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터는 이등박문 추모장소…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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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터는 이등박문 추모장소…논란 확산?
  • 강정화 기자
  • 승인 2012.07.1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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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사당인 박문사가 있던 자리
지난해 한복 출입거부, 이번엔 일본 평상복 유카타 비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강정화 기자]

신라호텔이 지난해 한복 출입금지 파동에 이어 최근 VIP 객실에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 히로소데를 비치했다는 소식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신라호텔 터가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한 장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라호텔이 자리한 곳은 이전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사당인 박문사가 세워져 있었다. 일본은 박문사를 만들기 위해 장충단의 4만 평의 숲을 훼손했다. 그리고 광화문의 석재, 남별궁의 석고각, 경복궁 선원전을 헐어다 본전과 서원을 지었다. 그리고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을 뜯어다 옮겨놓고 경춘문이라 했다.

▲ 신라호텔은 일제시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사당 터로 알려져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민족 전통과 문화에 등지는 행동이 이와 관계가 있다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시사오늘

참고로 장충단은 갑오년과 을미년에 큰 일을 겪으면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고종이 제사를 지내도록 하기위해 만들었던 초혼단이다. 일본은 1908년 제사를 중지토록 하고 1919년에 공원으로 만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문사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 외국 국빈을 대접하는 영빈관이 세워졌다. 이후 영빈관 자리는 삼성에 불하돼 1973년 신라호텔이 세워졌다.

하지만 옛 영빈관 건물은 아직도 신라호텔 옆에 흔적처럼 남아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정문과 진입로 그리고 계단 등 박문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흥화문은 경춘문으로 고쳐졌다가 영빈관으로 문호만 바뀌어 신라호텔의 정문으로 남아있다.

이런 불편한 역사를 지닌 터에 자리잡은 신라호텔에 문제가 터졌다. 지난 9일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신라호텔 객실에 일본 전통 평상복인 유카타가 있다”라며 일본인 지인에게서 온 연락을 전했다.

불편한 역사를 안고 흐르는 구설수들…

이 블로거는 해당 일본인의 말을 인용해 “한국 호텔에는 이렇게 객실에 일본 전통복을 비치해 놓나요?”라는 질문에 “일본인 투숙객이어서 따로 갖다 놨겠죠”라고 답하자, “그런 게 아니고 이 호텔 EFL(Executive Floor Loungeㆍ호텔 내 귀빈층)에 모두 유카타를 비치해 놓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라호텔이나 모기업인 삼성의 일본 사랑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혹시 신라호텔은 우리 전통을 낯부끄러워 하는 것은 아닐까요?”라고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복은 거부하고 기모노는 제공하고…’,  ‘신라호텔 명칭을 야마토호텔로 바꿔야 할 듯’,  ‘일식당은 있어도 한식당은 없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신라호텔 관계자는 “모든 EFL 객실에 유카타가 비치돼 있지 않다. 일본인 관광객이 투숙하는 객실에만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는 신라호텔에 투숙한 국내 투숙객 후기들에도 유카타 사진이 있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4월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식당 출입을 저지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신라의 ‘한복 착용 금지’ 사태는 해외토픽으로 다뤄질 정도였다.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해 한복 비하 발언까지 나와 ‘국제적 망신’이 됐다.

당시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이씨 가게를 직접 찾아 사과하기도 했다. 정병국 전 문화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 회의에서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호텔에서 쫓겨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경고 조치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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