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장학재단, 결국 삼성에게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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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장학재단, 결국 삼성에게 넘어가나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1.10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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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서실 출신 손병두 이사장에 이어 ‘삼성맨’이 실무 관리
삼성장학재단 인사 놓고 일각서 삼성과 정부간 교감설 제기
정부 외압 논란이 일었던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하 삼성장학재단)'의 새 사무총장으로 두 달 만에 재단 사무총장으로 우진중 STS커뮤니케이션(삼성생명 자회사) 경영지원실장이 임명됐다.

삼성장학재단은 'X파일' 논란에 휘말렸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재산 출연으로 마련된 공익 재단이다.

삼성장학재단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삼성이 자진 출연한 재원으로 만들면서 재단 운영에 정부와 삼성 양자를 모두 배제한 민간장학재단으로 출범해 유지돼 왔다.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순수한 복지재단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의 손병두 현 이사장에 이어 또 다른 삼성맨이 실무 책임을 맡게 되면서 우려가 일고 있다. 재단 운영 과정에 삼성 측 입김이 커질 수 있다는 것과, 여기에 더해 정부의 '재단 편입 의혹'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 이건희     © 뉴시스

◇ 삼성 출신 이사장·사무총장이 장학재단 관리

삼성장학재단 측은 지난 2일, 삼성생명 자회사인 STS커뮤니케이션 우진중 경영지원실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사무총장 교체는 전임 문미란 사무총장의 임기 말료에 따른 것으로, 문 전 사무총장의 사표는 지난달 30일자로 수리됐다.

그러나 정부 외압 의혹 속에 전 신인령 이사장이 물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손병두 KBS이사장이 신임 이사장에 오른 이후 단행한 첫 인사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 출신의 사무총장 임명은, '삼성의 돈을 받았지만 삼성과는 관련 없이 기금을 운용한다'는 그동안의 재단 방침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등장으로 인해 삼성장학재단이 결국은 정부와 삼성의 지배구조 아래 들게 된 셈이다.
 
◇ "삼성-정부가 누이좋고 매부좋게…" 비판
삼성의 8000억 원 사회 환원은 결코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다. 당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기소돼 사법처리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따라서 8000억 원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연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간파해 겉으로는 삼성을 칭찬해주는 척하면서도 철저히 삼성의 개입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개입도 가능한 한 배제한 것이었다.

사실 8000억이라고 해봐야, 정확히 말하면 7500억이다. 이것은 기존의 이건희 장학재단의 재산 4500억에 전환사채를 터무니없는 헐값으로 취득해서 얻은 부당 이득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삼성이 보탠 돈은 3000억원 규모인 셈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이 8000억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누렸다. 미국 같으면 25년 옥살이도 가능하다는 그의 범죄혐의가 법원에 의해 면죄부를 받은 끝에 그는 집행유예로 실형을 모면하게 된 것이다.

또한 삼성은 삼성장학재단에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엄밀히 말해 '간여하지 못한것'이다. 여론이 무서운 데다 재단의 이사진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정부가 삼성장학재단을 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삼성에 우호적인 삼성 비서실 출신 손병두 이사장이 취임했다. 그리고 손 이사장은 여지없이 '삼성맨'을 사무총장 자리에 갖다 앉혔다. 장학재단의 이사장 교체 외압설을 제기했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삼성과 정부간 교감설을 제기했다.
 
▲ 손병두     © 뉴시스

안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성과 정부로부터 독립된 이들로 장학재단이 구성된 뒤 삼성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최근에는 장학재단이 이명박 정부의 눈엣가시처럼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정부가 교감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로서는 장학재단의 기금을 정부 구미에 맞게 쓰려 하고 있고 삼성 역시 이것에 이익이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 속에 장학재단이 과거 정수장학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 역시 "정부는 장학재단이 정부 측 서민행보의 한 역할을 해주길 바랄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삼성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소장은 또 "삼성은 장학재단에 투입된 에버랜드와 SDS주식이 제3자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고, 언젠가 매각되더라도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제3자에게 넘어가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것들이 각각 삼성과 정부가 원하는 바"라고 주장했다.
 
◇ 경제개혁연대 "삼성장학재단, '삼성 인사' 해명하라"
이러한 삼성장학재단의 인사단행을 두고 밖으로부터의 우려는 더욱 크다.
경제개혁연대는 "사회헌납 발표 당시 삼성은 재단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교육인적자원부도 재단의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재단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며 이 같이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이어 "신임 우진중 사무총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보, STS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낸 전형적인 삼성맨"이라면서"손병두 이사장은 삼성 회장비서실 출신의 친정부 인사, 사무총장에는 삼성맨이 선임되었으니 어떻게 재단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추궁했다.

또 "삼성장학재단은 지난번 이사장 선임 외압 의혹과 삼성 출신 사무총장 인사에 대해 해명하고 향후 독립적 운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공개매각을 조속히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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