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죄스럽고 부끄럽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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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표 ˝죄스럽고 부끄럽다. 그러나…˝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2.25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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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국회의원 되려고 내 삶의 명분을 훼손 할 수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상징하는 박세일·장기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추진한 '국민생각'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특히, 재야의 대부로 불리는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마침내 여의도로 입성, 그의 뜻을 펼칠 기회가 왔다며 흐뭇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장 대표는 갑자기 '국민생각' 불참을 밝혔다. 그것도 '국민생각' 창당식이 있던 13일이었다. 도대체 장 대표의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 그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17일 여의도에 위치한 신문명정책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장 대표는 우선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결합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러한 약속을 못 지킨 것은 죄를 지은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처음에는 '국민생각'의 정체성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민주당 보다 더 좌클릭을 하는 바람에 '국민생각'이 원조 보수당이 될 것 같은 조짐이 나타났다. 이렇게 시국상황이 바뀌었다. 내가 진보주의자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부터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장기표 대표가 현실을 모르고 이상 만을 추구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거나 교수나 언론인을 하다가 갑자기 정치에 뛰어 든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 동안 원칙과 정도, 도덕성과 헌신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야운동 출신으로 40여년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재야 출신으로 지켜야 할 명분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살아온 삶을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두달 만 참으면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돼 그 때부터 저의 정치를 하면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럴 듯한 면이 있지만 저는 단순히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쌓아온 제 삶의 명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공동대표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는 데 어떤 내용인가요.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아시다시피 처음에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창당 초기에는 함께 참여한 양 쪽 모두가 대표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조직의 기본 원리입니다. 일단 조직이 만들어져서 두달 후나 일년 뒤에 어느 정도 하나로 융합되면 그 때가서 전당대회를 열어 1명의 대표를 뽑으면 됩니다. 그러나 창당 초기에 양쪽 세력이 대표 자리를 놓고 표로 대결하면 당이 깨지게 됩니다. 이 걸 인정해야 합니다."

나와도 함께 못하면서 무슨 공치(共治)?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독대표 체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의사결정 효율성을 말하는 건 데, 지금까지 사실상 공동대표로 역할을 해오면서 제가 박 대표에게 제동을 건 적이 없습니다. 저는 '박 대표가 주도하라'고 했고 박 대표는 '중요한 문제는 저하고 의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표는 처음부터 공치(共治)를 주장하지 않았나요. 박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저 하고도 공치를 못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박 대표가 상임공동대표를 하고 저는 그냥 공동대표를 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미 있었습니다. 제가 이 것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박 대표가 제안해서 합의 된 것입니다."

-박세일 대표가 '공동체 자유주의'를 강조한 것도 결별의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대표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소위 진보 세력과 같이 하면서 당의 이념을 '공동체 자유주의'로 하려고 하는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저도 '민주 시장주의'라는 제 나름의 이념을 정립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쓸 때는 이런 걸 내세울 수 있지만 의견이 다른 많은 사람들하고 정당을 할 때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굳이 당에 이런 이념 문구를 쓰지 말자고 했습니다. 영국의 보수당이나 미국의 공화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한다고 쓰지 않습니다. 자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강조하는데 지금 누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나요. 그런 식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다보면 자신들이 '뉴라이트'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 새누리당이 '좌클릭' 하는 것에 실망하는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 건 착각이라고 봅니다. (보수층이) 초기에는 새누리당의 좌클릭에 불만을 표출하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 따라간다고 봅니다. 그래서 보수층이 저희를 지지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보수층은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고 진보층은 민주당 등 야권을 지지할 텐데 저희는 어디서 표를 받습니까. 그리고 자꾸 한나라당이 좌클릭했다고 하는 데 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시대 흐름에 맞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본래 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입니다."

국민생각, 보수 강조해도 보수표 못 받아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종북세력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면 오는 12월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뉴라이트 사람들은 종북 세력을 공격하고 차별화 하는 것에 너무 집중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종북 세력을 보고 정치를 해서야 되겠습니까. 시대정신과 국민을 바라보고 해야 됩니다. 그리고 종북세력에 대해 공격을 하면 종북세력이 망하기는 커녕 되려 공격한 사람들이 죽게 됨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공격은 색깔론으로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업보입니다. 색깔론 딱지가 붙어버리면 아무리 말이 맞아도 그 걸 주장한 사람이 죽게 돼있습니다. 상황을 잘 살피면서 해야 합니다."

-국민생각에는 박세일 대표 세력이 많았죠. 즉, 다수였지요.

"창당 초기이니까 숫자에서는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실제로 시·도당을 7개 정도 창당하는 데 과반 정도를 제 쪽에서 담당했습니다. 특히 호남은 박 대표 쪽은 안 되니까 제가 했습니다."

-또 다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4월 총선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나요.

"지금 시대상황이 저에게 유리합니다. 지난날 제가 복지를 주장했을 때만 해도 '복지망국론'이라는 반발이 일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복지 쓰나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 주장이 먹혀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슈 파이팅' 능력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이슈 파이팅'을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고보십시요."

-혹시 향후 정국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나요.

"제 뜻을 펼칠 수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합니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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