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심 “진보통합 계속돼야”…민노 당권파 겨냥
민노 참여 “양당 통합 승인에 영향? 미비하다”
민노+참여 통합시…노-심, 정치적 타격 불가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진보정치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23일 끝내 탈당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당 대 당 통합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진보 소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 고문과 심 고문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민노당의 당 대회에 앞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들은 이날 배포한 탈당 선언문에서 “진보신당의 이름으로는 더 이상 국민에게 신뢰받는 대안세력으로 발전할 수 없다”면서 “진보신당을 떠나지만 그동안 걸어왔던 대중적 진보정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겠다. 대중적 통합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통합파로 알려진 진보신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23일 탈당한다. 지금은 통화하기가 좀 어렵다”며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진보신당의 스타급 의원인 ‘노-심’의 탈당은 이미 예견됐다. 진보신당 독자파가 지난 9·4 당 대회에서 민노당과의 합당 안을 부결시키자 노 상임고문 등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이하 통합연대)를 출범시키며 민노당 당권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또한 노-심을 지지하는 노동계, 학계, 빈민 조직 인사들도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수많은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DJ정부와 참여정부의 행정을 책임졌던 인사들로,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민노당 당권파를 비난했다.
앞서 21일 민노당 비당권파인 강기갑 권영길 천영세 등 전직 대표들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여부를 표결하게 되면 가결이 되든지, 부결이 되든지 당의 단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국민참여당과의 선(先)통합에 반대했다.
민노당 당권파는 국민참여당 끌어안기를, 국민참여당은 민노당과의 통합을, 진보신당은 국민참여당을 배제한 민노당과의 선 통합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회찬 심상정’ 등이 주축이 된 통합연대로 인해 진보통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심의 탈당과 민노당 비당권파 등의 국민참여당 비토가 오는 25일과 내달 1일로 각각 예정된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당 대회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통합연대의 파괴력에 따라 민노-참여-진보신당 등 진보개혁진영의 정파간 헤게모니가 심화될 수도, 진보대통합의 급진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통합연대, 민노-참여 통합 부결시키나?
노 고문과 심 고문이 탈당한 1차적인 목표는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선 통합 저지다. 지난 4일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민노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된 이후 노-심과 일부 대의원들이 통합연대를 출범시킨 것도 진보정당만의 재구성을 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당 대회가 마무리되는 내달 1일까지 노-심이 움직임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오는 25일과 내달 1일로 각각 예정된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의 당 대회는 일단 양당 간의 통합만을 전제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때문에 노 고문과 심 고문 등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중 어느 한 쪽에서 통합 안이 부결되는 것이다. 노 고문 등이 통합연대를 고리로 민노당과 다시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탈당이 노 고문과 심 고문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라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이 합당 안을 승인하며 민노-참여 간의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노 고문과 심 고문은 오히려 진보신당을 등지고 나간 원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 고문 등이 이날 탈당을 결행한 이유는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통합이 진보-자유주의 연합 정당에 불과하다는 일관된 소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합연대 소속인 진보신당 관계자는 국민참여당의 이념적 성격에 대해 “국민참여당은 자유주의 정당이 아니냐”며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도한 세력과 통합한 것은 진보정치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도 기자에게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간 합당 논의와 관련, “진보정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 계급에 의한 조직이 전제돼야 한다. 국민참여당이 노동자 정당이냐”고 반문한 뒤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이 통합을 한다는 것은 진보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상병 박사는 ‘노회찬 심상정’의 탈당과 관련해 “두 사람이 그동안 진보 정치사에 쏟았던 노력, 열정 등이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 여부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선 통합이 된 이후에 논의됐어야 했다”고 전했다.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등은 노 고문과 심 고문의 탈당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양당 간 통합 승인 여부와 관련해선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노 고문 등의 탈당에 대해 “우리가 노회찬 심상정 고문의 탈당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국민참여당은 일관되게 누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뒤 전당대회 전망과 관련해 “예측불허다. 다만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민노당과의 합당 안이 가결되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광철 전북도당위원장도 “노회찬 심상정 고문이 진보대통합에 함께 하는 것은 진보의 재구성에 있어 의미 있는 일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대의를 저버리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관계자도 “노회찬 심상정 고문의 탈당이 민노당 당 대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앞서 21일 이정희 대표는 <당원과 대의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진보정당이 언제까지 무력하게 국회 안에 존재하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겠느냐”며 국민참여당과의 선 통합을 재차 주장했다.
한편 노 고문과 심 고문이 탈당한 진보신당의 향후 행보는 먹구름, 그 자체다. 조승수 대표 사퇴 이후 독자파인 김은주 부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고 있으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당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진보신당은 강상구 대변인과 박은지 부대변인 등이 김 권한대행의 일방적인 전횡을 문제 삼으며 모두 사퇴하는 등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진보신당의 공중분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