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커피와 건강사이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커피와 건강사이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1.11.28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가녀린 몸짓으로 나뭇가지 끝에 대롱대롱 걸려 있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에 수차례 시달림을 당하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해 급기야 하나 둘 거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낙엽. 바닥을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고 있노라면 쓸쓸하기도 하다가, 빨갛고 노란 낙엽 더미를 살포시 밟을라치면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사박사박하고 푹신푹신한 느낌이 좋아 어느새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래서 일부러 낙엽더미가 쌓여 있는 곳으로만 걸어보기도 한다.

▲ 이창민 외과 전문의
지금은 낙엽을 함부로 소각하지 못하게 된 덕에 낙엽 타는 냄새를 거의 맡을 수 없게 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낙엽을 밟을 때면 어느새 낙엽 태우는 구수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건드렸고, 그 냄새를 맡노라면 따스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워지곤 했다. 참 이상하다. 낙엽 타는 냄새와 커피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구수한 냄새가 비슷해서 일까.

커피. 커피의 매력은 단연 그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향에 있다. 특히 요즘같이 서늘한 가을 날씨에 마시는 따끈한 커피 한 잔은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은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아련한 옛 추억에 빠지게 한다.

어릴 적 호기심에 어른들이 먹고 남은 커피잔 바닥을 핥으며 컵에 걸쳐진 커피를 먹을라치면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꾸중소리. 초등학교 교실, 겨울 조개탄 난로 앞에 가디건을 어깨에 걸친 채 앉아 커피 잔을 살포시 감싸고 있던 여선생님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 두툼하고 마디가 굵은 억센 손으로 커피, 설탕, 크림을 밥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사발에 넣고 휘휘 저은 뒤 막걸리라도 마시듯이 벌컥 벌컥 들이키시던 주름살 가득한 시골 할아버지…….

모락모락 일어나는 커피 잔 연기 사이로 그 정겨운 모습들이 떠올라 어느새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커피는 우리나라 토종 음식은 아니지만 묘하게도 우리 음식과 궁합이 맞는다. 그래서인지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즐겨 마신다. 이러한 커피는 의학적으로도 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검증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피 섭취는 간암과 신장암 발생률을 낮추고 유방암과 대장암의 발생률도 조금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2형당뇨병 발생도 억제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쁜 영향도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동맥의 탄력성을 저하시키고, 심근경색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들 역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 결국 커피는 우리에게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하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식약청에서 권하는 성인 일일 카페인 권장량은 400mg이다. 2007년도 식약청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먹는 커피믹스 한 봉지에는 약 69mg, 캔커피 1캔(175㎖ 기준)에는 74mg의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

이밖에 카페인은 커피뿐 아니라 콜라, 녹차, 코코아, 초콜릿 등의 다른 음료 및 음식물 속에도 존재하므로 이를 감안해 커피를 마시도록 해야겠다. 녹차 1잔(티백 1개 기준)에는 15mg, 콜라 1캔(250㎖ 기준)에는 23mg, 초콜릿 1개(30g 기준)에는 약 16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또 커피에 대한 개인차도 있을 수 있으므로 본인의 신체 상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심근경색증이 있는 사람들은 커피 섭취량을 줄여야 하다. 전문의들은 이들에게 커피 섭취량을 하루 2잔 이하로 줄일 것을 조언한다.

오늘도 퇴근길 전철을 기다리다가 지루하기도 하고 춥기도 해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커피를 홀짝여 본다. 따뜻한 기운이 손과 목을 타고 가슴으로 퍼져나간다. 잠시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내 줄어가는 커피와 함께 다시 차가워져 가는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해 본다. 인생이란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