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고 싶어? '에너지'를 가져라"<레알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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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고 싶어? '에너지'를 가져라"<레알청춘>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7.07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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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아픈 청년들의 이야기 <레알청춘>을 발간한다는 소식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기들 목소리를 내는 것, 대견하다.

하지만 책에 대해 추측해 보건데, 누구는 이런 생활을 했고 누구는 저래서 어렵고 하는 구질구질한 상황묘사들로 도배됐겠지. 대학 등록금, 최저임금, 실업문제 누구나 아는 어려움 속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고생 이야기. 대략 이정도.

큰 거부감은 없다. 다만 큰 기대가 없었을 뿐이다. ‘그래,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그래도 다 그렇게 크는 거야’ 라는 생각. 그야말로 아프니까 청춘인거야. 물론 표현하고 알리는 것, 의미 있지만, 솔직한 생각은 ‘그래서? 어떡할 건데?’ 뚜렷한 대책 없이 힘든 투정만 해대는 게 큰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있었고.

또 나도 아파봤다고. 근데 내가 아픈 게 남 탓할 일인가? 또 어디 하루 이틀인가? 70년대 80년대 90년대, 지금까지도. 10대 20대 30대, 뿐만 아니라 40대 50대 60대도. 모든 시대에 모든 세대가 아픔을 겪는 것을. 원래 사는 게 고행이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아픈 게 인생이야. 그러니까 내가 더 잘해야지. 알아서 잘 살아야지. 뭐 그런 생각. 그래, 내가 겪어 본 일이기에 어쩌면 더 냉정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별 기대 없으면서도 초라한 월급에서 금쪽같은 1만3000원 뚝 떼어낸 것은 단지 우리 청년들 응원하고 싶어서다. 반값등록금도 그렇고 최저임금도 그렇고, 사회에 대항해 이들을 옹호하는게 아니라 딱하니까, 안쓰러운 마음에 주제넘게 응원했다. 미래에 용기를 주는 정도? 개미 발바닥만큼 작은 손길이라도 청년유니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래서 책을 들고 왔다.

책을 읽었다. 그래, 결국 고생이야기다.

근데 책이 말하더라. 단순한 고생담이라면 섭섭하다고. 그냥 아픈 얘기가 아니더라. 그야말로 ‘고군분투 생존기’더라. 징징대면서 약해빠진 소리 하는 게 질색인 나, 구저분한 고생사가 다가 아니라고 나로 하여금 '생각' 이란 걸 하게 했다.

꿈을 위한 투자는 커녕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들어 허덕허덕 거리면서 아르바이트로 목숨을 연명하던 시절, 토익시험 때마다 ‘무직’ 란을 까맣게 칠해놓고 OMR카드를 힘겹게 가리는 날 보면서 난 왜 이럴까 끝도 없는 자괴감에 빠지던 징그러운 시간들. 그러면서 결론은 “내가 못해서. 그러니까 내가 더 잘 해야된다”였는데.

근데 왜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던 사람이 남대문 도매상에서 배달일을 하는데? 소위 말하는 SKY에 있던 사람이 왜 궁상맞게 살고 있는데? 학원 강사를 하고, 칼럼을 쓰고, 방송 작가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지적 수준이 낮지는 않을 텐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럭저럭 잘나간다고 생각지 않나?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친구라는 ‘사치’ 없이, 휴식이라는 ‘여유’도 없이, 일하고 배우고 정신없이 달려가는데, 왜 똑같이 아프지? 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잘 했는데도 아프면 이거 문제 아닌가? 그들이 운이 나빠, 능력이 없어 잘못 걸려들은 게 아니잖아. “아, 사회가 썩었구나.” 더 이상 스스로만 채찍질할 순 없는 노릇이다. 

칭얼대는 소리와 절규의 차이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후자에는 상황을 벗어나려는 의지와 에너지가 있다.  ‘고군분투’라는 단어처럼 거대한 적에 맞서는 용기와 악착스러움이다. 사회가 썩었으면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는 힘.

에너지의 유무는 큰 차이가 있다. 그냥 고생이야기, 난 이렇게 살았고, 그래도 꿈이 있으니 난 이렇게 성공할 거다 하는 아름다운 얘기는 결국 내가 알아서 잘해서 잘 살겠다는 얘기다. 이는 같이 힘들어하는 친구들 틈을 비집고 나와 ‘나 혼자’ 잘살겠다는 재미없는 얘기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에 사회를 향한 비판과 질책과, 바로 잡으려는 힘이 있으면, ‘다 함께’ 잘살자는 스펙타클한 이야기가 된다.

종합격투기 선수, 도매상 배달원, 만화작가 등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꿈이라는 바람에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는 청년 인터뷰이들의 삶에는, 그리고 이들을 만나서 이들의 삶을 문자로 옮긴 청년 인터뷰어들의 글 속에는 사회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이들을 레알 청춘이라고 부른다.

안타까운 사연이 위트있는 글귀로 그려져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책. 애써 웃어보지만 청년들의 해맑음에 한 번 더 안타까워야 하는 책. 이 속에 레알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 지갑에서 1만3000원을 기꺼이 꺼내는 그대들아, 그대들도 레알 멋진 청춘이라 말하고 싶다.  청년유니온|삶이보이는창|256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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