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4시간 버린다" 회의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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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4시간 버린다" 회의론 확산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10.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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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논란 1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논란은 정운찬 총리가 지명자 시절 ‘행정 비효율’을 이유로 원칙적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재점화됐다.
 
정 총리는 “세종시는 국가 전체로 봐서 비효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자꾸 제안하는 것은 훌륭한 대안을 만들자는 것이지 옮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약속을 했으면 어떤 형태로든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발언해 세종시 원안(9부 2처 2청 이전)에는 반대하면서도 원칙적 이행을 주장하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정 총리의 말대로 세종시를 ‘어떤 형태’로 결론짓느냐는 이명박 정권 최대의 난제 중 하나다. 정 총리 개인으로서는 그의 총리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로서 부상 여부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정 총리 자신은 총리 취임 전후 거듭 대권 도전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적다.
 



정 총리의 세종시 발언이 나온 직후 그의 고향이기도 한 공주를 비롯한 충청권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세종시 건설 현장 인근인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소재 세광부동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 총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정운찬을 때려 죽이자’는 격앙된 말들을 쉽게 들을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충청 주민들 “정운찬 때려 죽이자” 격앙

현지 주민들이 세종시 원안 관철에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원안대로 추진되기를 다들 기대하고 있지만 ‘안 될 것’이란 불안감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원안 관철이 어려운 쪽으로 기울어지자 세종시 주변 땅값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광부동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금남면 일대의 경우 ‘자리가 좋은 곳’은 평당(3.3㎡) 50만 원 선에서 35~40만 원으로, ‘안 좋은 자리’는 평당 30만 원 선에서 절반으로 떨어졌다.

땅 값은 앞으로도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광부동산 관계자도 “(땅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내 놓는 사람은 많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현지 부동산 사정을 귀띔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 반대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 44명은 ‘수도권 완화법안’을 제출하며 우회적으로 세종시 건설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세종시 원안 관철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의 즉각적인 반발을 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차명진 의원 측은 수도권 완화법안이 세종시법과는 전혀 별개의 법안이므로 세종시법과 연계해 이야기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다. 차 의원실 최승우 비서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완화법안은 현재 과도한 규제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제출됐다”며 “경기도 내에서도 지역 편차가 심해 이전과는 다른 계획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주말에 비는 도시’ 된다는 지적도

차 의원이 앞장서 세종시에 반대하는 이유를 요약해 달라는 질문에는 정 총리의 견해처럼 ‘비효율성’을 먼저 들었다. 국회와 청와대가 서울에 그대로 있으면서 행정부처만 세종시로 옮겨갈 경우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왕복하는 데만 최소 4시간이 걸려 무시할 수 없는 행정공백이 필연적으로 야기된다는 설명이다.
 
차 비서관은 이에 덧붙여 과천에 정부 제2종합청사가 들어선 상태에서 세종시에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면 수도권이 비대화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 세종시 조감도     © 시사오늘


그는 “세종시 부지는 약 2,200만 평으로 하나의 도시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주말에 비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 놨다. 즉 공무원 가족 전체가 세종시로 거처를 옮기지 않으면 주말에는 공무원 본인이 가족을 찾아 서울로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세종시가 비게 돼 도시로서의 기능이 완전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인근의 정부 대전청사의 공무원들 대부분은 주말을 서울에서 보내고 있고 심지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비율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 중에는 세종시가 도시 자족 기능을 갖출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는 이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에는 도시 기반 시설로서 대학 등 교육 시설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체들이 입주해야 하는데 세종시가 자족 기능을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종시로 이전될 것으로 점쳐지는 부처의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발령날 경우 주거와 교통비를 해당 지자체에서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지자체의 반발을 산 일도 있어 공무원들의 집단 저항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 ‘행정수도 이전 개헌 밀고 갔어야’ 주장도

세종시 문제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기자와 만나 “노무현 정권이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정면돌파’ 하지 않아 일이 복잡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면돌파가 무엇이냐고 묻자 ‘개헌’이라고 답했다.
 
헌재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헌법’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한 만큼 참여정부 시절 수도이전을 명기해 개헌을 밀고나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 인사는 “노무현 정권이 개헌을 추진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선 절충안으로 타협을 보면서 행정수도 이전은 어정쩡한 형태가 됐고 결국 문제가 꼬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 임기 내에)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통과되면 행정수도 이전을 강행하고 통과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 여론도 세종시 건설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내에서도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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