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진보, 대통합 ‘빨간불’…유시민 행보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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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진보, 대통합 ‘빨간불’…유시민 행보에 촉각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5.0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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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양당, 4월 1차 합의문 파행…이정희 ‘진보신당’에 불만 토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 통합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NL(자주파)과 PD(평등파)의 갈등차원을 넘어 정파간 감정의 골로 인해 새로운 진보정당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협상 자체가 번번이 틀어지는 모습이다. 4월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이 인적 쇄신을 통한 2012년 총대선의 초석을 닦는 것과는 달리, 민노-진보신당 등은 쇄신은커녕 정파적 헤게모니에 골몰된 모습이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야권통합 어젠다를 들고 나오며 범야권을 압박하는 시점에서 진보대통합 작업이 장기간 표류될 경우 진보 양당의 존재가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반(反)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지난해 지방선거와 지난 4월 재보선 때처럼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다면, 진보 양당이 야권의 연대·연합·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진보 양당의 파열음은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연석회의에서 시작됐다. 연석회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진보신당은 당내 미합의를 이유로, 사회당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연석회의 개회를 반대했다. 정성희 민노당 최고위원은 기자에게 “진보대통합 1단계 안은 4월, 2단계 안은 5월, 3단계 안은 오는 6월 17일 당 대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민노당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1차 합의문이라는, 첫 단추부터 실패한 셈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2일 최고위에서 “통합논의를 위해 권한을 위임받은 집행책임자들이 모여 충분한 논의를 하고, 그 결론을 대표자 회의에서 검토한 후 결정하면 됐었다”면서 “그날(4월 29일 연석회의) 정상적인 논의를 할 수 있었는데도, 실질적인 내용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진보신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 지난 1월 2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1차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다.ⓒ뉴시스

문제는 민노당 측에서 노동절인 지난 1일 오전 재회의를 통해 1차 합의문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진보신당이 거부했다는 점이다. 진보신당은 2008년 분당 당시 문제가 됐던 대북문제, NL-PD 간 패권주의에 대한 민노당과의 이견 차로 합의문 선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진보신당은 연석회의 1차 합의문 과정에서 김은주 부대표가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조승수 대표와 설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한석호 사무총장이 김은주 부대표를 맹비난하며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당 지도부 간 극심히 분열 양상까지 보였다. 조승수 체제의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써 지난달 4일 연석회의에 참여할 뜻을 내비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침묵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연석회의에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사회당 등이 국민참여당의 공식적 참여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내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유 대표는 민주당에게는 통합압력을, 진보 양당에게는 비토론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유 대표는 2일 김해을 보궐선거 패배 후 첫 최고위회의에서 “2% 부족한 한 차례의 선거 패배로 우리 당이 부정당하는 건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통합론에 선을 그은 뒤 “내년 총선, 대선 등을 포함한 당의 진로는 앞으로 당원들이 함께 논의해 결정할 것이다. 개인 유시민이 아니라 당 대표로서 고민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진성당원제를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당원의 뜻을 존중하지만 당 수장으로서 실리적인 야권연대 방안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당분간 국민참여당의 정중동 행보는 불가피하지만, 유 대표가 연석회의에 적극적인 시그널을 보내며 진보 양당을 압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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