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연임 적격 판단에도 눈치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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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현모, 연임 적격 판단에도 눈치 보는 이유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2.12.14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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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 대표, 지배구조 우려 고려…직접 복수 후보 심사 요청"
금융권에 외풍 거센데…황창규 전 회장 뒤이어 연임 성공할까
국민연금 표에 이목 집중…"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 검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외풍을 꺾고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외풍을 꺾고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외풍을 뚫고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눈치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심사위)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아서다. 다만, 구 대표는 이사회에 단일 후보가 아닌 복수의 후보자를 심사해 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후원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회사 바깥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현모, 외풍 속에도 적격 평가…남중수·황창규 뒤 이을까


14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 13일 심사위로부터 연임 적격 평가를 받고, 이사회에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당초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으로 결정될 경우 차기 대표 후보에 단독으로 추천할 예정이었으나,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심사를 진행해 차기 대표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고, 이사회는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적격 판단을 두고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前)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CEO 자리에 오른 구 대표가 새 정부의 정치적 입김 속에도 적격 판단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지만, 향후 경선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과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여권의 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출신이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으며, 현직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경우도 거의 없다. 

KT의 내부 출신 대표이사는 2002년 민영화 이후로 남중수 전 사장이 유일하다. 연임 이후 임기를 완주한 사례도 전임인 황창규 회장뿐이다. 심지어 황 전 회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정권 교체 이후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중도 하차 위기를 겪기도 했다. 

최근 금융권 수장들이 잇따라 연임에 실패한 것도 구 대표의 연임 실패를 점치는 근거로 꼽힌다. 

지난 13일 농협금융은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특별고문으로 활동한 친여 성향의 인사다.  또한 앞선 8일에는 업계 예상을 뒤집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재연임에 실패,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최종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됐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 표심 향방 '주목'…경선 의지 밝힌 까닭은


그러나 구 대표가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 10.3%를 가진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손을 들어줘야 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러나 구 대표가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 10.3%를 가진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손을 들어줘야 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구 대표가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KT 지분 10.3%를 가진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손을 들어줘야 한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나머지 우호 주주의 지원을 받으면 연임은 가능하겠으나 임기 내내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릴 수 있다. 

이는 구 대표가 굳이 복수 후보의 추천까지 언급하며 경선 의지를 밝힌 배경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행보인 셈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문제 삼아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무산시킨 바 있다. 박 전 사장과 함께 정치후원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구 대표도 이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최근 ‘소유분산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를 언급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유분산기업은 재벌그룹과 달리 KT나 포스코처럼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 등을 의미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유지분이 광범위하게 분산된 기업들에 대한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며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는 기준이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경선 과정을 거친 후 오는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구 대표는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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