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분석-야권>
유시민 빨라지는 행보…“야권판 흔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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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 분석-야권>
유시민 빨라지는 행보…“야권판 흔들어라”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1.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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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기질+콘텐츠’ 야권주자 중 독보적
지지율 2위 고수…진보외연 확대 이뤄야
“2012년 야권 후보로 유시민을 내세울 경우 야권은 경우에 따라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유시민이 아니라면 무조건 진다.” 정치평론가 서영석 씨는 <Why 유시민-2012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야권의 대선승리 방정식인 ‘영남 분열-비영남 포위’ 공식을 수행할 수 있는 야권 정치인은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뿐이다. 2008년 총선에서 증명됐다. 그만큼 그의 득표력은 위협적이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당시 통합민주당은 대구경북 27개의 선거구 중 불과 6명만을 후보자로 내세웠다.
 
참여정부의 혜택을 본 이강철 전 노무현대통령 특보,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준곤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18대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당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가치를 뛰어넘는 민주개혁진영의 룰모델을 제시하겠다던, 민주당은 지역구도 해소를 외면한 채 호남과 수도권 의석수에만 골몰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유 원장은 경기 고양갑의 출마를 포기하고 대구 수성구로 내려가 30%이상의 득표를 기록했다. 보수의 진원지,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한나라당의 텃밭 대구에서 보여준 유 원장의 행보에서 유권자들은 ‘바보 노무현’을 떠올렸다.

유 원장의 승부사 기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9년 9월 20일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천호선-이병완 등 참여정부 내각에 참여했던 이들이 국민참여당 창당 작업에 나서자 한나라당은 ‘선거용 정당’, 민주당과 진보정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했다.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이광재-안희정-김두관 등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 '실천하는 지성'으로 불려 온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5일 새벽 별세한 가운데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와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뉴시스
 
18대 총선 낙선 뒤 스스로 내적망명 중이라던 유 원장은 그해 11월 10일 “이익보다는 대의와 원칙을 먼저 생각하는 정당, 깨어있는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정당의 당원이 되고 싶다”며 국민참여당 입당선언을 했다. 유 원장 입당 직후 이틀 간 국민참여당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평소 7배가 넘는 2만 명에 달했고 당원도 급증했다. 이게 유시민 파워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부진하던 야권단일화 판을 흔들었던 그의 저력이나, 경기지사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승부사적 기질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승부사적 기질로, 당시 8000명 당원에 불과했던 국민참여당은 3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한 민주당 후보(김진표 최고위원)를 쓰러뜨렸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순간이다. 또 유 원장은 ‘유시민’ 펀드를 통해 40억 원이 넘는 선거자금을 마련했다. 그의 명민함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유 원장은 파격적이다. 2003년 경기 고양 재보선에서 당선된 후 국회선서 과정 중에 보여준 ‘캐주얼 바지 사건’만 봐도 그는 기성의 관념을 쫓지 않는다. 또 유 원장은 국가에 대한 경례를 두고 ‘군사 파시즘’으로,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을 ‘독극물’로 규정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충성도 높은 지지군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홍재형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은 “그래서 유 원장은 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누구도 유 원장의 표결집도를 따라 오지 못한다. 호남표에 의존하는 비독립적 의원들의 비판이라는 반박이 따라온다.

실제 리얼미터 정례여론조사 결과 유 원장의 지난해 12월 첫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지지율은 12.2%→12.7%→12.3% →12.0%였다. 12월 내내 단 한차례도 2위를 놓치지 않았다.

반면 국민참여당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3.1%→2.7%→3.2%→3.1%였다. 국민참여당 지지율보다 유 원장 개인 지지율이 무려 4배나 높다. ‘유시민 브랜드’ 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 원장은 올 1∼2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 집필을 통해 진보적 자유주의와 보편적 복지를 골자로 하는 ‘선행(善行)국가론’을 비전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정책 대결로 돌입한 것이다.
 
그간 <거꾸로 읽는 세계사>, <Why not>,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후불제 민주주의>, <청춘의 독서> 등 저술한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유 원장은 텍스트로서 또한번 정책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유 원장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유 원장이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로 진보진영 내 비판을 받을 당시 선진국가통상론을 주장했지만 즉각 “자본 논리에 의한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 원장은 지난해 12월 14일 참여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민간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공공임대 주택 비율을 늘리고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이 세수를 축내고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고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은 “유 원장의 정책은 부동산 문제를 주택+금융 문제로 축소시켜 바라본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인 불로소득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를 통해 민주당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과의 차별화를 꾀해야 야권단일화판에 키를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유 원장에게 좌클릭은 생존이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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