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젤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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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 젤 고맙지”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7.12 17: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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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홍대 학생들아, 현장에서 배워라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수도권에 시간당 20~30mm 가량의 강한 비가 집중되고 있다는 12일 오후 12시. 젊은이들의 거리가 있는 홍익대학교 앞에서 작은 우산 하나로 비바람을 버티고 있을 아주머니를 만나기 위해 홍대로 향했다.

홍익대학교는 지난 1월 학교 청소용역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통보를 했고 이에 집단 해고된 홍대 청소·경비·시설 노동자 170여명은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 등 시위를 시작했다. 월 75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하루 11시간가량을 일하던 이들은 49일간의 시위 끝에 소기의 결과물을 얻었다. 학교 측으로부터 전원 고용승계와 임금인상(시급4450원)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협상 타결 뒤에 지난 5월 25일, 시위 기간 동안의 손해액과 홍대 이면영 이사장의 명예훼손 피해액 명분으로 청소 노동자와 민주노총 관계자 등 시위 관계자 6명에게 2억80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홍대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등은 학교 측의 소송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 취하 시까지 매일 있을 일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인시위 3일째를 맞은 12일 부터 ‘홍대 학생들아, 현장에서 배워라’라는 주제로 <시사오늘>도 이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살다보니 내가 이런 일도 다 하네. 당해보니 가만있을 일이 아니야”

비오는 홍대거리를 지나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도착했을 때 저기 공터에서 우산을 쓰고 피켓 하나씩 목에 걸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우리 엄마 또랜데, 연세도 있으신 분들이 어쩌자고 이곳까지 나오셨을까.

교문 앞에는 네 명의 청소노동자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은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매일 네 명씩 교대로 일인시위를 진행할 참이다. 일찍이 점심을 챙겨먹고 남은 점심시간을 쪼개 시위에 참여한다. 다행이도 빗줄기가 한결 얇아져 그들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청소노동자 임정복(여,62)씨를 만났다.

임 씨는 손해배상 소식이 마냥 기가 막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이렇게 시위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것도 큰 힘이라는 것을 아는 듯 했다.
  
“60(세)이상 살다보니 내가 이런 일도 다 하네. 예전에는 이런거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 보면 ‘뭘 저렇게까지 하나, 그냥 조금만 받아먹고 살지’했는데 내가 당해보니까 그게 아니야.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지켜야 되더만. 또 이게 우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 손자 일이 될 수도 있고.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야”라고 했다.

지난 49일간 투쟁 이후 임금과 노동시간이 개선됐다. 기존 75만원이던 임금은 90만 원 가량으로 인상됐고 노동시간도 11시간에서 8시간가량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이외의 처우개선은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대우다. 임 씨는 청소노동자의 문제에 대해 “청소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인간대접을 안해줘. 그게 젤 어렵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학교의 손해배상 청구. 

학교측에서 손해배상 청구한 내역에는 시위 기간동안 교직원들의 특근 간식비라며 참이슬후레쉬 360ml 5병 5500원, 떡볶이 2500원, 김치김밥 5줄 1만 2500원 등의 목록이 들어 있다. 이것들을 포함해 특근수당, 교직원 식대, 비상근무 위한 담요구입비 등 1억 8천여만원과 이사장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1억, 총 2억 8천여 만 원을 요구했다.

임 씨는 “정말 말도 안되는거지. 노동자들이 이 돈이 어딨어. 너무한거지. 이사장이란 사람도 참 어수룩해. 1억 원 받으면 명예가 회복된대? 나 참, 이게 더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인 줄 모르나”고 말했다.

“김여진씨 한테 젤 고맙지,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서 고마워”

임 씨를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이 생각났다. 임 씨는 “지난번 시위 때도 TV에도 나오고 하니까 처음에는 힘들까봐 걱정들 많이 했지. 근데 막상 안할 수도 없는 일이고. 어째 이제 오히려 응원해줘야지”하며 허털 웃음을 지었다.

특히 영화배우 김여진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 씨는 다음 주 예정된 정권 인사들의 참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정치인들이야 말로만 많이들 하니까... 그 사람들보다도 김여진씨한테 젤 고마워. 지난번(7일)에도 비가 엄청 많이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도와주고 갔어. 앞으로도 더 신경써주면 고맙지”라며 “민주노총도 그렇고 연대해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고맙지 뭐, 우리 청소노동자들도 여자청소부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참여하고 남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12시 30분, 임 씨를 비롯한 시위자 4명이 자리를 비우자 그곳에 응원 나온 홍익대 재학생 서희강(09학번, 미대) 씨와 그 친구 두 사람만 남았다. 서 씨는 올 초에 있었던 투쟁 이후 운동권 반응이나 학교에 대한 비판 여론들로 인해 학교가 많이 침체돼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 씨는 “학교 재학생들이 노동자들에 무관심한게 아닌데 그런 인식도 많고 해서 섭섭하죠.  총학생회가 비권(비운동권)이다보니 총학생회와 학교의 성명서에 재학생들의 움직임이 주춤해요. 또 노동자는 지지하지만 주도세력이 민노총 이다보니 불순세력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있는 것 같구요. 손해배상 소식 있은 뒤에도 학생들, 특히 우리 미대 애들은 학교에 대한 반발심이 커요. 단지 행동의 구심점을 찾지 못해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못할 뿐이에요”라며 “학교 체제나 보수언론 등의 책임을 학생들에게로 돌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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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1-07-14 21:25:05
학생들에게 책임이 있지...정의롭지 않은 것을 보고도 침묵하고 있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욕을 안먹어....초딩도 아니구.....그리고 대학생이 뭔 구심점을 탓해....대학은 각자가 주인되어 만들어가는 곳이야....한명이면 어때? 스스로 판단 못해...자기판단에 잘못되었으면 표현을 해야지...표현 방식은 어떤게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그런 의식과 몸짓이 없으면서 뭔 학문을 하고 예술을 한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