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민주당의 민주주의’…대의원제 폐지 논쟁, 무엇을 놓치고 있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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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민주당의 민주주의’…대의원제 폐지 논쟁, 무엇을 놓치고 있나 [특별기고]
  • 김민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
  • 승인 2023.08.24 22: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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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민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

현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정당’

모든 시민(고대에는 자유인인 성인 남성을 의미했습니다)이 정부 운영에 참여할 수 있었던 고대 도시국가의 민주정과 달리, 오늘날에는 대의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게 됐습니다. 국토는 넓어지고 인구는 늘어났으며, 그에 따라 사회는 복잡하게 분화됐고 그에 맞게 공동체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강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저마다 사정에 맞게 대표·대의기구를 구성하고 그에 맞게 정부를 운영해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라는 일종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조직이 구성원을 대표하고 대의하는 기구를 통해 의사결정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당입니다. 일찍이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가 강조했듯이, 정당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정당은 사회의 균열을 조직하고 이를 정치적 의제와 정책으로 만듭니다. 또한 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거나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집권)해 자신들의 정책을 공동체의 제도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는 우리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듯 정당이 민주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복무하기 때문에 정당 자체도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정당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심지어는 규칙을 정하거나 바꿀 때도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제 폐지’, 진짜 민주적인가?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의원제 폐지와 관련한 찬반 논쟁이 한창입니다. 김은경 위원장이 이끈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대의원 반영 비율을 없애고 권리당원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안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대의원 직선제를 도입, 권리당원이 직접 선출한 대의원을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도록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로 여겨지는 이 혁신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많은 당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민주당의 현행 대의원제도가 민주적으로 운영·관리되지 못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의원은 권리당원보다 더 높은 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국회나 당 지도부로의 ‘잠재적 출마 희망자’들은 대의원 표를 확보하기 위해 애씁니다. 지역위원장과 같은 소위 ‘힘 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대의원으로 선임될 수 있고, 대의원을 많이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국회의원이 되거나 당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인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많은 민주당원들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이른바 ‘진정한 당원 주권’, ‘진정한 정당 민주주의’를 이뤄야 한다며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습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1인 1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반드시 민주적인가?’ 시대와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게 제도도 변화해야 합니다. 대의원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바꿔야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예측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대의원제가 사실상 폐지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에 가장 많은 당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의원제 없이 권리당원만으로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상대적으로 당원이 적은 영남과 같은 취약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할 ‘지역 후보’들은 지금보다 당 지도부에 진출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질 것입니다. 대의원제는 취약지역 후보들의 지도부 진출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1인 1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민주적일 순 있어도, 취약지역 당원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혁신의 출발은 ‘이견을 허용하는 것’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지만 동시에 ‘정치적 소수의 의견 또한 존중하는 체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민주주의는 매우 ‘비효율적인’ 정치 체제일 수 있겠으나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예상치 못한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법학자 카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이 그의 저서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에서 이견이 차별받아선 안 되며, 이견과 갈등의 표출을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제도적 원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더 나은 민주주의를 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제 폐지와 관한 일련의 논쟁 과정 속에서, 민주당에 ‘자유로운 토론’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혁신안이 세상에 나온 후 당원들은 대의원제 폐지가 혁신이라는 측과 폐지에 비판적인 측으로 나뉘어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의원제 폐지에 찬성하면 개혁세력, 반대하면 소위 ‘수박’이라 칭해지는 반(反)개혁세력이라는 갈라치기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지만 반(反)개혁세력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혁신안에 동의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혁신일까요?

대의원제를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민주당에 더 시급한 것은 ‘이견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주류와 다른 생각도 자유롭게 표출,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공론장이 있었다면 대의원제도의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떻게 제도개선을 할지, 대의원의 역할을 어떻게 새롭게 부여할 것인지, 더 나아가 대의원제를 유지할 것인지 없앨 것인지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혁신위원회가 논쟁거리를 던져놓고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공론장’을 보장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 구하기

이번 논쟁에서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는 것은, 대의원제 존폐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유로운 토론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견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는, 자유로운 토론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민주주의는 설득력을 잃을 것이 분명합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일 ‘이권 카르텔 척결’을 외치며 노조와 언론, 시민단체를 공격하고 있고 정치엔 토론과 합의 대신 반사이익,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당이 제 역할을 해야 대한민국이 바로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구해야 합니다. 토론과 합의의 정치를 당내에서부터 복구하고 그 문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할 때, 정당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당대표와 당 지도부가 용기내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구해주기를 바랍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재 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을 역임했으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과 사단법인 청년김대중재단 이사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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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민주 2023-08-25 17:23:12
민주당이 노사모 때부터 패거리 정치로 비 민주주의로 빠져 들었다!
문 정부는 달 창들이 이재명때는 개 딸들이 정치를 패거리 정치로 바꿨다!
누굴 욕하겠나? 이렇게 만든 패거리 정치인들을 욕해야지!