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루기에 빠진 통신-금융사간 ‘카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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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루기에 빠진 통신-금융사간 ‘카드전쟁’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0.2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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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카드 사업 속내는?
 
SKT-하나금융, ‘하나카드’ 출범 앞두고 지지부진… 경영권 확보에 ‘혈안’
KT도 BC카드 인수제안 거절당해… ‘주도권 싸움’ 한창인 통신-금융사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들인 SK텔레콤과 KT가 잇따라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하나금융과 KT는 우리금융과의 짝짓기를 시도한 것이다.

당초 이들 통신-금융사간의 결합 사업은 광범위한 고객망을 갖춘 이통사들이 카드 사업에 뛰어들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불어올 수 있다는 예상과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경계를 허물려는 또 하나의 우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로 관련업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들 통신-금융사간의 결합 사업은 현재로서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우선 KT가 이석채 회장을 중심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BC카드 인수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날 모양새다. BC카드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KT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도 하나카드의 지분매입이라는 화학적 결합이 아직 결론나지 않고 있어 일단 하나카드로 단독 출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이들 통신-금융사간의 결합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이유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하나카드 출범 연기 ‘복잡한 내막’


하나금융은 지난 4월 하나카드를 독립 분리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카드사의 성장을 위해선 은행의 지분제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을 확충한다는 의도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이에 지난 7월 하나카드가 SK텔레콤의 지분참여를 통해 사업제휴를 추진하자 통신-금융사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이었다.

그러나 하나카드-SK텔레콤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향후 출범될 하나카드의 경영권을 두고 SK텔레콤와 하나카드 측이 힘겨루기 양상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SK텔레콤이 ‘8000억원 제안설’까지 시중에 나돌면서 ‘결정적으로 가격협상에서 서로 절충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난무했다.

지난 9월 29일 하나은행 이사회는 하나카드 분할기일, 즉 독립출범일을 지난 9월30일에서 11월 2일로 정정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 동안 업계 일각에서는 제기되던 경영권 문제와 가격협상 문제 등 때문에 사업제휴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사실이 된 순간이었다.

매각 가격 등의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지분 규모에 관한 갈등이다. 양 측이 서로 51%의 지분을 가져가기 위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놓고, 하나 vs SK텔레콤 ‘칼끝 대립?’

당초 하나카드는 하나금융이 지분의 51%, SK텔레콤은 49%를 가지는 구조로 출범할 예정이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하나카드 분사에 따른 단순한 파트너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SK텔레콤이 구상하고 있는 통신 주도의 금융업 진출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나금융은 신설될 카드사의 매각 가능 지분을 49%이하로 못 박은 상황. 카드사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SK텔레콤은 51%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밝힌 ‘통신이 주도하는 금융과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 지분 참여가 아닌 경영권 행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다 보니, 회사 설립에 대한 부분은 모두 동의하고도 정작 신생카드사의 출범이 늦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하나카드를 100% 출자 자회사로 출범시킨 뒤 SK텔레콤과 지분 투자 협상을 할 수도 있다”며 밝히기도 했다. 하나금융의 ‘선 출범, 후 협의’ 가능성에 대해 SK텔레콤 역시 ‘파트너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13일 사실상의 ‘SK그룹 전용 신용카드’로 부를 수 있는 ‘신한SK행복카드’를 내놨다.

더욱이 SK텔레콤은 지난 2007년 당시 신한은행과도 합작운용회사 설립을 추진하다 중단됐던 전례가 있어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T, 우리금융 거절에도 눈 못 때는 BC카드


BC카드를 인수하겠다고 조회 공시를 냈던 KT는 우리은행과 한바탕 해프닝을 치뤘다. 당초 KT는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KT캐피탈에서 비씨카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비씨카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27.65%)와 신한금융지주(14.85%)에 지분 인수를 타진했으나 양사에서 일단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KT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통신과의 결합보다 시장에서의 지위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카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전 BC카드 지분을 매각해 통신사와 결합한다면 자칫 시장의 주도권을 통신사로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서 KT 지분 인수 조건을 다시 검토하라는 의견이 있었고 신한금융지주 측도 조건만 좋다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KT는 비씨카드 지분 인수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KT가 비씨카드 지분 인수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석채 KT 회장이 '모바일 신용카드'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채 회장은 이동통신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면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있는 금융업과 결합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달 하나은행에서 분사하는 하나카드와 SK텔레콤 합작이 가시화되면서 이 분야에서 SK텔레콤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인식도 KT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통신사와 금융사 간의 결합 시장이 물꼬를 트고 있는 가운데 양 측의 주도권 싸움이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다. 통신사가 주도하느냐, 금융사가 주도하느냐 주도권 싸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특히 통신사들의 거대한 자금력과 고객망은 금융사들이 두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미 예상된 수순으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통신-금융 결합 사업. 주도권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통신사와 금융사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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