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분석-여권>
이재오, 킹 2%부족…킹메이커로 만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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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 분석-여권>
이재오, 킹 2%부족…킹메이커로 만족할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1.0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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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지지도 낮지만 차기 대선 판 ‘태풍의 눈’
개헌카드 ‘꽃놀이패’…이재오 VS 이상득 대혈전

‘JP·김윤환·최형우’…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킹메이커였다는 점이다. 2인자는 외롭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1인자의 갭을 극복하지 못한다. JP나 고(故)김윤환 한나라당 상임고문, 최형우 상임고문 모두 권좌 등극에 실패했다. 그게 2인자의 한계다. 그래서 2인자 앞에 꼬리표가 달린다. ‘영원한’이라는 꼬리표가.

‘왕의 남자’, ‘실세 중 실세’, ‘MB행동대장’ 이재오 특임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한나라당 친이계의 좌장이자 일사대오를 이뤄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8일 전개된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가 그것을 증명했다. 예산안 날치기 배후조정자라는 비판은 따랐지만 당내 역학구도에서 만큼은 대권잠룡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메이커가 아니라 킹이 되려고 하는 욕심을 가질 수도 있다. 내가 옛날에 YS정부 때 보니까 당시 최형우 내무장관이 처음엔 ‘YS의 킹메이커로서 나의 정치적인 모든 것을 이뤘다’고 나한테도 얘기했지만 나중에 킹이 되기 위해 시도하다 좌절돼 버린 걸 봤다.”

김종인 청와대 전 경제수석은 7·28 재보선에서 이 장관이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자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평론가들에게 ‘차기 대선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정치인을 꼽아 달라’는 질문을 하면 이구동성으로 이 장관을 꼽는다. 이 장관의 이미지는 킹보다는 킹메이커에 가깝지만 대선 판도를 뒤집을 힘을 갖고 있다. 이 장관이 대선 판 ‘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일반대중의 지지도는 매우 낮다. 1일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이 장관의 지지도는 0.3%도 채 되지 않았다.  

▲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송년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더 암담하다. 이 장관은 12월 넷째 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보수·진보 통합 유력주자군과 보수계 유력주자군 선호에서 순위권(8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가 순위권에 포함된 것은 보수계 예비주자군 선호도다. 이 장관은 여기서도 6.1%로, 5위에 그쳤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이 그보다 높은 6.6%였다. 적어도 일반유권자 인식 속에서 ‘이재오=킹’은 없다는 의미다.

그가 개헌안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친박계와 범야권이 일제히 정권재창출을 위한 술수라고 폄훼하지만 이 장관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녹화된 MBN시사프로그램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서도 “(개헌안은) 사석에서만 찬반 정도 얘기했을 뿐 당에서 한 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다”면서 “1월부터 개헌을 공론화시키면 (개헌 시기는) 내년 상반기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개헌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못박았다. 내년 4월은 19대 총선이다. 지난해 11월 4월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개헌 국민투표는 2012년 4월 총선과 함께 실시하고 헌법 효력은 2013년 18대 임기와 함께 발생하도록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범야권이 제기할 MB정권 심판론을 ‘개헌을 통한 정치선진화’ 카드로 희석시키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더불어 개헌은 내년 총선까지 친이계의 끈끈한 연대를 유도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이미 수도권 친이계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계파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다.

만일 박 전 대표나 야당이 미래권력을 차지한다면 사실상 친이계는 존재이유를 상실한다. MB중심의 연대가 갖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개헌카드가 성공하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물론 범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일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장관에게 개헌안은 꽃놀이패 중 꽃놀이패다.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비판에도 이 장관이 개헌 행동대장을 자처하는 이유다.

이 장관의 대권행보에 가장 걸림돌은 형님 중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다. 현재 친이계는 ‘이재오계-이상득계(SD)-정두언 최고위원의 친이 비주류’ 등으로 분파돼 있다. 개헌 실패와 박근혜 대세론, 그리고 야권연대가 맞물리면 친이계의 분열은 불보듯 뻔하다. 이 경우 2012년 대선은 199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재판이 된다.

실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대세론이 불거지자 당시 민주계와 민정계에선 각각 계파 좌장격인 최형우-김윤환 고문의 킹 추대론이 불거졌다. 그러다 TK대부 김윤환 고문이 이회창 후보의 지지의사를 밝히며 당내 반(反)이회창 바람의 방패 막을 자임했다.
 
친박계에서 지속적으로 SD계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이상득 의원에게 ‘김윤환 역할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세 중 실세’인 이재오 장관과 ‘만사형통’ 이상득 의원 중, 어느 쪽이 한나라당의 미래권력을 차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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