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좌클릭’과 ‘우클릭’ 사이… 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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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좌클릭’과 ‘우클릭’ 사이… 그 속내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15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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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경제 등 정책은 ‘오른쪽’-야권연대는 ‘왼쪽’…유시민표 제3의 길
“좌측 깜빡이 켜고 우측으로 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 발언 이후 종종 이 같은 표현을 써가며 매섭게 참여정부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좌우논쟁 그 중심에는 언제나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있었다.

그는 노동, 복지, 경제 정책 등 좌·우파를 가르는 핵심 어젠다에 대해 진보진영의 가치는 인정하되, 참여정부의 중도우파 정책 역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논쟁을 피하지 않았다. 분명 유 원장은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노 전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세운 것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그런 유 원장의 행보가 숨 가쁘다. 오는 2월까지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가제)>의 집필을 위해 정치권과 한 발 떨어져 지낼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깼다. 그는 내달 열리는 국민참여당 전당대회 출마를 시작으로, 최근 야권 정책연대 핵심인 복지 담론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MB의 747 공약에 비유했다. 유시민發 복지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이다. 그러자 14일 민주당이 발끈하며 “유시민 원장의 행보는 4월 재보선용”이라고 비판했다.
 
또 하루 뒤인 15일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시민 원장이 복지 논쟁을 더 심화시켜서 하자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야권연대가 정책적으로 심화되면서 생긴 해프닝이다. 야권이 이에 대한 공방을 서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과연 그럴까. 유 원장의 해명은 민주당의 해석과 동일선상에 있는 것일까. 유 원장 측 관계자는 14일 중앙선데이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민주당 복지공약의 세부내역, 특히 무상의료 정책에 정밀한 검토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몇몇 어휘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왼쪽)과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 뉴시스

그러나 비판의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유 원장 측은 분명히 말했다. 민주당 복지 공약은 정밀한 검토가 ‘없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은 ‘오해’였다는 것을. 오해는 상대가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말한 뜻을 잘못 알았을 때 쓰는 표현이다. 민주당 복지 담론에 대한 유 원장의 비판적 시각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진보통합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이 배제된 것을 두고 서운함을 피력했던 유 원장은 왜 갑자기 무상복지 담론을 비판한 것일까. 

그간 유시민 원장의 발언을 따라가 보면, ‘유시민 가치’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유 원장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주장했던 북유럽의 사민주의 복지 노선에 대해 “우리나라 현실상 스웨덴으로 대표되는 북구형 복지국가 모델은 불가능하다”며 전면적인 보편적 복지가 아닌 점증적 복지론을 주장했다. 조세부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대표적인 ‘사회투자국가론’자다. 이른바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가 주장한 ‘제3의 길’이다. 유 원장은 지난달 참여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비정규직 좌담회에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자유주의적 기조를 강하게 갖고 있었다”며 노동정책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노동의 유연성을 골자로 하는 한미 FTA 찬성론자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좌우를 가르는 핵심은 한미 FTA라고 압박해도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여전히 시장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반(反)신자유주의자인 장하준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다.

유 원장은 노동과 복지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의 자유주의 노선보다는 좌클릭을 천명하고 있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좌파노선까지는 아니다. 그러면서 유 원장은 선거를 위한 무차별적인 레토릭을 경계한다.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민주당의 무상복지 담론이 신뢰의 위기를 좌초할 수 있다”고. 이는 신뢰에 바탕을 둔 ‘유시민표 제3의 길’로 요약된다.

일부 언론은 유시민發 복지 논쟁이 2012년 총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지만, 유 원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부터 “진보개혁진영 간 차이를 묻어두자”고 말했다. 또 유 원장은 “우리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에 우클릭하라고 (요구) 하지 않는다”라며 ‘묻지마식 좌클릭’을 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결국 유 원장은 복지, 노동, 경제 등 정책 노선은 ‘오른쪽’에서, 야권연합 내지 선거연대는 ‘왼쪽’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전제조건은 ‘차이’를 덮고 MB정부의 문명의 역주행을 막자는 데 합의하자는 것이다.

‘유시민식 진보자유주의’는 보수적 가치인 다원주의적 자유주의 질서의 수용과 진보적 가치인 사회적 형평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과연 ‘유시민의 길’은 한국식 제3의 노선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과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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