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경영난 정리해고...경영진 ‘배당금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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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경영난 정리해고...경영진 ‘배당금 파티’
  • 박세욱 기자
  • 승인 2011.01.0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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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구조조정은 생존하기 위한 선택” 주장
한편에선 조 회장 일가 주식배당금 200억 챙겨
지난해 조선업계는 금융위기로 부진했던 2009년과는 달리 수주가 늘어나면서 국내 대형조선사 몇몇 곳은 설 연휴 휴일도 반납하고 특근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70년 전통의 부산지역 최대 제조업체인 한진중공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더욱이 회사는 2년째 배를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하는 경영악화일로 치닫고 있으면서 최근 회사 일가가 200억 원대의 주식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영악화 남의 일(?)...경영진 ‘배당금 잔치’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15일 노조에 전체 생산직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400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진중공업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대는 경영상에 위기가 닥쳐 이를 극복하고 수주경쟁력을 확보함에 있어 영도조선소를 첨단 조선소로 바꿔야 하는데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리해고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발표이후 같은달 17일 민주노동과 진보신당에 따르면 ‘조남호 회장 일가’가 영업이익 향상에 따른 주식배당금으로 200억 원대를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발표에 의하면 조남호 회장이 120억,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국 상무는 80억을 주식배당금으로 챙겨갔다. 또한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4명의 9개월 치 임금이 8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지난해 12월27일 영하의 날씨에도 부산역 앞 도로에서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해 5보1배 행진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전자 공시된 한진중공업 3/4분기 보고서에는 4명의 사내이사가 1인당 1억9900만원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합하면 7억9900만원에 달한다. 4명의 사내이사는 대표이사 조남호 회장, 조선부문 대표이사 이재용 사장, 조선영업본부장이자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국 상무, 건설부문 대표이사 송화영 사장 등이다. 또한 이 보고서의 한진중공업의 이익잉여금이 1055억5950만원이었다.

이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임금삭감으로 3000만 원대 초반 정도로 볼 때 조 회장 일가가 챙겨간 주식 배당금만 합쳐도 400명 노동자의 총 연봉 합계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이날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한진중공업은 차입경영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자실들의 주머니는 끝까지 챙기겠다는 파렴치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하고 “민노당은 한진중공업에 대한 정리해고는 부당한 위기전가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부산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적극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중공업은 수주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영도조선소를 첨단 조선소로 바꿔야 하기에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사측의 경영위기는 지난 2006~2008년까지 16억 달러를 들여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무리한 투자를 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 대변인은 “2조원이 넘는 차입금으로 1700억 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하는 게 노동자 탓이냐”며,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수주물량을 몰아줘 이미 3년 치 작업량을 확보, 올 3분기까지 5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이 덕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120억 원, 아들인 조원국 상무는 80억 원의 주식배당금을 챙겨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도 이날 “한진중공업의 인력감축은 정규직 일자리를 값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면서 “(올해 초)구조조정 이후 대책은 전무한 채 오직 노동자들의 해고만을 강행하려는 한진중공업을 보면 결국 공장을 팔고 이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게 될 400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무리한 인력감축 시도는 부산지역 주민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와 영도구청 등 관할기관들은 (침묵하지 말고)적극적인 중재 노력에 나서라”라고 압박했다.

▲ 총파업에 돌입한 한진중공업 노조원들.     © 뉴시스

“회사 방침 수긍할 수 없어” 노사갈등 심화


이처럼 회사 일가의 ‘배당금 잔치’에 노조는 “자실들의 주머니는 끝까지 챙기겠다는 파렴치한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만일 한진중공업의 무책임한 정리해고가 강행된다는 죄 없는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쫓겨나고 지역경제에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 노동자들은 경영위기를 노조에 전가하는 회사에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내년 2월 정리해고 강행을 예고함에 따라 노사간 마찰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진중공업이 내세운 신청자 400명에 못 미칠 경우 부산노동청에 정리해고 계획신고서를 제출하고 대상자에게도 해고를 예고 통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노조의 화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 희망퇴직 신청자는 26명에 그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 총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부산지역 시민·노동단체와 함께 부산역에서 중앙동 한진중공업 연구개발(R&D)센터까지 5보1배 거리행진을 벌였다.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난은 근거가 없다”며, “경영진이 비정상적 경영을 계속한다면 정상적인 경영진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려면 다른 조치와 계획이 필요한데 사측은 오리혀 생산능력을 악화시키는 해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전한 뒤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기 위해 수주 0건을 만드는 ‘먹튀식’ 경영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노조는 “영도조선소는 지금이라도 정상적인 경영의사가 있는 경영진이 들어서면 정상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영도조선소를 축소 폐쇄시키는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선박을 수주하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12월20일 부산 영도구 영도조선소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한진중공업 노조원 1000여명이 정리해고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회사 “구조조정 정상화 불가피한 조치”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측은 “2년째 신규수주가 중단되고 내년 5월이면 일감이 모두 소진되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영도조선소를 살려 화사와 근로자 및 협력업체가 모두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사의 1/20에 불과한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와 고비용 구조 등 경쟁력 상실 요인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이상 수주가 불가능하다”며,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영도조선소 포기', '고의성 수주 회피' 등에 대해서는 "정말로 영도조선소를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수주 회피설에 대해서도 "선박 건조기간이 통상 2~3년인데 2년이나 일부러 수주를 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지난 2년간 120여 차례 각국 선주사와 접촉했지만 영도조선소의 선박 건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15~20% 이상 높아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가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해 현재 18만톤급 벌커선의 시장 선가는 5500~6000만 달러 수준인데, 영도조선소의 건조비용은 6500만불~7000만 달러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적자수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단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적자수주를 한다면 선박이 건조되는 시점인 1~2년 후에는 그야말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더 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또 지난해 11월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수주한 8척의 컨테이너선을 영도로 넘기라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선주 측이 낮은 임금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수빅조선소의 견적에 만족해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영도조선소를 살려 부산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며 "만약 이번에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이상 영도조선소가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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