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 “헌재에서는 권한의 침해만 확인하고 사후 조치는 국회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6명의 재판관이 기각판결 냈다.
 
결국 헌재는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지만 위헌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헌재 판결 직후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정치적 쟁점이 있는 경우 항상 애매한 판결로 일관해온 헌재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졌다”며 “헌재의 부작위로 인해 국회의장의 부작위를 정당화시켜준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제 헌재의 판결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헌재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헌법정신의 최후 보루인 헌재결정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느낀다”고 일갈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헌재가 지난해 신문법, 방송법 등의 처리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했고 국회의장이 미디어법의 재논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입법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재의 기각 결정은 국회의 잘못된 입법절차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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