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칼럼>이상의 투자 현실의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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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칼럼>이상의 투자 현실의 투기
  • 이용준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3.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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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한국 외국어대학교 부속 용인 외국어고등학교 2년/본지 학생기자)     ©시사오늘
한국 주식시장은 조용할 새가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던 초대형 우량주들의 하한가 행진에 뒤이어, 인위적으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에 의한 반등을 지켜보며 당시 과연 그 상승이 베어마켓 랠리 (bear market rally - 약세장에서 단기바닥 도달 시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등) 일지 아니면 진짜 경기바닥을 다져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2009년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제자리를 찾는가 싶더니 북한의 간헐적인 도발과 두바이발 악재로 단기적이지만 작지 않은 흔들림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2010년 1월 말 기준 종합주가지수 1602.43 포인트로 2008년 폭락장의 800포인트 후반 대부터 큰 상승을 보여주었다.
 
주식시장이 회복함에 따라, 장밋빛 예측이 뒤따르고 있다. 현 정부가 언급한 적이 있는 종합주가지수 3000 포인트의 달성이라든지 본격적인 상승장의 도래를 기다리는 긍정적인 시각이 흔히 '개미' 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종합주가지수를 나타내는 '캔들'이 상승을 의미하는 붉은색의 양봉으로 끝날 때마다 개미들의 눈도 빨갛게 충혈되어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경제위기로 멍들었던 수많은 경제지표들과 얼어붙었던 투자심리의 회복이 결과적으로 정말 긍정적인 결말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 주식시장이 설립되고, 한국거래소의 출범과 개편을 통해 안정화되어 가도 한국 주식시장의 참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금융시장을 통한 경제 유동성 공급, 기업의 자본조달을 위해 증권 발행시장에서 나온 매물의 유통, 그리고 기업의 잠재적 가치를 꿰뚫어 보고 그 성장 추진의 일원이 되려는 진정한 '투자'의 형상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기본적 분석, 주가차트의 기술적 분석, 동 종목 투자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심리적 분석까지 투자 자체의 발달과 투자기법의 다양화는 주식시장의 겉모습을 화려하게 만들지 몰라도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목적은 더 이상 '투자'가 아닌 '투기' 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의 보급을 통해 기술적 분석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가졌지만 '투자'라는 가면아래 '투기'라는 진짜 목적을 숨긴 개미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주식시장의 '세력'들은 그들의 자금력을 이용하여 개미 털기에 바쁘다.
 
개미와 국내의 세력들 간의 전쟁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합세하여 벌이는 난투극은 점점 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인재양성을 통한 땀 한방울 한방울 모아 힘겹게 벌어들인 우리나라의 외화를 매번 선물, 옵션 만기일 하루 새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수해 나갈 정도이다.
 
어차피 주식시장은 누군가 이기면 반대편의 누군가는 지게 돼 있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제로섬 게임의 원칙아래 존재한다. 하지만 5퍼센트의 성공을 바라보며 자신의 돈을 고스란히 헌납하는 95퍼센트의 수는 주식시장의 역사 내에서 결코 줄어들지 않는 것 같고 그 피해는 또다시 한국 국민의 짐이 되어 간다.
 
승자와 패자가 공존하는 제로섬 게임보다 참 의미의 투자를 통해 기업과 국가발전을 도모하여 모두 승리하는 윈-윈 전략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기대일까?
 
여태까지 나타난 주식시장의 변질은 결코 진화가 아닌 퇴보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주식시장이 아무리 파동을 그려도 결국 그 가치는 우상향을 할 지 모르지만, 주식시장의 퇴색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해이의 수준은 결국 한국 금융시장의 성숙도를 우하향 시킬지 모른다.
 
배보다 배꼽이 큰 투기판에서 벗어나 건전한 투자 문화를 정착시킬 투자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합리적인 선택을 기대한다.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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