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칼럼> 임기말, 고개 숙인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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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칼럼> 임기말, 고개 숙인 MB
  • 김동성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7.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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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속내 헤아리는 것도 국정 최고 책임자 몫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동성 자유기고가)

여의도 정치권이 오는 12월19일 대선을 향해 본격 질주에 들어간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또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굳이 말해 대선과는 상관없는 소위 ‘측근비리 논란’에 따른 특단의 조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던 날(7월24일)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들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구속했다. 특히 검찰은 김전 실장에 대해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됐고,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혀, 사건의 비중과 파장이 적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검찰은 김전 실장이 이미 구속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약 1억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전 실장의 사건 의혹이 불거진 직후, 사의를 표했다고는 해도 청와대 현직 고위 관리가 비리 사실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파장이 청와대를 향할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이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은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줄곧 김전 실장과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고, 급기야 대국민 사과 이튿날 구속기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파괴력이 한층 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대선을 앞두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자칫 불명예 퇴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도 당시 담화문을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듯 사과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담화에서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도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월급과 사재를 털어 사회에 환원한 일을 예로 들며, 인척과 측근들의 비행에 자못 충격을 받았음을 우회적으로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와 관련해서도 ‘할 일은 하겠다’는 소신도 보였다. 그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 책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심기일전해서 국정을 다잡아 일하겠다”고 밝혔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의 시선과 반향은 그야말로 싸늘하기 이를데 없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10명 중 단 2명이 현 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 중반까지도 40%를 웃돌던 국정 지지율과는 큰 차이다.
 
물론, 이는 이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두지 않으면서 권력누수, 이른바 레임덕 현상에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통령의 인척과 측근이 줄줄이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은 이러한 임기말 레임덕을 스스로 앞당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시쳇말로 ‘제명을 재촉하는 꼴’이라는 표현이 나올 법도 하다. 측근에 친형제까지, 여기에 실패한 정권이라는 오명을 우려하는 이 대통령의 참담함을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때만 되면 불거지는 권력비리에 이를 바라봐야하는 민심의 속내은 어떨지 헤아려보는 것도 국정 최고 책임자의 몫일 것이다. <월요시사 편집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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