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사태…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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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사태…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1.26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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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새해 벽두에 청소노동자 해고 단행
月75만원 저임금에 노출…反인권의 그림자
학교 측, 노조원 6명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됩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신묘년 새해 벽두에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에게 떨어진 첫마디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건학이념을 갖고 있는 홍익대. 그곳에서 月75만원이라는 최저임금 이하의 현실에 처해있던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생존권 보호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26일 현재, 고용승계를 위한 농성을 24일째 이어나가고 있다.

대다수가 60대 이상의 고령인 탓에 추위를 견디다 못해 감기에 걸리기 일쑤고 농성 4일째부터 난방이 끊겼다. 그야말로 고용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원청인 대학교와 하청업체인 용역회사 사이에서 저임금뿐 아니라 ‘쉼’이라는 기본적 인권조차 박탈당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그들은 바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반(反)인권적 태도로 일관한 홍익대
 
홍익대 사태는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들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더 낮은 단가’만을 찾는 신자유주의의 어두운 단면이자 간접고용과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일삼는 총체적인 구조적 모순이다.
 
또 가장 약한 이들에게, 가장 가혹한 잣대를 회사가 학교가 정부가 들이미는 승자독식의 한 단면이다.

홍익대 역시 해고한 청소용역노동자들에게 반(反)인권적 태도로 일관했다. 학교 측은 지난 11일 박명석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장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홍익대분회와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지난 17일 홍익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합원들이 지난 3일 면담을 요청하며 본관 6층을 찾았지만 총장은 총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은 건 총장이지 노조 측이 감금한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 측은 업무방해 운운하는 데, 우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홍익대 분회 관계자도 “학교 미화를 위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고령자들이 홍익대 측에 무엇을 요구하겠느냐. 단지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밖에 없다”면서 “학교 측은 고용승계와 관련해 원청은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용역업체에 그 책임 떠넘기고 있지만, 타 대학의 경우 입찰 공고문을 통해 원청인 학교 측이 고용승계를 입찰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연세대는 지난해 12월 “기존의 청소원을 승계한다”는 용역계약서를, 청주대는 지난 2007년 “새롭게 선정된 용역업체에 불이익 없이 전원 고용유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고용유지 확약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홍익대 측은 묵묵부답이다.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수천억 원의 돈을 쌓아놓고 있는 대학이 月75만원의 임금을 받는 청소용역노동자들에게 보인 행태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열린 홍익대 노조, '투쟁승리 위한 3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익대 사태, 野-시민사회단체 연대 봇물
 
홍익대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정치권과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이 발 벗고 나섰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홍익대학교의 대량해고 사태는 교육현장에서 벌어져선 안 될 치졸한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또 인근 시민사회단체, 영화배우 김여진 씨, 홍대 음악가 등도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연대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민노당 마포당협과 공무원 노조 마포지부,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 성미산주민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14일 홍익대 투쟁현장에 나타나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이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영화배우 김여진 씨도 지난 17일 홍익대 본관 로비 1층을 찾았다. 벌써 네 번째다. 김여진 씨는 트위터를 통해 홍익대 사태를 접하고 스스로 농성장을 찾았다. 그는 “대학시절 빈민촌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공부를 가르쳤다. 배우가 된 이후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게 됐다가 트위터를 통해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사연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후 김여진 씨는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트위터 모임인 ‘날라리 외부세력’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홍익대 총장님, 같이 밥 한 끼 먹읍시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일간지에 싣기도 했다.

MB정부 출범 이후 보수로 회귀했다고 비판받았던 대학생들도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투쟁의 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서울대, 이화여대, 동덕여대 총학생회, 성신여대 사회인문대, 성균관대 인문대, 한국대학연합, 대학생사람연대 등 21개 대학 학생회 등도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여러 대학교에서 잇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고용승계, 임금인상 등의 투쟁에서 승리한 과정을 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대였다”며 “우리들은 홍익대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계속적인 연대를 위한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얄팍한 임금명세서.     © 뉴시스

홍익대 사태…그 대안은?
 
청소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식사공간과 휴식공간이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노동의 유연성만을 강요한 결과다. 또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분리하는 8자형 중남미 경제에 한 발 다가선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늘이다.

홍희덕 민노당 의원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지난 18일 <청소노동자 근무환경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좌담회>를 열고 “청소용역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산별 성격의 연대체의 구성을 통해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청소용역노동자들의 月평균 임금은 76만5000원이며 대학과 병원은 이보다 못한 月73만원 수준에 그쳤다.

민노당과 참여연대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이 휴일 없이 근무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셈”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퇴직금이나 특근수당, 연장수당 등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상선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이 자리에서 “전국의 200여 대학, 1만 명에 이르는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한 노조의 결성”이라며 “그래야만 산업재해라는 개념도 없고 다수의 남성 관리자가 여성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성차별적인 억압구조를 타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지방정부부터 조례개정 등을 통해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동시에 MB정부에게 이를 매개로 정책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언제까지 한국의 노동자들은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소외되고 기본권인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아야 될까. 또 언제까지 이윤극대화라는 비인간적인 공식 앞에 희생당하는 퇴행적 사회구조 속에 살아야 할까. 홍익대 청소용역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던져 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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