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래 내수 누적 1만200대 그쳐…브랜드 첫 실패작 위기
GV70 전동화에 팀킬…내년 부분변경 전까진 돌파구 마련 어려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네시스 GV브랜드 막내 격인 GV60가 내수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형님 모델들인 GV70과 GV80이 꾸준한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 SUV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고객 선호도가 떨어지는 준중형의 작은 차급 모델의 한계를 비롯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에 국한된 선택지로 인해 수요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당면한 판매 부진 위기를 넘어야 하는 큰 숙제를 안았다.
16일 현대자동차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제네시스 GV60은 지난 2021년 말 출시된 이래 단 한 번도 내수 시장에서 연간 1만 대 판매 고지를 넘지 못했다. 가장 많이 판 해는 출시 후 신차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2022년으로, 5639대 실적을 냈다.
역설적이게도 GV60가 2022년 기록한 최다 판매 기록은 같은해 현대차 시판 모델 중 최저치로 확인된다. 비인기 차종인 수소전기차 넥쏘(1만164대)와 소형 SUV 베뉴(8425대)에도 뒤처진 결과로, 시장 안착에 실패했음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GV60은 지난 2021년 10월 첫 출고 때부터 올해 4월까지의 실적을 모두 더해야만 누적 1만 대 판매를 겨우 넘어서는 수준(1만200대)마저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 이름값에 걸맞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앞서 출시된 형님 모델격인 GV80은 2020년 1월 출시 이후 매년 2만~3만 대를 오가는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GV70 역시 출시 3년간 내수 누적 10만 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GV60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때문에 GV60는 제네시스 브랜드 내에서 동반 판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세단 모델 G70과 주로 비교되는 상황이다. 다만 G70조차도 출시 초반엔 연 판매량 1만5000대를 넘어서며 나름의 입지를 구축한 전례가 있다. 사실상 GV60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유일한 실패작으로 남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GV60는 특히나 올해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판매 부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진입 전 판매 둔화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1~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88.2% 급감한 173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수소전기차 넥쏘(853대)보다도 안팔린 것으로, 고객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GV60이 다른 제네시스 모델들과 달리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로 기대를 모았으나, 오히려 전기 단일 모델로 고객 선택지가 제한된 점이 독이 됐다고 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이미 현대차그룹 내 아이오닉5와 EV6가 득세한 상황이었고, 프리미엄 시장에선 벤츠와 BMW 등 쟁쟁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단 것이다.
일각에선 같은 브랜드 내 상위 차급인 GV70에 전동화 모델이 추가된 점도 GV60의 부진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내 더 큰 차량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GV60이 내세운 전용 전기차의 장점이 GV70 전동화 모델의 공간성에 밀려 희석됐단 평가다.
한 관계자는 "GV60이 내년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통해 판매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속된 불황으로 인해 고가 전기차 수요가 줄고 있는데다, 아이오닉5와 EV6 등 가성비 시장의 부분변경 모델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GV60의 판매량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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