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유방촬영술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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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 유방촬영술에 대한 오해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1.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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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부쩍 추워진 날씨 탓인가. 해마다 이맘때면 병원 대기 의자가 아픈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중 세상 모든 고민을 혼자서 떠안고 있는 사람마냥 병원 구석에서 풀이 죽은 채 얼굴에 피로와 수심이 가득한 중년의 여성이 유독 눈에 띈다.

그 모양새가 하도 안 돼 보여 그 이유를 물으니 얼마 전 검사 받은 유방촬영검사 결과가 심각하단다. 일단 위로의 말을 건넨 후 병명이 무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 심각한 병의 이름은 바로 ‘치밀유방’.  마음이 여린 어머니는 앞으로 홀아버지 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지내게 될 어린 아들 생각에 지난 밤 뜬 눈으로 밤을 지 샌 후 용기를 내어 2차 검사를 받기 위해 오늘 병원에 왔단다.

▲ 일반적인 유방(사진 왼쪽), 치밀유방

그로부터 수 시간 후 이 어머니는 2차 검사인 유방초음파 검사를 끝낸 후 결국은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향한다.

독자들에게 질문해 본다. 이 이야기의 장르는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의 드라마인가 아니면 웃지 못 할 단순한 해프닝인가. 마음 여린 어머니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이야기는 유쾌한 해프닝에 가깝다. 치밀유방은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암정복 사업의 일환으로 약 10여년 전부터 만 4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 주기로 무료로 유방촬영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 기관에서 유방촬영검사를 받으면 수일 내지 수주일 후 통보가 가게 된다.

통보의 내용은 크게 정상의 경우와 2차검사가 필요한 경우로 나뉘게 된다. 이중 2차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또 다시 혹이 보이는 경우와 치밀유방인 경우의 두가지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2차검사가 필요한 경우의 대부분은 치밀유방 때문이다. 

치밀유방은 결코 병명이 아니다. 단지 유방의 모양이 치밀하다는 것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사람들은 서양인들과 달리 유방에 지방질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유방이 부풀려진 형태가 아니고 밀집된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렇게 유방 조직이 밀집된 형태를 치밀유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료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방촬영술 검사에서 일반적인 유방의 경우는 실선 같이 보이는 유방 조직이 잘 보이지만 치밀유방의 경우는 뭉게구름이 짙게 끼어 있는 것처럼 유방 전체가 하얗게만 보인다.

한편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유방암도 유방촬영술 검사상 흰색으로 보인다. 따라서 온통 흰 바탕에서 역시 흰색으로 보이는 유방암 덩어리를 구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야말로 온통 하얀 눈밭에서 흰 토끼를 찾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치밀유방의 경우는 유방촬영술 만으로는 유방에 병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유방촬영술 만으로는 도저히 검사를 할 수 없기에 다른 검사 방법인 유방초음파검사를 2차적으로 해보자는 통보를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는 유방촬영술 검사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며 유방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비로소 유방의 질병 유무를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당사자는 심각한 병이 의심되어 2차적인 정밀검사를 시행하자는 말로 오해를 한 나머지 이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병원에 오기도 하며 이러한 사례는 적지 않다.

가뜩이나 고민거리가 많은 세상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하는 검사인데 오히려 이로 인해 쓸데없는 걱정거리를 또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부디 상기한 내용을 잘 숙지해서 근거 없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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