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유시민·조국 이어 김은경 ‘노인폄하’ 논란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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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유시민·조국 이어 김은경 ‘노인폄하’ 논란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8.04 17: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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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여명투표’ “왜 미래 짧은 분들 똑같이 1대 1 표결하냐”
“선거제도 부정하는 행위” “표 등가성은 민주주의 기본” 지적
4050 민주당·6070 국민의힘 지지성향 강해…세대 갈등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하느냐”는 발언이 ‘노인 폄하’ ‘세대 갈등’ 등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여명 투표’ 발언이 논란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30일 2030세대와의 청년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쯤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엄마, 왜 나이 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참 맞는 말이에요. (…)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대 1로 표결을 하느냐는 거죠.”

양이원영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맞는 얘기”라며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있지 않을 사람들이다.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논란이 된 일부 문장은 현재 글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두 사람은 이 발언이 있고 난 뒤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와 관련해 2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지금 60세 이상이 대한민국 인구의 25%가량 된다”며 “보통선거(에 따라) 만 18세 이상은 모두 한 표씩 행사하게 돼 있는데, 대한민국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은경 위원장 발언이 1인 1표제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표의 등가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표의 등가성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데 그 차원에서 보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투표 가치 등가성 원칙은 모든 선거인에게 1인 1표를 인정하고, 1표가 선거 결과 기여도에 있어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평등선거에 기초합니다. 김 위원장의 주장은 표의 차등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의 주장이 합리적이라 치고 토론한다 해도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기성세대도 있지 않냐’ ‘여명(남은 생애)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냐, 평균 수명으로 정하는 게 옳으냐’ 등 섣불리 답할 수 없는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논란과 관련해 “청년세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젊은 세대의 역할을 강조하다가 특정 세대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할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발언)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죠. 사람이 멍청해집니다. (…) 뇌세포가 많이 죽은 상태에서, 뇌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 이루어둔 업적을 배경으로 얻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은, 지위를 획득할 당시 능력 있던 그 사람과 전혀 다른 인간이에요.” (2004년 11월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발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던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저지 토크 콘서트’에서 “불평들을 심화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다. 그러니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지금 어르신들에게는 없는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재보궐선거를 나흘 앞둔 2011년 10월 22일 트위터를 통해 ‘설득하기 힘든 부모님에게 25~27일 여행 예약해 드렸다’는 네티즌에게 “진짜 효자”라고 답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설훈·윤호중·최강욱 의원의 과거 발언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진영에서 이러한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통상적으로 4050세대는 민주당, 60대 이상 세대는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대 대선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30세대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을 뿐 전체적으로 1~2%대 차이를 보였지만 40대 이상 세대는 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40대 60.2%, 50대 52.4%, 60대 32.8%, 70대 이상 28.5%, 국민의힘은 40대 35.4%, 50대 43.9%, 60대 64.8%, 70대 이상 69.9%로 예상 득표율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참정권에 차별을 주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건 반헌법적인 주장이다. 60대 이상 표심을 얻지 못하면 원인을 찾고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것도 부족할 판에 이들을 폄하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옳지 못한 태도다.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사석도 아니고 공개된 자리에서 이런 말을 서슴지 않고 이야기해서 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이 발간한 ‘국민 삶의 질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자살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나 특히 70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40~60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0명 내외지만 70대는 41.8명, 80세 이상에서는 61.3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도 상대적 노인 빈곤율(OECD 평균 14.8%, 한국 43.4%)이 현격히 높은 현 실정에서 이런 논란이 또다시 번지는 것은 뼈아픈 대목입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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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야 2023-08-05 16:28:24
단언컨데... 저건 노인이 아닌 양아치다...
비하 말언이라는 것들 뭘 들은 것인가.
무당 윤가의 방언이라도 들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