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지역감정 박정희가 심화시켜”
한광옥, “지역감정 박정희가 심화시켜”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0.02.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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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전 민주당 대표

민주동지회는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상도동계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지난달 21일 민주동지회 신년하례식이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좀 특별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바로 동교동계 인사들이었다. 권노갑 한광옥 정대철 장성민 등의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지난해 8월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를 전후에 동서화합이란 기치 아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이 잦은 만남을 갖고 있다. 필자는 이날 행사 참석도 지역주의 갈등을 봉합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뤄졌을 것이란 추측을 해봤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에 대해 ‘평가절하’의 목소리도 들린다. ‘진정성이 없다’는 의심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과연 그럴까?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광옥 민주당 전 대표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40여년 가까이 이어온 동서갈등이 과연 이들의 만남으로 봉합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어봤다. 한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 통일미래연구원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한광옥 전 대표는 DJ와 YS의 화해는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DJ와 YS의 화해는 진정성 있다”
 
-지난 달 있었던 상도동계 모임인 민주동지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민주동지회회는 상도동계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의 모임입니다. 민추협과는 좀 다르고요. 김봉조 민주동지회장이 전화를 걸어 권노갑, 정대철, 저를 초청했습니다. 장성민 전 의원도 참석했고요.”

-동교동계 인사들이 상도동계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동서화합의 물꼬가 될 수 있을까요.
“두 진영은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문안을 온 것이 화해의 계기가 됐고 DJ 서거 후 YS가 제일 먼저 조문을 왔습니다. 운명적인 화해의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민추협 대변인을 지내며 DJ와 YS 두 분을 모셨습니다. 왕래가 없던 두 진영이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크게 말하면 동서 화해무드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한배를 타던 때도 있었다. 84년 5월 18일 전두환 정권에 맞서기 위해 이들은 하나로 뭉쳐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결성했다. 민추협이 결성되기까지 전두환 정권의 집요한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또한 민추협이 만들어지기까지 상도동과 동교동 간의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동교동쪽은 ‘선장(DJ)’이 없다며 민추협 참여를 놓고 내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영록 김종완 박종태 등은 “선장이 없는 상태에서 김영삼에게 붙으면 조직이 와해된다”며 YS와의 연대를 결사반대했다.
 
반면 김상현 조연하 김녹영 박종률 등은 공동전선 구축을 주장했다. 이러한 이견 때문에 몇 개월간 논란이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체류중 이었던 DJ는 “동교동계만의 독자노선을 만들라”며 YS와 연대를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교동 측 김상현이 YS와의 연대를 강력히 주장해 양측 간의 합작품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한동안 DJ와 김상현 간의 관계가 소원해 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을 영남당이라고 하고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합니다. 지역분할구도가 뚜렷이 형성돼 있는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만난다고 분할구도가 해결될까요. 일선에서 물러난 분들이지 않습니까.
“나도 일선에서는 조금 물러나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정치적 동물이기 때문에 정치는 누구나 하는 겁니다. 일선에 있든 이선에 있든 정도의 차이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전 대표는 지역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중선거구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역주의 해결위해 중선거구제 도입해야”

-지역분할 구도를 극복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지역감정은 한 두 해에 생긴 게 아닙니다. 오랫동안 쌓여서 된 것이지요. 동서대립은 국가적으로 큰 병폐입니다. 지역감정을 순화시키려면 영호남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할 겁니다. 애향심과 지역감정은 다릅니다.
 
제 부인이 경남 진주 사람인데 집안에서 불편한 감정이 없어요. 영호남의 교류 증진을 위해 영호남 간에 피를 섞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근래에는 영호남 간 결혼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는데 DJ는 호남과 관련된 결재를 할 때는 보다 신중을 기했습니다.
 
영호남을 차별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의 지역감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용하고 심화시켰습니다. 물론 광양제철소를 설립하면서 호남을 배려한 측면도 있긴 합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도 문제가 있습니다. 중선거구제로 바꾼다면 영남사람이 호남에서 당선되고 호남사람이 영남에서 당선되는 일이 생길 겁니다. 자유당 시절에는 광양 사람이 대구에서 당선되고 부산 사람이 목포에서 당선되기도 했거든요.”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YS와 DJ의 화해에 진정성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민추협 시절 대변인을 하면서 DJ, YS를 공동의장으로 모셔서 두 분을 잘 압니다. YS의 화해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다른 질문입니다만 동교동계의 핵심인 권노갑, 한화갑 전 의원은 민추협 멤버는 아니지요.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크게 보면 민추협에 참여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지역패권주의 극복을 주장하며 국민참여당이 창당됐습니다. 지역구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민주당으로 합치고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민주당에는 노무현 지지 세력이 많이 남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국민참여당도 민주당으로 와야 합니다. 민주세력을 통합해서 정권교체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참여당의 창당은 야권을 분열시킬 뿐입니다. 국민참여당은 친노 세력이 만든 당이지만 노통(노무현)의 뜻과도 맞지 않습니다.”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당 지도부의 독선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반 이명박 세력이 전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는 견해도 틀린 말이 아니지요. 반 이명박 세력을 모아 민주당을 지지하게 하려면 집권을 꿈꾸는 정당으로서 능력과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큰 빌딩’을 지어야 여러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 아니겠어요?
 
민주당이 지지기반을 넓히고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용산 사건을 1년이나 끌었다는 건 민주당이 서민, 대중을 위한 자기 역할을 못했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나서서 1달 이내에는 장례를 치르도록 했어야 합니다. 당 지도부는 독선을 버리고 혼자서 앞서 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혼자 백 보 가는 것보다 백 사람이 한 보를 함께 가는 것이 느려도 힘이 있는 것이니까요.”
 
▲ 한 전 대표는 자신의 부인은 경남 진주 사람이라며 속히 지역감정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은평 재보궐 선거 출마 적극적으로 고려 중”


-정동영 의원의 복당에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복당에 찬성합니다.”

-정치 일선 복귀는 언제 이뤄집니까? 서울 은평 재보궐 선거에 나온다는 말이 있던데요. 당내 경선 통과부터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민주당 경선방식은 제가 새천년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들었습니다. 당시로서는 혁명적 발상이었고 노 전 대통령이 이회창을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경선룰 도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제가 지난해 전주 완산갑 재선거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는데 공정한 경선이 아니었습니다.
 
문제가 있지만 받아들였고 승복한 것은 아닙니다. 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이 탈당할 수도 없어서 아픔을 딛고 받아들인 것이지요. 후배들이 대인이라고들 했습니다. 앞으로의 일선 복귀도 정도를 걷겠습니다. 은평 재보궐 선거 출마는 은평지역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바뀐 민주당 당헌, 당규에 의하면 당 대표가 15% 범위 내에서 전략공천을 할 수 있습니다.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당이 요구하고 지역민이 원하면 전략공천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한 전 의원께서는 전주 출신이고 서울에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은평 지역 출마가 가능할까요.
“서울은 특별한 연고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저는 은평에 조직도 있고 정확히 밝히지는 않겠지만 고문으로 있는 단체도 있습니다.”

-전북도지사 출마설도 있었는데 계획이 없는 건가요. 정균환 전 의원과 교통정리가 됐다는 말도 있고요.
“전혀 생각 없습니다. 정 전 의원과는 개인적으로 친합니다.”

-현재 민주당의 시스템을 보면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가 당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한 전 의원 같은 지명도 높은 중진의 당내 진입을 견제하는 것 같습니다.
“좀 어려운 질문입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경륜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사소한 감정이나 노파심은 극복해야 합니다. 미국의 가족제도를 보면 과거에는 핵가족을 선호했다가 요즘 들어서 오히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한 집에서 사는 대가족을 선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당도 노장청과 선후배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시멘트도 물과 모래, 석회가 골고루 섞여야 굳어지지요. 물도 수소 두 개하고 산소 하나가 결합돼야 만들어지고요. 통합과 화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입니까.
“선거는 시합입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쟁까지는 아니고요. 준비운동도 하고 선수로서 열심히 뛰고 응원단도 있어야 합니다. 정당이 공천하는 후보는 그 지역에서 정당의 대표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후보 공천을 외주 준 적이 있는데 이건 무책임한 처사예요. 경선을 하든 전략공천을 하든 당의 숙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당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 인사가 공천을 맡아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삼고초려해서라도 당선 가능성 있는 인사를 모셔오는 일도 필요합니다. 고건씨와 조순씨도 서울시장으로 모신 것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언제 인연이 맺어졌습니까.
“‘어른’과의 인연은 제가 1982년 10월 7일 오후 2시 국회본회의 질의를 하면서 처음 맺어졌습니다. 제가 민한당 11대 의원 시절입니다. 그 때는 안기부가 국회의원들의 질의내용을 사전에 검열하던 때입니다. 저는 안기부 검열을 받지 않은 채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단 구성,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DJ 석방, 대통령 직선제 개헌, 전두환 전 대통령 민정당 총재직 사퇴, 언론 자유 보장, 지방자치제 실시를 촉구했습니다.
 
어른께서 청주교도소에서 저의 본회의 질의를 접하고 감명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른께서는 1982년 12월에 미국에 건너갔고 이후 귀국해 YS와 민추협 공동의장을 맡았는데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모시게 됐습니다. DJ와 저는 정치적 사제지간이면서 동지 관계이기도 한 것이지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3선의 손 모 전 의원이 군수 선거에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격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물었더니 한 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박정희 정권에서 내무부장관을 했던 한 인사는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교장을 한 적도 있어요. ‘해불량수(海不量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어떤 물이든 다 받아준다는 말입니다. 정치도 격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협치(狹治)가 아닌 광치(廣治)를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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