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 멘 현대카드, 新성장동력 ‘애플페이’ [정태영의 승부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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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 멘 현대카드, 新성장동력 ‘애플페이’ [정태영의 승부수①]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09.24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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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중위권 경쟁 치열’
‘롯데카드’에 밀린 ‘현대카드’
악화된 업황 속 타개책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국내 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양사 간 협상 진전 배경에 정태영 부회장의 강력한 도입 의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사오늘

국제사회에 애플페이가 출시된 지 8년여 만에 국내 도입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와 애플 간 협상이 진전되면서 연내 국내에 ‘애플페이’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현실화 될 경우, 모바일 결제시장과 카드업계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은 2015년 8월 출시한 삼성페이가 1강 체제로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면 ‘삼성페이 vs. 애플페이’ 2강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카드업계 안에서도 애플페이는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아이폰 이용자들을 카드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은 아이폰 사용자들은 물론 국내 카드사들도 반길만한 소식이다.
다만 단말기 보급율 문제와 막대한 비용, 그리고 삼성페이와는 다른 복잡한 수수료 구조 등은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추진 배경에는 정태영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장세가 둔화된 현대카드가 고착화된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하기 위해 ‘애플페이’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말이다.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인 만큼, 정 부회장의 결단없이는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카드업계의 시선이다.

정 부회장이 애플페이 도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건, 최근 카드업계 중위권 다툼이 치열해진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에서 롯데카드에 밀리는 등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아울러 애플페이 국내 도입은, 고착화된 시장 판도를 뒤흔들 ‘카드’로 여겨졌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글로벌 금융환경, 고금리 가속도 등 카드업계 전반을 둘러싼 업황 악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들의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카드업계에서는 신 먹거리 발굴 등 생존 전략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카드업계 모두가 고성장이 아닌 저성장, 성장둔화라는 악재에 맞서 이 같은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느냐가 숙제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카드도 중장기적인 성장동력과 경쟁력 확보를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카드가 차별화와 독창성을 강조해온 만큼, 성장동력 확보도 이같은 기조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은 현대카드가 말해온 차별화, 독창성,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3박자를 두루 갖춘 사업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전업카드사 가운데 그동안 현대카드가 상대적으로 다른 카드사에 비해 애플페이와의 협상에서 진전을 보여왔다. 현대카드는 공식적으로 부인해오고 있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이 된다면 시작은 현대카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만큼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관심도가 남달랐다는 말이다.

특히, 카드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추진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애플페이 독점 도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애플페이 단독 도입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유한 인물이, 정태영 부회장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김덕환 현대카드 사장이 사임한 것도 이 같은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

카드업계 내에서 그동안 애플페이 국내 도입의 최대 장애물로 꼽혔던 건 NFC(근거리무선통신기술)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 보급 비용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 카드업계와 애플페이 도입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용 문제로 번번히 협상이 무산됐다. 애플페이는 NFC 결제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국내 NFC 기능이 탑재된 단말기 보급률은 3%대 정도로 알려져있다. 애플페이가 활성화되려면 이 단말기 보급률을 높여야하는데 애플페이는 그 비용을 국내 카드사에 부담하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NFC와 QR결제 기능을 모두 갖춘 단말기 가격은 20만원선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영세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단말기 보급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0년 당시 공고한 내용을 보면 부가세까지 포함해 26만원(설치비용 2만원 별도)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현대카드 올해 2분기 기준 가맹점수 302만 곳에 NFC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를 모두 보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7852억 원이 소요된다. 목표 보급률을 전체 가맹점의 50%로 내리고 비용도 절반만 부담한다고 가정해도 1963억 원이 소요된다. 물론 이 같은 금액은 단순 추정치지만, 적어도 수백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단말기 보급 비용을 절반만 부담해도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동안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간 협상이 진전돼 국내 도입이 이뤄진다면, 현대카드가 단말기 비용 상당 부분을 부담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적어도 절반은 부담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추정도 나온다.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여러 국내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 접촉 시 단말기 보급비용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걸 두고 협상을 벌인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국내 카드사들과 애플간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건 단말기 비용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현대카드와 애플페이간 독점 계약이 체결됐다면 이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겠다는 결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본다”고 귀띔했다. 

앞선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이 현실화되면 독점 계약 기간 현대카드 이용자들이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단말기 보급을 위한 비용부담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봤다. 

비용 대비 점유율 확대 효과를 이른바 ‘가성비’로 따질 경우, 비용만 많이 들어가는 실패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백 억원, 많게는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애플페이 도입은 양날의 검일 수 밖에 없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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