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둘러싼 ‘MB-박근혜’ 치킨게임…정치적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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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둘러싼 ‘MB-박근혜’ 치킨게임…정치적 함의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1.2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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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개헌 함의, 개헌 성사가 아닌 개헌 공론화…박근혜 여전히 침묵정치
드디어 MB의 개헌 속내가 드러났다. 대통령 권력구조 하나만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다. 포괄적이면서 복합적이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과 MB돌격대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개헌 판에 불을 지펴도 좀처럼 불씨가 살아나지 않자, MB가 친이계에 개헌 내용과 방향, 주체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했다.

MB는 이같이 말했다. “권력구조 하나만 바꾸는 개헌은 정략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기본권 조항, 기후변화, 남북관계 등을 21세기 시대정신에 맞게 검토해야 한다. (개헌) 성사가 되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개헌의 내용과 방향 등을 못 박은 셈이다.

결국 MB의 개헌 목적은 개헌 성사가 아니라 개헌의 공론화다. 개헌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공론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내각제 등을 두고 어떤 것이 21세기에 맞는 개헌인가의 해석싸움으로 변질된다는 점에서 개헌 성사는 불가능하다.

2009년 미디어법, 2010년 세종시 등 MB의 국정과제마다 여야 간 정파적 이전투구 현상이 재연됐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당초 당·청 만찬회동에서 개헌논의는 일체 없었다고 잘라 말한 직후, 청와대 측에서 MB의 의중을 흘렸다는 점이다.

특히 안 대표가 MB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MB는 수직적 당·청관계의 시그널을 한나라당에 보냈다. 당·청 주도권이 청와대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뉴시스

김 원내대표는 “평소 대통령이 하던 말이었다”면서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고 친이-친박은 즉각 사분오열됐다.
 
실제 홍준표 최고위원은 “분당할 각오가 돼 있으면 개헌을 추진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개헌이 정략적인 발상에서 비롯됐다면 강력하게 의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최고위급이 말을 흘린 것을 보니 집권말기 현상”이라며 MB레임덕을 부채질했다.

그러면서 개헌 이전 정국을 강타했던 MB내각에 대한 비판이 개헌 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MB집권 말기로 갈수록 커지는 당내 정파적 대립의 원심력을 옥죄는 데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MB는 기본권 조항 등 포괄적 개헌안을 제시했다. 개헌의 구심력을 이용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민주당의 복지논쟁을 개헌 판으로 상쇄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야말로 정국 정치지형이 급변할 뿐 아니라 이재오계-이상득계-친이 비주류 VS 친박으로 분파된 헤게모니 전선을 뒤흔들 수 있다. 

이로써 박 전 대표의 침묵은 길어지게 됐다. 친박계 의원들이 즉각 계파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 총동원됐다는 점에서, 또 세종시 등 MB와 대립했던 기간에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이하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MB는 시대정신을 언급했지만, 역사적으로 민심의 역동성이 있는 곳에 시대정신이 있는 것이지, 민심을 역행한 시대정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니체는 “불을 품지 않은 책은 불로써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MB의 개헌은 민심을 품은 것일까, 정치공학일까. 니체의 말처럼 민심을 품지 않은 개헌이 민심의 다스림을 받게 될지, 이제 국민이 답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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