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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똑같으면 되겠어요?’
<기자수첩>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다는 낙하산…변명 될 수 없어
2018년 11월 11일 13:24:28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권이라면, 그리고 국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위에 세워진 정권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뉴시스

“사람들이 진보 쪽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요. 보수 쪽에서 일어났으면 신문에도 안 날 사건도 다 문제를 삼으니….”

얼마 전 정치권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진보 정권에게 갖는 도덕적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전부 있었던 일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는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똑같으면 되겠어요?’

보수(保守)란 무엇인가.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가급적 구체제를 유지하려 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진보(進步)란 무엇인가. 지금보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즉, 진보정당은 보수정당에 비해 ‘지금보다 나아진 세상’을 보여줄 의무를 갖는다.

진보 정당이 보수 정당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 정권이라면, 그리고 국민들의 기대를 받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위에 세워진 정권이라면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에게 주어진 근원적 과제다.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부의 잘못된 관행, 이른바 ‘적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지난달 바른미래당이 공개한 ‘낙하산·캠코더 인사 현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 최고위 임원 364명의 44%에 달하는 161명이 낙하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JTBC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카페지기’ 출신인 박모 씨가 코레일유통 비상임이사에 취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낙하산뿐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을 ‘고위공직 배제 5대 인사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취임 후 임명한 인사 대다수는 이 원칙에 위배되는 사람들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여권 쪽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사례를 들어 피해갔다. 전임자가 못해서 바꿨는데, ‘전임자도 이렇게 했다’고 변명하는 꼴이다.

지난 날, 우리 사회에는 불평등과 불공정, 부정의가 횡행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정부를 선택했다. 문 대통령 당선은, 불평등·불공정·부정의에서 벗어나 한 단계 나아가고자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축적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최소한 인사 문제에서만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부정의’를 반복해서는 안 됐던 것 아닐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는 말이 씁쓸한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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