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정희’, 자유와 진보를 말하다…진보신당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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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정희’, 자유와 진보를 말하다…진보신당 속내는?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7.1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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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유시민 “진보신당, 참여당 반대해 난감”…이정희 “진보대통합, 어떻게 논의할지 아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단한 노동인권 변호사였다.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거리로 나간 최초의 변호사가 아닌가. 전태일과 노무현이 과연 만날 수 있느냐…(잠시 생각하더니)노무현 전 대통령 안에 전태일 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14일 오후 7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시민-이정희’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에서 한 청중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전태일 열사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바로 그 옆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긴장된 얼굴로 답변을 듣고 있었다.

당초 출판기념일 보다 20여일 정도 늦춰진 상황에서 진행된 이날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는 때로는 진지한 분위기를, 때로는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으로부터 ‘분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유 대표는 다소 수척 된 얼굴을, 출판기념회 1시간 30분전까지 참석 여부를 고민했다던 이 대표는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실제로 이날 이 대표가 “여기에 오면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염려도 있었고, 저희 둘이 만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일(15일) 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고 하자, 유 대표는 옆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합진보정당 건설 과정 중에 열린 ‘유시민-이정희’의 출판기념회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인 셈이다.

15일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소집에 앞서 열렸다는 점에서,또 진보신당이 이 자리에서 참여당의 합류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겠다고 예고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대표와 유 대표는 진보진영의 비토 정서를 의식했는지 이날 진보대통합과 관련된 질문에 소극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 “어떻게 논의해 나갈지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이정희 대표)”, “진보신당이 참여당을 반대하고 있어 난감하다. 지금 안 된다고 하면 좋은 친구로 지내려고 한다.(유시민 대표)”

▲ 14일 오후 7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왼쪽)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 둘을 바라보는 진보신당의 태도는 한마디로 ‘유시민 NO’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강상구 대변인, 박은지 부대변인이 연달아 성명을 발표, 유 대표와 참여당에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며 연석회의 내부의 참여당 통합론자들을 견제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시민이 싫다”라는 비토 정서로 단순화하기는 힘든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는 독자파 vs 통합파로 나뉜다. 다만 통합파 중에서도 민노당 통합파와 참여당 긍정파, 부정파가 또다시 대립하는 모양새다.

일단 진보신당 독자파들은 “국민참여당의 정강정책이 참여주의의 신자유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 독자파로 알려진 김종철 전 대변인도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민노당 당권파가 몸집키우기를 통해 민주당까지 포함된 민주연립정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통합파로 알려진 진보신당 관계자는 기자에게 “참여당과의 통합은 무조건 안 된다. 그들이 진보인가. 참여당과의 통합시 노동, 한미 FTA, 농업, 여성, 평화, 젠더 등의 문제해결이 더더욱 요원해 질 것”이라며 “지금 진보신당 내부에 복지의 가치론을 가지고 민주당까지 포함된 복지단일정당을 만들자는 세력까지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진보-민노-참여’ 3자 선거연대를 했던 이 관계자는 진보대통합엔 찬성하되, 참여당은 합류 불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마디로 참여당은 선거연대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독자파로 알려진 다른 진보신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통합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진보신당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지금 분위기는 민노-참여의 합당 수순으로 가고있는 데 선(先)민노통합을 통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과는 다른 입장을 가진 대의원도 있었다. “진보의 가치가 무엇이냐. 진보의 가치를, 진보신당의 핵심 의제인 ‘평등 평화 생태 연대’ 등의 가치를 드러낼 수만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지 않느냐. (참여당과 손을 잡는다고)진보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 정치환경상 진보신당의 가치를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진보신당 참여 통합파)”

결국 진보신당 내부는 모든 세력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독자파 vs 민노-진보 통합파 vs 민노-진보-참여 등 비민주 통합파 vs 복지단일정당파 등으로 분화돼 있는 셈이다. 이날 열리는 연석회의에서 참여당의 합류 여부 문제가 어떤 식으로 논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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