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 새판짜기에 동참할까…소장파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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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 새판짜기에 동참할까…소장파 어디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5.09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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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주류 급속히 붕괴…박근혜, 소장파와 소극적 연대할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한나라당의 새판짜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의 대립 등으로 ‘두나라당’이라는 달갑지 않은 비난을 받았던 한나라당이 이제 각 정파별로 분열되는 양상이다. 지난 4.27 재보선 참패로 수도권 소장파들이 당 전면에 나서며 “이름 빼고 다 바꾸자”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 6일 당 사령탑을 뽑는 원내대표 선거마저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당선, 여당의 권력지형 개편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예상보다 빠른 친이 주류의 몰락으로 인한 MB정부의 컨트롤타워가 급속히 무너졌다는 데 있다. 실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경률 의원은 불과 64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안 의원은 친이계 최대 계파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대표다. 그런데도 패배했다. 황 의원의 당선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결과지만, 선거 결과는 이재오계의 몰락으로 귀결되고 있다.

여기에 패장의 멍에를 쓴 채 퇴장한 안 대표는 지난 8일 당사에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작년 예산 다룰 때도 보셨을 텐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부가 고집만 부렸다”면서 “정부에 분노를 느낀다. 국민과의 소통을 우리가 계속 건의해왔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난 3년간의 MB정부는 불통정부였다고 고백한 셈이다.

친이 주류의 몰락이 가시화되자 한나라당 소장파와 비주류 측은 연일 이재오계를 비토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을 겨냥, “이제 적절한 위치에서 당을 위해 일을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 권력 추의 새판짜기가 시작된 셈이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뉴시스

때문에 그간 이재오계와 대립각을 세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계의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특사로 유럽순방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친박계와 소장파 등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연대설이 불거지는 이유다.

하지만 적극적인 연대 관계는 아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차기 총선 전까지 소장파 역할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제는 친이 비주류인 정두언 최고위원과 소장파 남경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연대가 친박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소장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의원들은 “전임 지도부가 지명한 비대위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이 근거로 내세운 것은 당헌 30조다. “대표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이 대행한다.” 결국 당내 소장파는 범친이계인 정의화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고 동시에 친이 주류는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권력 투쟁을 한 단면이 노출된 셈이다.

또 소장파는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을 요동치게 한 감세안 철회를 들고 나왔다. 황 원내대표 등도 감세정책 철회에 동조하고 있다. 감세안을 놓고 비주류들이 연대 전선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여전히 법인세 인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가 소장파 등 비주류와 적극적으로 연대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내년 총선 전까지 정책 현안에 대한 침묵을 장기화한 채 소장파들에게 일정 부분 힘을 실어주는, 소극적 연대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성급히 차기 전대에 뛰어들 경우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고 MB정부의 부채를 그대로 계승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그렇다. 박 전 대표가 ‘친이 주류 vs 비주류’의 대결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친박계는 소장파 역할론을 통해 이재오계를 견제하고 내년 총선 때 ‘수도권-영남’ 의원들의 지지를 업고 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2012년 4월은 총선이자 4대강 완공 시기다. 박 전 대표와 4대강 중 어느 쪽이 보수층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까.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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