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순한 ‘양’이거나 뒤통수 치는 ‘여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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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순한 ‘양’이거나 뒤통수 치는 ‘여우’거나…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7.2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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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담합건 자진신고로 ‘꿩먹고 알먹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삼양식품(회장 전인장)은 1963년 한국에 처음으로 라면을 선보이고 1970년대 라면 열풍 속에 국민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당시 라면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고자 했던 삼양식품의 ‘국민성’이 최근 라면값 담합건에서도 발동된 것일까?

삼양식품의 가격 담합 자진신고를 놓고 양심선언인지 의도적 고자질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어찌됐든 삼양식품 입장에서야 과징금 면제혜택을 받고 경쟁사인 농심에 타격을 입히는 성과를 누리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삼양식품, 담합 자진신고로 과징금 면제

삼양식품은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라면값 담합 관련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고 공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라면시장 4개사를 상대로 ‘라면 가격을 담합했다’며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면제받은 것.

공정위는 올 3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9년간 6차례에 걸쳐 라면가격 정보를 교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업계 1위인 농심이 1011억65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삼양식품 116억1400만 원, 오뚜기 97억5900만 원, 한국야쿠르트62억7600만 원 순이었다.

▲ 최근 삼양식품은 50년을 향한 재도약이라며 회사 CI를 교체했다. 전인장 회장은 "창조적인 경영혁신을 통한 라면종가의 명성을 회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리니언시를 이용해 잃어버린 업계 1위를 회복하려 한다는 속셈이라는 시선이다. ⓒ삼양식품 홈페이지

삼양식품은 공정위의 이 같은 결론을 인정했다. 다른 업체들이 담합 혐의를 부인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도덕적 자책감 때문에 공정위에 신고를 했을 수 있다. 잘못을 시인하는 삼양식품의 용기와 정직함이 칭찬받을 만하다. 정부도 ‘자수’ 하는 착한 기업을 용서해 과징금을 면제해 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히려 자진신고 시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로 인해 삼양식품이 비도덕적이라고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담합 행위로 소비자 지갑을 훔쳐가고 자진신고로 처벌은 안 받는 그야말로 ‘얌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양식품의 경쟁사인 농심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이 과징금 면제를 공시한 17일 농심은 공정위의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불복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였다. 이날 삼양식품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면제를 통보받은 반면 농심은 당초 공정위의 발표보다 3억500만 원 높은 1080억7000만 원을 과징금으로 통보받은 것.

이에 농심 측은 “담합을 한 적이 없는데 삼양이 자진신고를 하면서 담합 사실을 시인한 꼴이 돼 당혹스럽다”며 “자진신고를 한 삼양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왕따’ 당해도 남는 장사면 한다?

속내야 어떻든 삼양식품 입장에서는 관련업계에서 왕따가 됐다한들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자진신고를 통해 이미지 관리와 과징금을 면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농심에는 상당한 압박을 줬으니 말이다.

삼양식품은 담합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과징금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주는 리니언시 제도(leniency program)로 과징금 116억여 원을 면제받았다.

또 농심에 1011억여 원의 과징금 폭탄과 함께 법정 소송의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농심은 공정위의 과징금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지만 일이 안될 경우 지난 한해 영업이익 1101억 원을 고스란히 과징금으로 내야 할 판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정직한 이미지를 어필해 과거 삼양식품의 위치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라면시장의 점유율은 지난 1월 기준 농심이 61.2%로 10년간 이어온 70%의 점유율이 허물어지고 있고, 반대로 삼양식품은 지난해 10%초반에서 올 1월 15.9%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삼양식품의 태도에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삼양식품 측은 “국가기관의 판단을 존중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담합 사실을 인정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정위가 4년 여간 직접 조사를 진행하고 내린 결론을 존중한 것”이라며 “사전에 리니언시제도를 인지했는지는 확인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에 피해가 갈 것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도 “공정위의 결론에 응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과 50년간 사용해온 구 CI ⓒ삼양식품 홈페이지

한편, 삼양식품은 보릿고개 시절인 1963년 일본에서 라면 제조법을 전수받아 국민의 먹거리를 충족시키며 1970년대 라면을 대표적 서민음식으로 정착시켰다. 삼양식품은 라면 열풍 속에서도 국민의 식생활 보장을 위해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하며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그러던 중 1989년 공업용 우지파동으로 퇴출 직전에 몰렸고, 수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삼양라면이 사용한 기름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이미 농심에게 빼앗긴 업계 1위 자리는 돌이킬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삼양식품은 지난해에 ‘나가사끼 짬뽕’을 선보이며 다시 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삼양식품이 얻은 ‘정직 이미지’와 농심이 입은 ‘타격’은 삼양식품의 옛 영광 재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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