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VS 손학규, 같은 목표 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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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VS 손학규, 같은 목표 다른 행보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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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없는 손학규 흔들흔들…유시민 야권연대 판 흔들어

야권잠룡 중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정국의 중심에 섰다. 유 원장의 국민참여당 대표 출마와 전국규모로 확대된 4·27 재보선, 그리고 야권연대가 맞물린 결과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 야권연대후보를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 치열한 기싸움이 유 원장과 손 대표의 헤게모니를 극대화시켰다.

참여당은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였던 이봉수 후보를, 민주당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각각 내세웠다. 참여당은 지난해 7·28 재보선에서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약속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무공천을 압박했고 민주당은 친노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앞세워 김경수 카드를 던졌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이 친노의 분열을 우려, “꽃보다 거름이 되겠다”며 전격적인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민주당이 들끓기 시작했다. 여기에 손 대표의 통큰 양보론이 민주당 내부에 불을 질렀다. 김해을 양보는 물론, 민주노동당이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순천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내 논란이 격화됐다. 
 
손 대표는 궁지에 몰렸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민주당 호남의원과 강경파들은 안으로는 손 대표를, 밖으로는 유 원장을 때리면서 호남 사수를 천명하고 나섰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민주당 무상복지를 비판한 유 원장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유시민 원장은) 야권통합을 통한 정권 재창출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자 지분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박주선 최고위원)”, “자꾸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내놓으라는 거냐. 유시민 원장은 적과 아군을 구분해라.(김부겸 의원)”, “김경수 국장 불출마를 지켜본 국민들은 누가 진짜 노무현의 자식인가 잘 보았을 것이다.(이인영 최고위원)”

▲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왼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 뉴시스


급기야 문학진 의원은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를 종용했다. 손 대표 측근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잘라 말했지만 당내 손학규 체제의 불안감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손 대표의 상징은 유연한 리더십이다. 하지만 강한 야성은 없다. 확실한 콘텐츠도 결단력도 정치적 승부수도 없다. 손 대표가 지난해 11월 23일 예산국회 등원을 앞두고 주국야서(낮엔 국회에서 밤엔 서울광장에서 싸운다)투쟁을 선언한 지 하루만에, 그리고 올 2월 임시국회 등원과정에서 보여줬던 온건한 리더십이 그것을 방증한다.

그 당시에도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MB정부에 대한 백기투항이라고 비난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다.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이 걸렸다. 손 대표에 대한 비판이 단기전적 성격이 아닌 이유다. 결국 손 대표는 4·27 재보선 참패 시 즉각 책임론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반대로 유 원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승부사 기질을 갖춘 유 원장은 민주당의 무상복지 시리즈를 MB의 747 공약에 비유하더니 이후 과학비즈니스벨트, MB정부에 대한 설거지론을 들고 나오며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유 원장은 당 대표 출마를 시작으로, 4월 재보선 경남을 수성 전략에 들어갔다.

차기 총선도 참여당의 중요 전략이다. 유 원장과 참여당은 지난 1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40억원의 펀드를 모집해 2012년 8월 31일 일관 상환(이자율 2.75%)하기로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펀드’라는 새로운 선거자금 문화를 만들어냈던 참여당이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유 원장의 광폭행보는 결국 4월 재보선 야권연대를 이끌어냈다. 22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참여당 등 야4당 대표들은 “MB정부의 독주를 막겠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손 대표의 통큰 양보론 이후 야권연대가 성사됐다. 하지만 유 원장이 김해을 수성에 사활을 건 채 민주당을 압박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야권연대는 불가능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오는 4월 재보선의 야권연대 판을 ‘유시민’이라는 브랜드 네임이 뒤흔든 것이다.

이 같은 광폭 행보 때문이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2월 셋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 1.4%) 결과, 유 원장은 13.5%를 기록하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31.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손 대표는 7.5%에 그치며 유 원장과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로써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을 깰 수 있는, 적어도 호남 프레임을 흔들 수 있는 야권 주자는 ‘유시민’밖에 없다는 하나의 가설이 실체로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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