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사라진 두 집단의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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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사라진 두 집단의 이전투구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6.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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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해법'에 대한 국회와 검찰의 갈등을 보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법대로 공화국에서 힘있는 두 집단의 신경전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최근 정국을 강타하며 극심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초, 이번 사태는 서민들에게는 높은 문턱을 자랑하며 자산 불리기에 열을 올려온 금융권의 폐해를 일부 드러내는 사건으로 해석되는 한편, 부실 운영으로 영업 정지를 앞두고는 소위 'VIP'로 불리는 고위층에게 극비리에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져 말썽을 빚은 바 있다.

그랬던 사태가 얼마전 부터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며 이전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확대 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 흐름의 방향도 예민하다 못해 날카롭기 그지 없는 정치권을 향해 달려 갔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서민의 금고로 불리며 한때를 풍미했던 저축은행이 부실과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되며 복마전이라는 말을 들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경영진의 실수로 은행들이 부실화 했다고 해도, 그것이 서민들의 피와 땀이 모인 '희망의 전당'이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사태의 이면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에 예금자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마저 실망과 분노는 강도를 더하고 있다.

사태를 사이에 둔 갈등의 수위와 주체들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부패의 고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이냐라는 물음이 절로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저축은행 부실의 불똥을 맞은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에 책임을 전가하며 진흙탕 같은 이전투구를 벌였다. 그 사이 은행 부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이 속속 거명되기도 했다. 이름을 듣자면 구역질이 날 정도다.

혐의는 둘째치고, 은행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인물들만 해도, 10여명에 이른다. 더욱 여기엔 정부 부처 고위층을 비롯해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비서진, 그리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내놓라 하는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던졌다. 만약 그들의 개입이 사실로 들러난다면 미친개만도 못한 인간들이란 붉은 낙인이 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가히 '폭로 정국'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하게 난타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정부의 실정을 꼬집어야할 대정부 질의에서 조차 여야가 상대방의 책임론을 주장하며 자해에 기까운 전쟁을 벌였다. 대립의 구도에 변화 조짐을 보인 것도 이 시점이다. 책임론 공방에 날새는 줄 모르던 정치권이 이번엔 자해의 흔적을 스스로 봉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사태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나서면서 새로운 갈등 고리가 만들어졌다.

당초 사건 수사가 검찰 주도로 이뤄져 온 만큼,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논리도 여야 각각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듯 하다. 여당은 사태의 핵심에 지난 정권의 실세들이 개입됐다며 국정 조사를 통해 낱낱이 파해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야권도 은행으로 부터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현 정권의 핵심이라는 점을 들어, 국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조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자 말을 아기던 김준규 검찰총장이 입을 열었다. 사건 수사와 관련한 그의 일성은 한마디로 '발본색원'이다. 서민 예금자와 은행으로 시작된 갈등 구도가 은행과 정치권을 거쳐, 여권과 야권으로 이어지더니 이번엔 피의자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권과 수사 당국인 검찰로 옮겨가는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단순하게 여겨지던 서민 금고의 부실 사태 치곤 꽤나 엉뚱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해결의 실마리도 갈수록 꼬이는 형국이다. 사태에 정치권 연루자들이 다수 거명된 만큼, 국정 조사는 결국 제식구 감싸기라는 우려를 낳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일 것이다. 반면 과거 '권력의 칼잡이' 노릇을 해온 검찰의 수사를 100% 신뢰하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표적 수사 의혹을 부를 우려가 다분하다는 부정적 시각에서 나온 추측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김준규 검찰총장호는 그 어느때보다 강한 부패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제대로 성역없는 수사를 할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발씩 뒤로 물러서 내다 본다면 해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회가 입법의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 기관이라면, 검찰은 사정의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기관이다. 이를 잘 새겨보자. 사태의 본질이 서민들의 피땀이 묻은 저축은행이라는 것. 양대 기관이 휘두르는 권력도 바로 이들 서민(국민)들에게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양측의 힘겨루기는 한낱 당사자들의 이해에 지나지 않는다. 한발씩 양보하되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권력기관이길 기대해 본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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