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이상득 은퇴’ 발언…MB 레임덕 겨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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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이상득 은퇴’ 발언…MB 레임덕 겨냥했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2.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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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형님 이상득 정계은퇴 촉구…한나라-민주 ‘전면전’

깜짝 발언이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정계은퇴를 거론한 것은 민주당과 타 야당도 예상치 못했다. 이날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초 원고에 없었다. 박 원내대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심하고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정치권이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23일 한나라당의 최고중진연석회의는 ‘박지원’ 성토장이 됐다. 박 원내대표의 공격이 비난전을 넘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됐다.

“최악의 대표연설이자 정치인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도, 금도도 저버린 한심한 내용이다.(안상수 대표),” “당내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반간계다. 과거정권 실세들의 해외재산 은닉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견강부회식 주장을 하고 있다.(홍준표 최고위원)”, “한마디로 공작만 있고 정치는 없었던 연설이다.(나경원 최고위원)”

반면 민주당은 같은 날 최고위에서 MB정부의 난맥상을 하나하나 건들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을 참 잘했다.(손학규 대표)”, “국정원은 ‘걱정원’이 됐다. 새벽 조찬 간담회라도 가져서 국민 앞에 밝힌 것은 밝히고 책임질 것은 정보위를 열어서 추궁하자.(박지원 원내대표)”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정책당국은 정책을 실기했고 신뢰를 주는데도 실패했다.(정동영 최고위원)”, “요즘 자고 일어나면 일이 터진다. 국정원 사태는 압권이고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은 아마추어 정권이다.(정세균 최고위원.)”, “영포회라고 불리는 형님인맥과 포항출신들이 진골행세를 하고 있다. 골품제의 부활이다.(천정배 최고위원)”

여기에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을 포기하고 형님을 은퇴시키고 국민들이 준 초라한 성적표 앞에 통렬히 반성하라”고 재차 공격했다.

▲ 지난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오른쪽)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다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은 이날 이상득 의원과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았다. 폭로전이 아닌 비난전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형님 이상득 의원을 건들었을까. 박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답은 그려진다. 그것은 바로 MB의 레임덕이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MB정부의 레임덕이 보인다”는 말을 자주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정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포석인 셈이다.

실제 역대 정권마다 4년차로 넘어가는 시기에 국정과제 실패와 측근 비리가 맞물려 일어났다. 이후 정부의 당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조기 레임덕의 길을 걸었다.

현재 40∼50%의 지지율에도 불구, 이 대통령 역시 레임덕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 여권 내부는 이미 실세 간 권력다툼이 가시화됐다. 감세안 거사, 정동기 파동 등에서 이미 친이계의 충성도는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결정타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각각 4년차, 5년차 레임덕의 필요조건인 측근비리와 친인척 비리다. 아직 함바집 비리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측근 비리로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결국 민주당은 MB정부의 권력 실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상득 의원을 정조준, 반(反)한나라당 성향을 유권자들을 한데 모으고 국정의 추를 민주당쪽으로 기울게 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미 청와대와 친이 주류가 동남아 신공항의 경북 입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이상득 의원의 연루설이 터지면 박 원내대표의 ‘이상득 정계은퇴’ 발언은 그 자체로 치명타로 돌변한다. 또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도 가세하게 된다. 정보통 박지원 원내대표의 ‘형님은퇴 발언’이 향후 정치권 권력 추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가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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