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손학규-‘원내’ 박지원…헤게모니 끝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원외’ 손학규-‘원내’ 박지원…헤게모니 끝은?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08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학규-박지원 갈등설 실체 불거져…측근 대변인 연일 해프닝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민주당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이 둘은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실제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의총에서 한차례 충돌했다.
 
또 손 대표 측근인 차영 대변인과 박 원내대표 측근인 전현희 원내대변인의 상반된 브리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 진영의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말 가축전염병예방법 처리를 위한 원 포인트 국회를 놓고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브리핑했다.
 
차 대변인은 “2011년도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법안 무효화 없이 본회의를 개최할 수 없다”고 한 반면, 전 원내대변인은 “구제역에 대한 자체 법안을 가지고 원 포인트 국회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누구의 브리핑이 당론이냐’고 묻자, 두 대변인은 모두 자신의 브리핑이 당론이라고 답했다.

지난 6일 불거진 ‘손학규-박지원’의 갈등설 역시 국회등원을 두고 벌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김무성 한나나라당 원내대표와 기자간담회를 자처하며 오는 14일 ‘2월 임시국회’ 개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간 국회등원은 ‘영수회담 개최’와  ‘MB의 사과’ 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던 손 대표 측은 당황했기 시작했다.
 
또 손 대표는 이날 양당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당 최고위도 알지 못했다. 손 대표 측근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차영 대변인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와 격론을 펼치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당 손학규 대표(왼쪽)과 박지원 원내대표.     © 뉴시스

문제는 여기서 또 불거졌다. 전 원내대변인은 7일 “국회등원에 찬성하는 쪽에 대다수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공식 브리핑을 했다.
 
반면 차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수회담과 국회등원을 별개로 보자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쯤 되면 ‘손학규-박지원’의 갈등설은 설이 아닌 실체에 가까운 셈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8일 국회에서 “민주당 차영 대변인과 전현희 원내대변인이 7일 상반된 브리핑을 했다. 국민도 우리도 언론인들도 헷갈린다. 이런 것을 보면 민주당은 이상한 정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쏘아 붙였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갈등이 ‘국회등원’을 둘러싸고 일어났다는 점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12월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반발, 풍찬노숙을 불사했다. 때문에 민심대장정을 통한 장외투쟁에 정치적 생명을 걸었다. 원외로서, 2012년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다. 그는 “야당의 최고의 투쟁장소는 국회”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의회주의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킹메이커’ 박 원내대표가 ‘차기 킹’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도 그의 의회 내 활동력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0·3 전당대회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다. 제왕적 1인 대표 체제를 극복하고 비주류의 세력분파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그 집단지도체제에도 리더가 있다. 권력의 사당화는 있어도 수평적 권력분점이 존재하기 어려운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도 그렇다.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 그리고 정동영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은 사실상 아바타 지도부에 가깝다.
 
원외인사인 대권잠룡과 의회주의자 원내대표. 민주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헤게모니의 끝은 어디일까. 권력은 ‘있고’ 국민은 ‘없는’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갈등을 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