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 분석-야권>
손학규, 지지율 요지부동…‘독배냐 축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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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잠룡 분석-야권>
손학규, 지지율 요지부동…‘독배냐 축배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1.04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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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4대강 등서 우왕좌왕…지지율 하락
대권 행보 정중동…박지원-486그룹 지지 기대

“지금 우리의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개개인이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고 대권주자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하느냐. 우리가 이번에 시청 앞에서 천막 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땅바닥에 잔 것을 정치적 행위로 본다면 하수다.”

한나라당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반발해 국민대장정에 들어갔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오찬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나 김문수 지사가 뜨고 있는데 야권주자로 조바심 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잘라 말했다.  

손 대표 스스로 강한 야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곤두박질치고 있다. 손 대표 지지율 거품이 빠지는데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내 조직도 약하지만, 그의 지지율 역시 얼마나 취약한 지 단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10·3 전당대회 이후 리얼미터 정례여론조사에서 12.7% 지지율을 기록하며 진보진영 1위, 여야 전체 2위를 기록하더니 11월 첫째 주 11.3%→12월 첫째 주 8.3%→12월 넷째 주는 7.7%로, 5위에 그쳤다.

손 대표는 취임 100일도 되기 전 ‘노숙전투’를 감행했지만 야권의 적자로 안착하는데 실패했다. 손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에 맞서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는 데는 실패했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2011년 민주당 신년 단배식'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손학규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10·3 전대 이후 민주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손학규 체제를 두고 선전했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손 대표는 한미 FTA, 4대강 등 정책현안을 두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나라당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손 대표의 딜레마다.

“FTA는 국제적인 상황의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국가적인 과제다.”, “국민을 속이고 연평도 사태의 안보정국을 틈타 우리나라의 이익을 팔아먹은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즉각 한미 FTA를 폐기하라.” 전자는 손 대표가 10·3 전대 TV토론 중 한미 FTA에 대한 답변이고 후자는 당 대표 이후 발언이다.

사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 경기지사 시절 도내 투자유치와 관련해 대표적인 규제완화, 개발위주의 정책, 한미 FTA 찬성 등 신자유주의에 가장 앞장 선 정치인이었다.

또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경제도 모르는 대통령’이라고 몰아붙였지만 지금은 노 전 대통령의 철학 계승을 천명하고 있다.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손 대표에게 과거 반성부터 하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경제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보세력으로 분류됐던 강금실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한강하구 개발을 얘기했고 농성하는 KTX 여승무원들에게 야박한 모습을 연출했다. 정동영은 새만금 개발을 떠들었고 손학규는 경기도의 전면적 개발 붐을 주도했다”며 손 대표에게 신자유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손 대표의 불분명한 정체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G20 서울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0일, 야5당이 한미 FTA 비준 거부 동의를 위한 회담을 했지만, 회담 직후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가 구체적 행동계획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10·3 전대 직후 영산강 에 대해 모호한 발언을 하자,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한나라당 출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쏘아 붙였다.

손 대표는 MB정권의 친서민 정책을 두고 ‘엠비어천가’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지만, 손 대표 역시 불분명한 정치적 좌표로 인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는 ‘100시간 시한부 농성’과 ‘주국야서(낮엔 국회에서 밤엔 서울광장에서 싸운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 이후 ‘20일간 노숙투쟁’을 승부수로 던졌던 손 대표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장기투쟁에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내부동력상실’을 거론하며 손 대표를 압박했지만 장외집회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28일 밤 서울역 집회엔 민주당 전체의원 86명 중 71명의 의원이 모였다. 

손 대표 측은 한나라당 DNA전력을 털어냈다고 자평했다. 실제 민주당 관계자는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 측에서도 손 대표의 이번 투쟁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손 대표 측은 아직 대권행보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지만 제1당 대표 프리미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킹메이커 박지원 원내대표와 당내 486그룹인 이인영 최고위원, 임종석 전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지지하고 있어 조직력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한편 오는 4월 재보선은 손 대표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월 3일 현재까지 재보선 확정지역은 김해을, 성남 분당을 두 곳이지만, 대법원 재판 결과에 따라 서울 강남을과 노원갑, 전남 순천 등이 추가된다.
 
이 경우 4월 재보선은 미니 19대 총선이 될 전망이다. 손 대표로선 지난해 10·27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 완패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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